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선해 오마카세 7416자 마차도 들어갈 수 없는 툴라스 오지의 산길을 오르며 테오는, 나스란으로 오해 받는 일이 잦더라도 로모논이 나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왜, 그깟 종이 쪼가리를 굳이. 직접 받으러 가야 하냐고.” 테오의 불평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웃는 얼굴을 보이는 건 아인켈로프 또한 이러한 동행에 제법 익숙해졌다는 것을 뜻했다. 입매로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지만 눈...
이방인 이탈기 오마카세 3353자 멸절滅絶하는 땅 위에도 소생甦生에의 의지가 있었다. 츠바사의 등 뒤로는 그런 의지들이 절박한 숨소리를 내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그토록 생을 갈구했던가, 싸움도 상처도 본능적으로 숨이 막히기만 했던 기억뿐이라. 저 멀리 절대로 보일 수 없는 거리에 앉은, 이사네의 이마 위 땀방울을 목도한 것도 같았다. 히라코 대장은 손에 들린 사카나데를 한 바퀴 빙글 돌리며...
99마일 징크스 오마카세 10304자 구 근로자의 날, 현 노동절이라 불리는 날에 웨일즈는 승률이 좋다. 매년 5월 1일이 포함된 시리즈에서 웨일즈는 2승 이상을 가져갔다. 그렇게 생긴 말이 메이데이 위닝 시리즈. 심지어 침체기를 겪던 지난 5년 동안에도 5월 초, 특히 5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딱 하루, 어린이날이자 최찬휘의 생일인 5월 5일만 빼고. “이번엔 병아리...
인어 사냥꾼 오마카세 4097자 “인어를 죽였다고?” 신하는 현천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것이 긍정의 의미인지는 확실치 않았으나, 현천은 그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받은 듯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다급히 준비를 마친 현천이 범국의 용궁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청신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건넬 생각이라곤 추호도 없었다. 자신의 백성이 먼저 위협을 가했다고는 하나, 그쪽에서 잃은 것은 요괴인 ...
춘절 폐막극 오마카세 8071자 春節賞貴妃, 춘절에는 귀비를. 기름 냄새에 잠긴 비 웅덩이를 밟고 서면 극장 1층의 붉은 벽돌 위로 붙은 해보海報를 볼 수 있었다. 한때 매란방이 연기했던 양옥환 귀비의 초상은, 1929년 오늘에는 자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림은 다 젖어 너덜거리는 종이 위에 손을 얹어 색색의 분장으로 덮인 자련의 초상을 쓸어보았다. 자련은 오늘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
주마등은 없다 플롯제시 24987자 죽음 앞에서 만인이 공평하다는 명제는 거짓이다. 인간 삶의 종장이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닥치지 않는다. 모든 죽은 사람은 종장에 서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목격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다는 함묵의 원칙으로써 한 인간의 죽음은 미제가 되어버리고야 만다. 검고 축축한 항구에 발을 내렸을 때 요우 옌은 린 리우의 미제를 실감했다. 흑연항黑煙港. 글자...
종전의 냄새 오마카세 6188자 해가 짧아졌다. 오후 네 시부터 회갈색의 지평선 뒤로 하늘빛이 붉게 산란했다. 양보다는 크고 사람보다는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두커니 선 그것의 눈깔에서 이채가 번득였다. 모서리를 바짝 세운 귀와 네 개의 다리에서 북슬북슬한 털이 바람결을 따라 일렁였다. 그것은 양떼를 향해 서서히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최근 코요테 한 무리가 마을 외곽의 듬성한 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