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조각] 너구리굴 “이 양반들은 왜 또 내 사무실을 너구리굴로 만들었지.” 라한은 피상적인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높은 곳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 근처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는 멈칫하다가, 들어가 계시면 된다며 물러난다. 안에는 수상한 움직임을 하고 있는 연기로 얼굴이 가려진 사람이 있다. 그것을 보며 한숨을 뱉은 라한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두르며, 선객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탄림, 너도 ...
일 년 전 초기설정.twitter - 17.11.07 https://twitter.com/Raheun/status/927873675671384064 불법과 탈법의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건들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 양반이 쓰고 싶다 특기는 뒹굴기와 주변인 걱정시키기라던가 매우 유해해보이지만 대체로 무해한 인간쓰레기.... 머리는 굴리면 잘 굴림. 그러나 안 써서 퇴화하는 중. 직관력이나 직감이...
일 년 전 [조각] 플로팅 사이트 [오늘의] 각 동네의 히어로를 말해보자 [히어로 타임] 538 J시 거주 역시 우리 동네는 종종 보이는 복장불량 히어로씨가 생각난다. 539 히어로 코스튬 기능복인데 그걸 불량하게 입어? 540 복장불량 안전위협 아니냐 541 공사장에서 안전모도 안쓴 수준 아냐 그거 542 J시 거주 복장 불량이라고 했지만 그리 말해도 좋을까.... 근데 그 사람 코스튬은...
일 년 전 [조각] 결백의 히어로 이윽고 생을 깔아뭉갠 흉측한 돌덩이가, 움직인다. 결백潔白의 히어로가 그 자리에 내려앉는다. 온통 흰 겉옷, 흰 풀 페이스 마스크. 후드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머리털은 까만 색이지만, 그나마도 고갯짓 하나에 흰 색 사이로 숨어든다. 키는 그럭저럭 크고, 품 넓어 보이는 옷은, 움직임을 가만리 보자면 제법 차 있다. 신목령은, 그 온화하지만 결국 사람 아닌 자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그 결백의 히어로를 조금 ...
일 년 전 [조각] 편입 만나서 반갑긴 한게 사실이고, 대놓고 기뻐하는데에 초치고 싶지도 않았지만 탄림이 학교에 오면서 가장 먼저 만나기를 바란 것은, 고결이었다. 아무래도 입학때 그랬으니, 가장 먼저 알리기도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나머지 인간들은 뭐 알아서 잘 살만한 작자들이고. 그러나 그게 맘대로 될리가 없었다. 전학의 형태로 온 탄림은 저 쪽 구석에서, 반가운 낯으로 손을 흔드는 가민을 보았다. ‘이미 조작 들어갔었나…….’ 자각은 있지...
일 년 전 [조각] 탐貪, 망望. 탐욕과 욕망. 그리하여 기원祈願.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서천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알고 있었다. 이는 헛통증이나 다름 없는 감각이었다. 삼 년째의 시간을 쌓아가는 내내 느껴진 것이었다. 서천야는 아쉬움조차 닳아버린 낯으로 팔을 내렸다. 오래 달리기가 버겁고 활의 장력을 마냥 버틸 수 없고, 오른손을 오래 쓰면 피곤해지는. 한때는 생업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이라지만, ...
일 년 전 [운련] 상자 속의 거인 : 0 사람들은 이 짓을 미친 짓이라 부를 것이다. 세상은 너무 작고, 딱딱하고, 숨이 막혔다. 그런 주제에 사물은 이상하게 큰 듯 온 곳이 다 비좁은 감각이 차 있었다. 작은 것에 큰 것이 가득 들어차, 곧 쩌적 갈라져 깨질 것만 같았다. 단단한 법칙은 꼭 와장창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런 불안을 삼키며, 세상의 이치를 배우려고 했다. 그러면 좀 나아질 수 있을거라 마음을 다잡으면서. 아주 많이 달라지고야...
일 년 전 [희야] 거짓말쟁이의 푸가 : 0 오래 전에 죽은 마법사는 체념으로 눈을 감았다. 신은 오래 전에 없어졌고, 마법은 한 번 멸망했다. 새로 싹틔운 어린 마법은 아직 여물지 못했으니, 이 유역에는 기적이 없다. 얼마 전까진 제 혼을 품었던 어린 소년의 육신을 끌어안은 채, 오래 전에 죽은 마법사는 체념으로 눈을 감았다. 마소를 뿜어내는 옛것이 그 모든 것을 소화하려 들었다. 결국 오래 전에 죽었던 마법사는, 시체라도 온전히, 사랑하는 가족...
일 년 전 [운련] 상자 속의 거인 : 어느 장례식 전에 내 멋대로 유예해 둔 죽음을 이제야 받는 것을, 장례식이 아니면 무어라고 할까? 「내 장례식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니?」 하고 실체없는, 홀로그램 뿐인 낯으로 그‘것’은 다정하게도 물었다. 책임 연구원 K는 그 온화한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박사님, 언제나 너무하시네요.” 라는 답은 어쩔수 없이 불만에 차있었고, 또 여상한 구석이 있었다. 박사라면 썩어넘치는 이 곳에서 어떤 호칭도 없이 박사님이라고 불리는 유일한 ‘것’, 초창기...
일 년 전 [조각] 거기서 눈을 뜨는 것. 온통 피곤한 얼굴의, 시꺼먼 눈동자를 한 것이. 어린 애의 몸에 화가 쌓이고 쌓여 독이되고 있었느므로, 뱀의 모양을 한 신령은 그것을 풀어두라고 했다. 사람을 삼켜 헤메게 하는 괴이. 소문을 따라 두려움을 먹고, 삼킨 이의 삶을 으스러트리고. 네 천명을 빼앗긴 것이란 이러한 업에선 선불이나 다름 없으니, 날뛰어 보라고 부러 풀어두었다. 그래서 그 뒤에서 멀거니, 어지간한 것이라고 턱을 쓸었다. 팔과 다리...
일 년 전 [조각] 장명쇄長命鎖 날이 부연 안개처럼 더워지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 곧 체육복을 반팔로 바꾸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서천야는 체육복의 앞섶을 열었다. 교복 상의는 진작에─진심 섞인 체육계답게 7교시 이후로 매번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에─벗어버린 참이었다. 그 탓에 보통은 교복 아래서 숨겨뒀던 목걸이가 빛을 보았다. 안개를 빚어 놓은 듯한 백옥과 은으로 자물쇠...
일 년 전 [조각] 어느 연심 천야가 먼저 고백하는 IF기도 한데 아직도 고백씬이 확정이 아닌 편이라. 그리고 깨달음은 벼락불처럼 찾아들었다. ‘사랑이라고.’ 도달해버린 답에 딸려오는 것은 둔중한 충격이었다. 이런 미친. 서천야는 소리도 내지 않은 주제에 말을 붙잡듯이 입을 틀어막았다. 테이블에 손을 꽉 짚는 모양은, 그 덩치 치고는 행동이 고요한 편이던 서천야치고는 격한 모양이어서, 아마 집이 아니었으면 크게 눈에 띄었을 정도였다. 뱀의 모양을 빌린 신령은...
일 년 전 [조각] 비 오는 여름에 재희가 먼저 고백하는 IF기도 한데 아직도 고백씬이 확정이 아닌 편이라. 날이 우중충하여 기력이 없었다. 돌보고 있는 어린 것은 기력도 좋아 몇 번인가 놀자고 소맷자락을 물어 당겼으나 아무래도 무리였다. 곧잘 놀아주는 보호자가 오늘따라 영 놀아주지 않으니 어린 범은 퍽 심통이 났다. 걱정까지 하기에는 아직 좀 어렸다. 하긴 만난 지 이제 반년을 좀 넘어가는, 일 년도 되지 못한 어린 녀석이 이해하기에는, 서천야의 여름 몸살은 기...
일 년 전 [AU] 주인과 집사 감히 사심을 품은 마음을. 1. 늦은 밤 야음에 잠긴 저택의 복도를 하릴없이 거닐던 사내는 화중시계를 살피었다. 흐린 한숨, 시간이 퍽 늦었다. 머지 않아 동이 터올 정도로. 사내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창 밖을 보았다. 푸르스름한 기가 도는 색, 사내는 느슨한 타이가 무색하게 답답한 숨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시간이 되도록, 저택의 주인은- 그가 모시는 아가씨는 들어오시지 않으셨...
일 년 전 [조각] 두려움 그 모든 것이. 서로 바라고 그리던 마음이 마주했다. 그리고─ …그래서? 결국 다시 잠든 사람을 앞에 두고, 사내는 지난 얼마간에 배어버린 시꺼먼 감정으로 제 입술을 짓씹었다. 그래서 뭘, 어쩔 것인가. 사내는 기도하듯 맞잡은 손으로 제 이마를 괴었다. 잘라내지 못한 감정은 깊어져서, 밀어내지도 못하고 결국 받아들인 것도 방금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었다...
일 년 전 [AU] 황제와, 그 황제는 일 하기가 영 싫다. -1. “아, 일하기 싫다.” 황제 폐하의 18번 레퍼토리가 튀어나왔다. 집무실 내에, 그걸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중얼거린 황제 본인도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말끔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황제가 일하기 싫어하다 못해, 황위도 원래 딱히 원하지 않았다는 건 측근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계승 자체가 그러했다. 황제의 적장자, 둘째와도 열살 차이가 나...
일 년 전 [AU] 용과 제물 (2) 사내는 결심했다 사내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떠올렸다. 서투른 듯한 행동까지 떠올라 침을 삼켰다. 사내는 지금도 몸을 감싸는 마나의 기척을 살폈다. 한없는 소중함이 느껴져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내는 걱정을 품은 눈동자와 자기를 안아들던 품을 생각해냈다. 혼미한 정신의 끝에서 무엇을 생각했던가? 사내는 꿈결에서조차 저를 그리워했다는 목소리를 곱씹었다. 당신은 무슨 뜻으로 ...
일 년 전 [AU] 용과 제물 (1) 살아가야 하는 의미는 어디로 갔을까 0. 청년은 자신에게 돌아온 제안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용의 제물로 가면, 사람 하나 값으로는 충분한 돈을 가족에게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청년은 눈을 끔벅였다. 그러나 그 돈, 분명 하급이라도 마법사의 몸값으로는 부족했다. 성년이 되기 전에 사람 둘을 짊어지고 돈을 번 작자로서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7년 전이었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부모님의 애정과...
일 년 전 [조각] 너를 기다리는 달고, 알싸한. ─네가 이번엔 퍽 늦는다. 사내의 눈이 시계를 향했다. 총 동창회에서 어째선가 보내온, 식당에나 걸려있을 듯한 빨간 글씨의 다지털 시계. 사내가 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날짜다. 한숨을 삼킨 사내는 일거리를 쭉 밀어버리고 뒤로 몸을 젖혔다. 다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홀로 지내게 된 날들을 가늠해보다가 고개마저 쭉 뒤로 젖혀버린다. 네가 이번엔 퍽 늦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