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Diamond dust 얼음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빙판 위를 스케이트 날이 가르고, 의상에 달린 비즈가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빙판 위에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몸에 익은 대로, 음악이 이끄는 대로. 지금 이게 무슨 대회인지, 어디의 링크장인지 같은 사소한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음악과 춤과 스케이트만이 남는 공간. 춤추기 위해서는 그걸로 충분했다. 마지막 스핀과 함께 짧... #가비지타임#탯준 1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충동연애 성준수는 주익대에 갔다. 같은 해에 최종수를 제외하면 그와 견줄 만한 슈터가 없었고, 좋은 슈터의 수요는 마를 날이 없다. 그리고 쌍용기 이후의 대회에서 준수는 자신의 슛이 일시적인 요행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원서를 쓸 무렵에 그는 거의 대학을 골라 가는 입장이 되었다. 한때 태성이 저주하듯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충동연애 w. 이솔 태성은 준... #가비지타임#탯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빈자리 12월 중순,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얼마 뒤 있을 크리스마스에 거리가 반짝이는 장식으로 한껏 화려해졌다. 오랜만에 만나 다니는 장소들이 익숙했다. 설렘 대신 자리한 익숙함은 무심을 부른다. 항시 타오를 수 없음을 알아도 생겨나고야 마는 공백이 권태를 그린다. 차일피일 미루는 이별은 결국 코앞이다. 그런 날이 있다. 어쩐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것 ... #가비지타임#탯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조각모음 1. 쟁준/무협 여름 뙤약볕에 매미가 운다.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이는 객잔에는 이번 주부터 판매를 개시한 냉면을 주문하는 손님뿐이다. 개중에 꿋꿋하게 뜨거운 만두를 주문하는 손님도 몇 있기는 했으나, 이 더위 아래서는 어쩔 수 없이 소수파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맹주께서 이르시길……. 곤륜이 봉문을 풀었다면서요? 작금의 천하제일검이라 하면 역시, 주... #가비지타임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쟁준] 흔한 이야기 가비지타임 배포전 배포 모니터 아래 작게 띄워진 화면에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이미 저 외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는 사무실이지만 야근하면서 대놓고 다른 걸 틀어놓기는 뭐한 탓에 창 크기는 소심하기 짝이 없었다. 일은 이미 끝났지만 이제 4쿼터만 남았으니 다 보고 퇴근할 생각이었다. 15분 정도 늦어진다고 퇴근 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82:95로 ... #가비지타임#쟁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롤러코스터적 연애史 19/20 6교시는 세계사였다. 태성은 요령 좋게 교과서를 세우고 핸드폰 화면을 두드렸다. 운동부라는 점은 이럴 때 이점이 있다. 교사들은 태성이 수업 중에 혼자 뭘 하든지간에 대체로 내버려 두었다. 다른 아이들과 떠드는 것만 아니라면.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익숙한 농구 코트가 비친다. 유니폼은 낯설지만 익숙하다. 경기 몇 번 봤다고 벌써 준향대 원정 유... #가비지타임#탯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영원길 탯준 웨딩 교류회 배포 뭔가 잘못됐다, 고 생각했다. 사이렌 소리가 아득했다. 분명 제게 무어라고 말을 거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질문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붉었다. 제 파트너 가이드가 울컥 피를 뱉고 쓰러진 그 순간부터. 그러나 태성이 아무리 멍청하게 굴어도 그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다.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인간은 따로 있는데 사지멀쩡한 인간을 챙길 이유... #가비지타임#탯준 3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갈림길 탯준 웨딩 교류회 배포 헤어져야겠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관계의 끝이 다가왔음은 태성도 준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익숙함에 젖어 차일피일 미루던 이별이 결국 눈앞에 다가왔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간 데이트에서 태성은 준수에게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뭐예요?” “비행기표.” “아니 거는 보면 알제.” “이별여행 가려고.” “맞나.” “어. 너도 어차피 헤어질 생각... #가비지타임#탯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영웅담 영웅은 너무 쉽게 죽는다. 태성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건 오로지 딱 한 사람 때문이었다. TV 속, 마블이나 DC 계열 히어로나 일본의 특촬물 주인공들 같은 그런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인간 때문에. 간신히 다시 원래의 역할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병원의 최상층,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특례를 누리면서도 입원료라고는 조금도 청구되지 않... #가비지타임#탯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CADUCEUS 2025 연하장 인천공항은 항상 그렇듯 사람이 많았다. 태성은 전광판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았다. 아직 도착 시간은 되지 않았고, 멀리서 오니 정시 도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시시각각 초조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손톱을 깨물려다가 익숙한 목소리로 잔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진짜 언제 오지. 저 혼자 급한 마음에 한참 일찍 공항... #가비지타임#탯준 1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샐리의 법칙 01. 뭘 해도 안 풀리는 날이 있다. 머피의 법칙이라던가? 태성은 터덜터덜 걸어가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를 마치고 체육관을 나왔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날씨도 좋았고, 일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오늘을 위해 고르고 고른 옷도 마음에 들었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쏟아져 급하게 옷을 새로 사고, 맡겨뒀던 꽃다발의 주문이 누락되어 예상보다 훨씬 길게 기다... #가비지타임#탯준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10년차♡신혼생활 D.Festa 배포 아침 6시 반, 자고 있는 배우자를 깨워 아침 식사. 나란히 러닝을 갔다가 씻고 출근하는 남편 손에 도시락을 들려 주며 배웅한 다음 개인 시간을 가진다. 오전에 집안일을 마치고 오후에 취미 생활을 하다가, 퇴근 시간에 맞춰서 1층으로 내려가면 익숙한 차가 픽업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조수석 문을 열고 그 안에 타면 금요일 밤의 데이트를 위해 정장을 갖춰 입... #가비지타임#탯준 1
이솔의 스페이스 일 년 전 LAST CHANCE 가비지타임 배포전 배포 준수로부터의 연락은 오랜만이었다. 물론 그게 태성의 개인 번호로 온 연락이 아니라 지상고 단톡방(마지막 대화 8개월 전)에 갑자기 니들 언제 시간 되냐고 물어본 거였지만, 한 명씩 따로 만나는 거라면 몰라도 성준수가 전체를 불러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어쩐지 좋지 못한 예감이 들었다. “헐 대박. 결혼이요!?” “어, 그렇게 됐다.”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 #가비지타임#탯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