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아침 루틴 토퍼를 새로 샀다. 이부키가 백화점에서 한참을 고르고 고른 물건은 과연 온 몸을 감싸는 구름처럼 가볍고 맨 발이 닿는 곳마다 부드러웠다. 매트리스엔 시트만 깔면 된다는 파였던 나는 토퍼를 깔아야 한다는 이부키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단단하게 받쳐주는 매트리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토퍼와 같이 산 무게감 있는 극세사 이불도 정말...
한 달 전 고양이 만지기 시마네 가문은 유서깊은 재패니즈 밥테일 롱헤어 수인 집안이었다. 아니, 뭐 딱히 유서 깊은 재패니즈 밥테일이라고 해서 대단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시마네 집에 가면 꼬리가 짧은 시마들이 시마를 포함해 여섯이나 있었다. 이부키는 그 점을 꽤 좋아했다. 어쨌든 그래서 시마도 재패니즈 밥테일 롱 헤어였다. 참고로 이부키는 그냥 검은색 스트리트 캣 수인이었...
한 달 전 강아지 별 외계인 어느 날이었다. 지구의 성층권을 UFO가 점령하더니 외계인들이 텔레파시를 쏘아댔다. ‘지구인들을 오래간 지켜보았습니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문명 발달의 속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저희와 교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모국어로 그 텔레파시를 들었다. 나는 그 때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게 꿈이 아니...
한 달 전 저온 화상 고향은 도쿄였지만, 여름이 되면 도심을 피해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 집에 맡겨지곤 했다. 매미가 울고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논이 있는 그린듯한 시골 동네. 입시하는 형도 없고, 너무 어린 동생들도 없는 시골에서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건 마냥 좋았다. 동네 애들과도 잘 지냈다.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어디 사는 누구인지는 친구가 되고 말고에 영향을 미치...
2달 전 냥냥 우체국 AU 정신을 차리니 우체국 한가운데였다. 창구가 네 개 있고, 창구 뒤로는 조그마한 요트 정박장이 딸린 창고가 있었다. 어째서인지 내 손은 고양이 손이고 몸에는 온통 주황색 털이 나 있다. 그렇지만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고 옷도 입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아무래도 이부키인 것 같다. 감으로 알 수 있었다. 검은 고양이 이부키가 제 몸을 마구 더듬...
12일 전 디저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축전! “그 순경이죠? 눈 째지신 걸 보니까 맞네요.”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시마 씨 거짓말 진짜 못하시는 거 알아요?” “모르는데.” 아 짜증나. 성의없는 대꾸에 코사카가 고개를 돌리고 제 노트북을 마구 두드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마는 방금 온 메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번 주 휴일에 뭐 해요?’ 그 별 거 아닌 문장이 뭐 그렇게 간질거리고...
2달 전 차별금지법과 감자튀김 인어 이부키 요트 다이스 빚 /1 인어는 사람을 잡아먹는대. 그러니까 밤에는 바다에 가면 안돼. 시마가 어릴 때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곤 했다. 그 시절 아이들은 다 그런 말을 듣고 살았다. 그 외에도 인어의 눈물은 진주가 된다든가, 인어의 살점을 먹으면 영생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제로 시마가 어릴 땐 인어와 인간이 서로를 적대시했다. 인간이 인어를 죽이거나, 인어가 ...
한 달 전 탈피 [ 이부키입니다!! 서오초메 방면으로 용의자 추적중!! ]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이했다. 저 자식은 어떻게 저 속도로 달리면서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시마는 자전거 패달을 더 세차게 밟았다. 머릿속에 서오초메로 가는 지름길이 두 개쯤 떠올라 핸들을 꺾었다. 얼마 달리지 않아 이부키와 범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부키의 다리가 땅을 박차...
2달 전 최악의 남자친구, 타마수1의 경우 수사 1과 형사가 애인이라는 건, 처음엔 분명 두근거리고 엄청난 일처럼 느껴졌지만, 이부키는 수사1과라는 게 곧 연애에 족쇄처럼 작용한다는 걸 깨달았다. 휴일도 들쑥날쑥. 근무 시간은 툭하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약속을 잡아도 열 번에 일곱 번은 취소였다. 이쯤 되니 이부키는 전 애인에게 바빠서 차였다는 시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시마 카즈미라...
2달 전 애정이론 회식 자리가 길어졌다. 오늘의 회식을 주최한 원인이 된 사람은 의외로 카츠마타였는데… 오랜 연인인 마키 카호리와 싸웠다고 했다. 장난 전화도 용인해 주는 여자였잖아. 어쩌다가?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사케를 잔뜩 마시고 몸을 못 가누는 후배 녀석을 혼자 둘 수 없어서, 이야기를 끊을 타이밍을 못 찾아서, 대장이 대원들을 두고 가기 좀 그래서, 한 명 ...
3달 전 오래오래 “아, 오늘 귀상어 뜨는 날인데 못 잡았어.” 이부키가 분주소 소파 위로 쓰러지며 하소연했다. 무슨 소립니까? 코코노에가 시마를 바라보았다. 왜 나를 바라보는데? 시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했지만, 이부키가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순순히 대꾸했다. “동물의 숲 얘기하는 거야. 일하느라 시간을 놓쳤대.” “닌텐도 말하시는 겁니까?” “도감에 귀상어만 빠져...
2달 전 각설탕 한 스푼 야추를 졌다... 이부키에게 담임은 늘 소리치는 사람이었다. 왜 그랬는지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면서 왜 그랬냐고 다그치는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사람. 삿대질을 하며 머리를 툭툭 쳐대는 것이 거슬렸지만 이부키는 그냥 뒷짐을 지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대꾸를 했다간 잔소리 시간이 더 늘어날 뿐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 불러와!!!” 결국 최종 문... 27
3달 전 우는 천사 그는 연구실 내에서 날개 없는 천사 취급을 받았다. 선악을 명백히 구분하는 능력을 지닌 외계의 존재는, 2만광년 떨어진 천국에서 온 신의 사신처럼 여겨졌다. 그런 것치곤 천사의 취급이 심했다. 몸 안에 인식칩을 심고 3.3평이 못되는 네모난 방 안에 가둔 채 인간이 좋을대로 다뤘다. 숨 쉬는 거짓말탐지기 취급이었다. 그딴 건 동네 문방구서도 팔았다. 거짓말... 19
2달 전 여름이었다 머리 묶은 캇쟝 목덜미 보고 입맛 다시는 이부키 방금 전까지 레일을 돌던 이부키가 드디어 러닝을 멈췄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짚은 채 헥헥거리며 이부키는 시마를 바라본다. 잘 수 있을 때 잔다는 기수의 신념으로 똘똘 뭉친 여자는 그 짧은 새를 못 참고 팔짱을 낀 채 벤치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한여름, 새파랗게 익은 활엽수의 그늘 사이로 무지갯빛 테두리가 선명한 빛무리가 시마의 목덜미에 내려앉아 있었다...
4달 전 트그내글_기수수1 기수수1 이부키는 눈을 떴다. 본래 시마보다 먼저 일어나는 편이었다. 인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상체를 일으켜 잠든 시마를 확인했다. 숨은 쉬고 있는지, 낯빛은 어떤지, 행복한 표정인지…. 그리고 이부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봐도 시마가 좀 이상했다. 뭐랄까 조금 더 어려보였다. 10년 정도? 앳티나는 얼굴은 인상이 잔뜩 구겨져 있다. 안 좋은 꿈을 꾸는 것 같았...
4달 전 도둑잡기 여름이니까 피서 갔는데 비폭풍이 몰아친다! 나이 들면 시골에 내려가 살고 싶어진다더니. 정말로 그랬다. 해가 지날 수록 도시가 지겨워졌다. 그래서 여름휴가만큼은 도시와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게 바로 내 패착이었다.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온천욕이나 하며 푹 쉬자는 원대한 계획은, 료칸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에 시원하게 박살 났다. 설상가상으로 저녁 식사를 막 마쳤을 ...
2달 전 장례식장에서 가장 하면 안되는 일은 부활이겠죠 주제 : 첫 경험 66666 시마 카즈미의 장례는 경시청 주관 경찰장으로 거행되었다. 장례식장엔 사람이 많이 찾아왔다. 이부키가 얼굴을 아는 사람도 있었고, 본 적 없는 사람도 있었다. 시마 카즈미의 희생은 사람 수십 명을 구한 훌륭한 희생이어서, 매스컴이 이를 아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시마의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온 것 같았다. 더러는 이부키를 붙들고 울었다. 이부키도 자...
5달 전 형법 읽는 밤 모님 리퀘스트 분주소 문이 열리고, 평소라면 폴짝폴짝 뛰어들어오며 큰 소리로 인사했을 이부키가 비척비척 걸어들어왔다.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을 매단 이부키는 제 자리로 가 책상 위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뒤이어 분주소로 들어오던 시마가 이부키를 지나쳐 캐비닛을 열며 물었다. “뭐야. 어제 비번이었잖아. 잠 못 잤어?” 이부키는 여전히 테이블에 뺨을 뭉개며 대답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