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 전 시행착오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달팽이를 키운 적이 있어요. 니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중얼거렸다. 건조한 주차장 아스팔트에 눈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대로 진한 자국이 남았다. 멋들어진 필기체로 Be the Winner라고 적힌 파칭코 네온사인, 페인트 선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주차된 승용차들, 구석에 늘어선 주황색 고깔들……. 뒤에서는 아까부터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던 자동차 하나가 신경질...
5달 전 할로윈 카니발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는 날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 보니 거실 소파에 아마기 린네가 앉아 있었다. 유독 집에 가기 싫은 날이었다. 종례가 끝나고 교문 밖으로 뛰쳐나온 니키는 하염없이 학원가를 맴돌았다. 할로윈이랍시고 상가 건물마다 요란한 장식을 주렁주렁 매달고 한정 메뉴를 팔고 있었다. 10월의 끝 무렵을 맞이한 니키에게 군것질을 할 돈은 없었다. 이 식당 저 식당을 기웃거리다 ...
5달 전 투우 上 피, 토마토 스파게티, 그리고 아마기 린네 시이나 니키는 붉은 것에는 유독 사족을 못 썼다. 어렸을 때 언젠가 코피가 난 적이 있었다. 공원에서 또래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다 나무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아팠다. 코를 붙잡고 주저앉자 친구들이 달려와서 어깨를 붙잡았다. 얘 코피 나. 겁먹은 목소리들이 한데 모여 웅성거렸다. 니키는 느릿느릿 눈을 뜨고 제 손 위에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내려다보았다. ...
5달 전 말보로 딜레마 2023 아키츠카 전력 #재회 “저거, 그 선배 아니야?” “어디, 어디? 야, 진짜다!” 딸랑, 딸랑. 맑은 종소리가 이자카야 입구 쪽에서 들려왔다. 《카미야마 고등학교 ○○회 동창회》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이 벽에 엉성하게 걸린 채 펄럭였고, 테이블 몇 개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던 카미고 졸업생 일동의 시선은 일제히 입구에 선 금발의 남자에게로 쏠렸다. 아키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5달 전 패션 페어, 4일 차 오후 '애'와 '어른'의 불편한 동행 “무리. 절—대 안 가.” 우시오는 고개를 저으며 티켓을 도로 내밀었다. ‘HAMA 패션 페어’. 나나키가 사정을 설명하며 떠넘긴, 깔끔한 타이포그래피와 오늘의 날짜가 인쇄된 분홍색 티켓 두 장. 눈에 띄게 퉁명스러워진 우시오의 낯을 살피던 나나키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손해 볼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거절인가. 이렇게 쉽게 단념할 수는 없었다....
6달 전 카페모카 마들렌 두 조각어치의 장례식 네가 그렇게, 붙잡아달라는 듯한 눈을 하니까……. ※ 나나키 구장노벨 1.5부 내용 숙지 권장 열여섯 살 나나메기 나나키의 때 이른 부고를 받은 날이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우시오는 옷장을 열어젖혔다. 가지런히 걸어 둔 옷걸이 몇 개를 신경질적으로 뒤적거리며 한참을 둘러봐도, 새까맣고 포멀한 옷은 한 벌도 없었다. 산 적도, 사볼 생각도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했다.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
6달 전 커밍아웃 나 말이야, 여자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 주임 성별 여성 전제 “나, 말이야.” 비가 내리던 어느 주말의 오후. 선약이 있어서 나간 동료들, 오피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선임들, 심부름 일을 하러 떠난 룸메이트……. 온갖 경우의 수가 유독 겹치는 날이었고, HAMA 하우스는 드물게도 거의 텅 비어 있어서 무척 한산했다. 실내를 산책할 생각으로 잠시 방을 나온 나나키의 눈앞에 뜻밖의 인물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