何日君再來 삼연귀소 “누아르는 정말 타협을 보지 않는구나.” 라는 걱정 어린 말이 작은 한숨과 함께 옆에서 나지막이 들려온다. 늘 그래왔듯 촬영장 한 구석에 마련한 자신만의 흡연 구역에서 자연스럽게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누아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파트너를 바라보았으나, 곧 그 말에 어떠한 비난의 의도가 없음을 알고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또 못 하겠다고 뛰쳐나간 머...
Confused 누아왕린 처음 당신의 영화를 보았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한창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던 시기의 나는 딱히 영화계에 큰 흥미가 있지 않아서, 평균의 1.5배 수준인 임금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다른 어딘가에서 재미없는 서류 작업에만 파묻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왕린은 냉동실에 잠시 넣어둔 캔맥주를 하나 들고 와 LA에서 새로 장만한 자신의 소파에 쓰러지듯 ...
Of Time and the River 레콜헌팅 남미 문학의 전성기에 태어난 청년은 영원히 문학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선배의 선물을 한 개비 꺼내 입에 물었다. 니코틴이나 알코올에 의지하는 작가들은 영감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그걸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뿐이야. 그러한 자조 섞인 말을 들었던 흐릿한 기억은 이내 하얀 연기가 되어 눈앞에서 흩어진다. 청년은 익숙하지 않은 흡연에 얕게 기침을 하며 텅 빈...
Trigger 누아하일 나는 누아르라는 이름이 당신에게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해. 수차례 이어진 수정 작업의 흔적으로 다소 두터워진 아마추어 대본의 표지에 두 유학생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손끝으로 그 이름들을 소중히 더듬고 있는 테레사를 바라보며 누아르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묵직한 슈퍼 8mm 카메라를 그녀에게 건넨다. 세월이 흔적이 묻어나고 있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