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wing 센티마샤 긴장하지 마. 당신이 편할수록 입기 좋은 옷이 만들어지니까. 마치 환자를 격려하는 의사처럼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그녀의 단단한 양 손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팔의 기장을 확인한다. 이어서 손목과 허리, 어깨의 너비와 가슴둘레까지. 명백한 의도를 가진 타인의 손길이 갑옷의 안쪽으로 조금씩 침입하는 감각은 어딘가 어색하고, 무척이나 간지러워. 반사적으로 등허리가...
Labo 히사포인 밤하늘을 덮는 오로라는 태양풍에 실려 온 하전 입자들이 극지방의 대기 분자와 충돌하는 현상이지. 조수석에 앉아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던 히사베스는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살짝 내밀어 본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날숨. 체온에 데워진 숨은 낮아진 온도에 물방울로 응결되어 호흡을 가시화한다. 또 무엇이 있더라? 이를테면 사이드미러 위에 얹어진 작은 눈의 결정은 빛을 ...
Marlboro 코르베리 [이번 여정에서는 개인적인 이유와 호기심으로, 그녀에게서 옛 파트너의 흔적을 찾아보려 합니다.] 낡은 타자기 앞에 한참을 앉아 있던 편집자는 그날 자신이 편집부에 보냈던 서신의 내용을 가볍게 훑어보고는, 이내 낮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작업실을 채우는 건 조용한 숨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 충분히 넓지 않은 테이블의 위에는 오래된 타자기와 원고...
0 기성누아 “그렇게 일찍 죽고 싶어요?” 다정하지만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녀가 손을 내저으니 옅은 담배 연기가 부드럽게 흩어진다. 자신의 작업실에 불쑥 찾아온 방문객을 말없이 바라본 누아르는 가볍게 웃으며 몸을 돌린다. 기껏 쉬는 시간까지 줬는데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신년 카운트다운이 머지않은 이 연말의 밤에. 너는 굳이 그 순간을 나와 함께할 생각이 없잖아...
Vestige 펠리아델 나의 몸 위로 작고 따스한 무언가가 얹어지는 감각에 살풋 눈을 뜬다. 어둠과 적막이 마치 무거운 커튼처럼 내려앉아 있는 파리의 밤. 방안으로 옅게 스며드는 달빛. 수없이 봐왔기에 익숙하기 그지없는 천장의 수수한 패턴 아래, 곁에 누워 있던 당신은 고르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팔을 내 허리에 둘러오고 있다. 아델은 아직 졸음이 묻어나오는 한쪽 눈을 비비며 품 ...
Trigger 누아하일 나는 누아르라는 이름이 당신에게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해. 수차례 이어진 수정 작업의 흔적으로 다소 두터워진 아마추어 대본의 표지에 두 유학생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손끝으로 그 이름들을 소중히 더듬고 있는 테레사를 바라보며 누아르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묵직한 슈퍼 8mm 카메라를 그녀에게 건넨다. 세월이 흔적이 묻어나고 있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듯...
Of Time and the River 레콜헌팅 남미 문학의 전성기에 태어난 청년은 영원히 문학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선배의 선물을 한 개비 꺼내 입에 물었다. 니코틴이나 알코올에 의지하는 작가들은 영감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그걸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뿐이야. 그러한 자조 섞인 말을 들었던 흐릿한 기억은 이내 하얀 연기가 되어 눈앞에서 흩어진다. 청년은 익숙하지 않은 흡연에 얕게 기침을 하며 텅 빈...
Confused 누아왕린 처음 당신의 영화를 보았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한창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던 시기의 나는 딱히 영화계에 큰 흥미가 있지 않아서, 평균의 1.5배 수준인 임금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다른 어딘가에서 재미없는 서류 작업에만 파묻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왕린은 냉동실에 잠시 넣어둔 캔맥주를 하나 들고 와 LA에서 새로 장만한 자신의 소파에 쓰러지듯 ...
何日君再來 삼연귀소 “누아르는 정말 타협을 보지 않는구나.” 라는 걱정 어린 말이 작은 한숨과 함께 옆에서 나지막이 들려온다. 늘 그래왔듯 촬영장 한 구석에 마련한 자신만의 흡연 구역에서 자연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누아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파트너를 바라보았으나, 곧 그 말에 어떠한 비난의 의도가 없음을 알고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또 못 하겠다고 뛰쳐나간 머...
Wiecha 코너그룬 나는 폐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룬트리스는 공기 중에 부유하는 희뿌연 잿빛 가루들을 응시하며 그러한 생각을 이어 나갔다. 아직 투박한 모습의 건자재들. 철근. 비계. 거대한 설비들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 그리고 그 아래에는 단단한 토지가 있다. 그것은 모든 것들의 전제가 되는, 어찌 보면 존재함이 ...
Wärme 센티마샤 손끝에서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사실만을 겨우 삼킬 수 있었던 어린아이는 그러한 감각의 실종에 동요할 여유조차 없었다. 차갑다는 통증을 느낄 수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던가. 눈이 시릴 정도의 새하얀 눈밭에서 그녀는 미친 듯이 걷고, 걷고, 걸었다. 도저히 걸을 수조차 없게 되었을 때는 남아 있는 ...
Proposal 삼연귀소 나랑 결혼하지 않을래? 마치 사업이라도 제안하는 것 같은 담백한 문장이 하얀 담배 연기와 함께 부드럽게 일렁인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의 언급에 각본가는 잠시 머뭇거리며 그녀와 눈을 맞춘다. 아름다운 호박색의 눈동자. 여전히 흔들림 없는 시선. 당신은 매번 이런 식으로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처음 만났을 때도 너는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 없는 나에게 다가와...
星空 기성&양월(NCP) ‘영화관’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비좁고 어두운 상영실에 혼자 남아 자리를 지켰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새카만 화면의 아래에서 느릿느릿 올라오는 수많은 사람의 이름. 빼곡히 쌓인 번체로 이루어진 마천루의 가장 높은 곳에 적혀 있는 두 글자는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빛내는 별처럼, 당신의 이름처럼 반짝이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기...
자상 삼연귀소 자기 자신을 한계에 몰아붙일 때마다 나는 익숙한 환영을 본다. 처음 그것과 마주했던 게 언제였더라. 아마도 16살쯤이었던 것 같은데. 부모님에게 선물 받은 슈퍼8mm의 카메라를 들고 며칠을 잠도 자지 않은 채 쏘다녔을 때.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좁고 더러운 골목길의 안쪽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잠시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더니 ...
답신 이졸카 (회지 에필로그) 오랜만이에요. 클라라 씨. 그녀의 두 입술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인사말은, 수년 전 링슈트라세의 어느 커피하우스에서 들었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아. 그 이름으로 불리던 감각도 어느덧 잊고 살고 있었구나. 클라라 윙글러는, 카카니아는 쓰게 웃으며 자기 대신 문을 열어준 재단의 직원을 흘긋 쳐다보았다. 그는 곤란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천... 6
Hydrant 기성누아 차량이 전복되는 장면에 조잡한 소품과 스턴트 액션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어린 배우의 맹랑한 발언은 황당함이나 언짢음이 아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울렁이고 있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을 지긋이 노려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배우를 앞에 두고, 노련한 감독은 답을 주는 대신 책상 위에 굴러다니고 있던 작은 메모지를 한 장 가져와 그 위에 무언가를 적...
L'empreinte 로렌츠x라리사 시베리아 빙원의 위를 덮고 있던,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가볍게 이마를 훑고 스쳐 간다. 마르그리트는 잠시 발을 멈추고 턱끝에 고여있던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주위는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체온에 데워진 숨이 공기 중에 하얗게 흩어지는 것을 눈으로 좇기가 어렵다. 벌써 며칠째더라.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할 것 같은데. 그녀는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총...
Dis-like 삼연귀소 나는 ‘좋아한다’만큼 ‘싫어한다’도 복합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그러한 감정들의 인과를 하나하나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서, 단순하게 표현된 단어들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난 가끔 그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껴. 어떤 싫어함은 그 안의 작은 좋아함도 느껴지곤 하거든.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나지막이 이어 나가는 그...
Cepheus 히사포인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무언가를 기침과 함께 내뱉고 나서야 의식을 되찾는다. 길게 이어지는 이명은 욕조에 깊게 빠져버린 것처럼 그 외의 소음들을 차분하게 덮어버리고, 눈앞에서 일렁이는 뿌연 연기는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히사베스는 그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숨을 힘겹게 들이마실 때마다 폐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
Canopy 코너그룬 별 하나. 별 하나 아래의 작은 우산. 극지방의 하늘에서는 가끔 오로라가 펼쳐진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이렇게 바로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리 엔지니어는 감청 요원에게 선물 받은 두터운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으며 흰 숨을 내뱉었다. 숨결에 흔들려 찬찬히 요동치는 플라즈마는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커튼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그 커튼 아래에는 특유의 개성 있...
Bauplan 코너그룬 옅은 커피 원두의 냄새가 난다. 그 발원지가 바로 제 옆에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박한 기초석이라도 얹어진 것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내면 익숙한 천장이 있다. 담백하게 채워진 백색의 미장 천장. 그리고 그 아래에는 당신이 늘 자랑스러워하던 르코르뷔지에식 수평 창이 방안으로 쏟아지는 채광을 견인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
雪糕 기성하일 정신이 온전치 않던 어머니의 마른 두 손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내어줬던 것은 따스한 포옹이나 다정한 언어 같은 게 아닌, 하얀 비닐봉지에 한가득 담겨있던 아이스크림들뿐이었다. 점점 심해지는 그녀의 병세와 집 앞까지 찾아오는 빚쟁이들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있던 나는 그것을 비좁은 냉동실에 꾸역꾸역 밀어 넣은 뒤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다. 이까짓 게 당신이 남긴 ...
La palpation 이글로렌 ‘기적’에 대한 감청 테스트 끝에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린 지도 교수를 복지 차원에서 마련된 연구실 소파의 위로 힘겹게 끌어 올린다. 바로 옆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바닥에 쓰러지면서 다른 부상을 입으셨을 수도 있으니까. 휘청이는 몸을 가까스로 받아냈던 이글은 곧장 그녀의 호흡부터 확인한 뒤 안전하게 당신을 누일 곳을 찾아 헤맸다. 바닥에 ...
Fondant 히사포인 주의 사항 정도만을 간략히 전달받고 새하얀 문을 열면, 소독약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익숙한 병실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간헐적으로 울리는 기계음과 얇은 시트가 피부에 스치는 소리. 침상 위에 앉아 있는 그녀의 동료 연구원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손이 닿는 곳에 쌓여 있는 종이를 하나씩 가져와 무언가를 적어 내리고 있다. 천천히 문이 닫히는 이질적인 소리를 ...
Kaleidoscope 누아하일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그녀다운 다정한 말에 진심만이 담겨 있다는 걸 누아르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데? 휘발성이 강한 기억은 시간에 따라 흐려지고 왜곡되고 옅어진다. 어떤 저장 매체도 그것을 영원히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 치기 어린 말들은 차마 흘러나오지 못하고 굳어버린 입술의 틈새에 갇힌...
墨 삼연귀소 (무협AU) 洛陽親友如相問 一片冰心在玉壺 《芙蓉樓送辛漸 - 王昌齡》 그것은 분명 마지막이 될 방문이었다. 기성은 날이 다 닳아버린 낡은 검 하나만을 움켜쥔 채 아직 온전치 못한 몸을 가까스로 움직여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어디인가? 나를 버린 어버이의 집? 가축만도 못한 존재 취급했던 고향?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마른풀의 냄새, 그리고 옅은 장작의 냄새가 흘러...
Cuddle 센티마샤 인간의 후각이 마비되기까지 필요한 건 고작 30초라고 해. 그 덕분에 병사들은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말라비틀어진 빵조각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아니, 사실 마비된 건 후각뿐만이 아니겠지.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참호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편지를 써 내려가던 동료의 사지가 포탄에 의해 눈앞에서 터지고 마는 것.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핏덩이가...
Constellation 히사포인 사람들은 우주에 온갖 낭만적인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하지만, 사실 우주는 그저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혼돈일 뿐이야. 나지막이 내뱉는 담백한 발언은 따뜻한 차가 가득 담긴 머그컵의 온기를 부드럽게 덮는다. 그러니까 별과 별을 잇는 행위도 그저 편의성을 위해 우주의 구역을 나누는 목적 정도만 남았다고 봐야겠지. 인류는 이제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났잖아. 그러자 그 ...
CLP 로페몰디 아직 어렸던 나의 작은 손은 권총 하나를 제대로 쥐는 것도 어려워했지. 이제는 마치 필기를 위해 펜을 쥐거나, 혹은 식사를 위해 포크를 쥐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바닥에 달라붙는다. 피부에 맞닿는 감각으로 나의 성장을 알 수 있어. 그 사실에 다소 우쭐해진 나는 하루에 발사한 탄환의 개수를 기억하는 버릇을 들이기 시작했다. 나의 성장을 수치화하기 위해서. 그...
Crank in 삼연귀소 나는 창문을 통해 들어온 따스한 햇볕이 나의 볼을 간지럽히는 감각을 좋아했다. 이른 아침이라고 말하기 힘든 시간까지 두 눈을 꾹 감은 채 당신이 덮어주었던 담요에 얼굴을 파묻고 천천히 숨을 고르다 보면 어느 순간 방문 너머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다정하고 규칙적인 소음이 들려온다. 무언가를 송송 채써는 소리, 무언가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식기가 서로 맞부딪...
Retake 기성하일 아군. 우리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대로일까요. 현실을 오롯이 살아내기 위해 미래를 건드려보지 못했던 어린 배우는 가슴 속 밑바닥에 들러붙어 있던 불안함을 맥주가 담긴 유리컵 위에 띄워 올린다. 아마도 그날은 C07 첫 시리즈의 마지막 촬영이 끝난 밤이었을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영화의 흥행...
Ectotherm 히사포인 무조건 성공하는 시도 같은 건 없는 법이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자신이 직접 입에 담았던 그 문장에 대해 지금도 이성적인 반론은 불가능했지만, 그러한 지침이 당신들을 향하는 순간 거역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우선시해야 할 감정을 알린다. 나는 분노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에 분노하고 있나? 약품 냄새로 가득 찬 작은 병실 안에서, 간이 의자 따위에 앉을 ...
Astrolabe 키페보이 별을 붙잡는 법을 알려 줄까요? 마치 신이 만들어낸 수프가 쏟아진 것처럼 제 머리 위를 가득 채우는 반짝이는 별들의 강 아래, 다정한 어조로 말을 건넨 학자는 소녀를 위해 몸을 낮추며 신기한 기구 하나를 손에 쥐여 주었다. 동그란 휠에 매달린 자그만 망원경.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럽게 휠을 매만지자 학자는 소녀를 위해 설명을 덧붙인다. 자. 여기가 알...
三门仔 누아하일 그녀는 영감이 부족할 때마다 산먼자이로 일출을 보러 갔었다고 말했다. 수면에 거꾸로 비친 어선 그림자와 해수면의 파도는 태양의 메아리였으며, 메마른 생각이 끊임없이 넘실거리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고. 학과에 마련된 작은 작업실에서 함께 대본을 작성하며 부드럽게 이어갔던 언어의 온기.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이야기의 구조를 수정하는 데에 집중하고 ...
Malbec 레콜헌팅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이해하려 해본 적이 없다. 과거에 두 사람이 나누었던 작은 후회의 대사를 어린 천재는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과 나의 사이에는 잉크 냄새가 나는 모험의 이야기만이 가득했지. 그러나 이제는 당신이 마부가 아닌 연필을 쥔 편집자임을, 오래된 낡은 스웨터를 잊지 못하는 천재 포수임을 안다. 레콜레타는 약간의 초조함을 느끼며 두 손으로 유...
難忘初戀的情人 삼연귀소 누아르. 귀에 익은 걱정 어린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한참을 말없이 도시의 야경만 내려다보고 있던 감독이 그제야 몸을 돌려 오랜 친구를 마주 보았다. 차가운 밤하늘의 아래 오랜 시간 그녀의 몸을 홀로 지탱해 주고 있던 낡은 테라스의 손잡이엔 빈 술잔도, 다 타버린 담배꽁초도, 슈퍼8 필름 규격의 오래된 핸드 카메라도 없다. 그러한 공백의 증거를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