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 회색 바다 그날 본 바다는 흐렸다. 특별한 만남은 평범함 속에서 오는 걸까. 나는 그때 알지 못했다. 내가 살고 있는 구름이 낀 날이 많은 이 바다 마을은 늘 비린내가 나고, 습하고, 삶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자기 행복과 미래를 위해 마음과 체력을 불태우는 일은 사치에 가까웠다. 어린 나도 알고 있었을 만큼 마을엔 그런 기운이 겉돌았다. 일찍 부모를 잃으면서 가까운 곳에 지내는 친척... #팬텀앨리#명일방주
2달 전 재회 기적은 성실히 우리를 축복해 주었다. 그 후 6년이 흘러 성인이 된 나는 목소리도, 키도, 얼굴도 많은 게 바뀌었다. 성인이 되면서는 단막극에 참여하여 제대로 된 역할을 받아 연기할 수 있게 되었고, 기숙사가 아닌 복층의 낡은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넓은 집은 아니었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연기 연습 준비를 하며 거울 속의 나를 보곤 문득 ‘그 아이도 지금쯤 나처럼 바뀐 게 ... #팬텀앨리#명일방주
2달 전 마주 잡다 상대방의 마음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이게 사랑이라는 뜻일까. 앨리와 함께 지낸 지 열흘 정도 지났을까. 앨리는 보통 사람처럼 밥을 먹고, 산책하고, 잠을 자고 조금씩 사람의 몸과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아직은 걷는 모양이 어색하거나 달리는 게 힘들지만, 천천히 잘 적응해나가는 앨리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하루는 집 근처 들판에서 작은 풀꽃을 주워 나에게 보여주었다. 바닷속에서 자라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신기해했다. 그... #팬텀앨리#명일방주
한 달 전 연결 꽃이 땅과 이어진 것처럼, 나도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느 때처럼 저는 아침에 루시안을 배웅하고, 간단히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요. 그레타 아주머니의 초대로 주말에 루시안과 밥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가 저에게 평일에 하루 5시간씩 일할 생각이 없냐고 하셔서 기꺼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은 간단했습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지정된 식탁에 나르고, 손님이 나... #팬텀앨리#명일방주
22일 전 보이는 미래 이렇게 눈과 눈이 서로 도와 나의 눈은 그대의 모습을 그리고, 그대의 눈은 나의 가슴의 창이 되어, 태양은 그 창으로 그대의 모습을 보려 하도다. - 셰익스피어 소네트 24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옆에서 머리와 옷이 흐트러진 채 새근새근 자는 앨리의 모습을 바라보다 침대에서 조심히 내려와 거울을 보고 위로 뻗친 머리를 정리한 뒤, 대충 겉옷을 챙겨 입어 아래로 내려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그레타 아주머니의 밝은 갈색 머리에 얹힌 부서진 햇살이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눈부셔 인상을 찡그렸는데, 그걸 본 그레타 아주... #팬텀앨리#명일방주
11일 전 빛 등대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배를 이끌어주는 큰 별이다. 석 달 후, 우리는 조금 더 큰 집을 마련했다. 신축 건물은 아니었지만 갓 결혼한 부부와 태어날 아이가 생활할 수 있는 적당한 평수에, 해가 잘 드는 집이었다. 정원처럼 거창한 크기는 아니어도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마당도 있었다. 무거운 걸 들지 못하는 임신한 앨리를 대신해 마을 사람들 몇 명이 이사를 도와주었다. 몇 시간 후 앨리는 다 가꾸어진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