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우주를 떠도는 괴짜 창호기려 게이트의 시대가 끝났다. 그것이 나타났던 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지구상의 모든 게이트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아프리카의 게이트부터 시작해 아메리카의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는 극지방에 남아있던 게이트까지도 사라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맨 처음, 인류는 모든 갑작스러운 것에 그러하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창호기려 8
일 년 전 바다 위의 흔들다리 창호기려 어느 해의 어느 날, 아주 평범하게 국밥을 먹으며 가게에 놓여있는 TV를 멍하니 보고 있던 김기려는 문득 자신이 좆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른바 그런 이야기다. 그는 입을 벌리고 푸짐하게 밥을 푼 숟가락을 반쯤 입에 넣은 채로 굳었다. 뜨끈하게 김이 나던 숟가락 위의 밥이 식을 때까지, 입 안의 침이 마를 때까지, 벌린 턱이 아려올 때까지. 그는 한참이나... #창호기려 54
일 년 전 강창호의 잃어버린 명예 창호기려 연달아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눈이 부시도록 섬멸하는 빛. 색채조차도 집어삼킬 듯한 그 광량 속에서도 파충류의 눈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곧은 시선으로 모인 군중을 살필 뿐이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군중의 표정이란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혼란, 경악, 경멸, 공포, 증오, 그리고 의문.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것들. 그에게 어떠... #창호기려
일 년 전 전기장판도 때로는 고장날 때가 있다 창호기려 김기려라는 시신은 기본적으로 대마도사의 유려한 지휘를 통해 움직이고 있다. 그는 낯선 포유류의 근육을 움직이고, 신경계를 조절하며, 심장을 움직인다. 미세한 조정까지 끝내둔 육체는 이제 그에게 제2의 육신이나 다름없다. 손끝의 움직임으로 악단을 지배하는 지휘자처럼, 그는 이 육신을 마음껏 통제하고, 지배한다. 옛 주인을 잃은 순종적인 육체는 새로운 주인의 ... #창호기려' 34
5달 전 f=μN 창호기려 / 피겨 AU 김기려가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 이유랄 것도 별 것 없었다. 그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다양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중에 피겨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이 마침 김기려의 눈에 띄었을 뿐이다. 안 그래도 여러 피겨 유망주들과 메달리스트들의 등장으로 전국적인 피겨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4년마다 돌아오는 동계 올림픽 ... #창호기려 34
일 년 전 f=μN 외전 창호기려 / 피겨 AU 깜빡, 깜빡. 무겁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뜨인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눈은 점차로 또렷하게 상을 잡아낸다. 눈에 비치는 것은 익숙하기보다도 낯선 천장. 그러나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실 그는 낯익은 천장을 보는 것만큼이나 낯선 천장을 보는 데에 익숙했으므로. 그보다도 신경쓰이는 것은 온몸에 은근하게 느껴지는 근육통이다. 이곳저곳이 뻐근한데. 특히나 ... #창호기려 39
일 년 전 천사의 속삭임 창호기려 / 리퀘스트: 김기려 감금하는 강창호 영화가 끝났다. 검게 물든 화면에 하얀 글씨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외국어로 된 생소한 이름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배우부터 감독, 조명에 카메라까지, 한 세계를 만든 이들의 이름이다. 100분 여의 시간만에 화면은 비로소 바깥의 세상을 조망하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이쪽을 비출 때, 비로소 의식은 맥동한다. 김기려는 흘러가는 구름을 좇듯 표류하... #창호기려 24
8달 전 Stand by me 창호기려 기심체가 사라졌다. 이 짧은 한 문장이 쓰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분투와, 눈물이 필요했는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이야기가 나타나고 또 스러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기어코, 그들은 침입자를 무찔러냈으니. 이 모든 것은 이와 같은 배경에서 시작한다. 텅 빈 벌판에 두 남자가 서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창호기려
9달 전 종의 기원 창호기려 / 케이크버스 AU 0. 분류와 구분이란 곧 인간의 본능이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은 부족이며 불완전이니, 이름을 붙이고 규칙을 부여하며 계층을 나눌 때에야 비로소 그것을 정의할 수 있다. 생물이며 무생물, 심지어는 관념에 이르기까지. 최초의 인간이 눈을 뜨고 스스로를 정의하기 시작한 이래로 인식의 범위 내에 들어온 모든 것은 정의되었으며 곧 구분되었다. 그런즉, 인간 스스로는... #창호기려
5달 전 그리하여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창호기려 516화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 오늘 하루만 산다! 517화 나오면 폐기 예정 제 희생을 거름 삼아 이룩한 후대의 산물에 대해 어떠한 기대도 품고 있지 않던 제1마도사장이 들었더라면 기함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고도화된 문명을 이룬 수만 년 후의 알파우리에도 극히 일부나마 아이들은 존재했고 그들을 위한 문화가 분명히 존재했다. 물론 그것은 지구인 여러분이... #창호기려 199
일 년 전 수면내시경은 사랑을 싣고 창호기려 517화까지 읽고 나서 읽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김기려의 몸을 탈취한 외계인은 지난 몇 년 간의 지구 생활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가 몸 담고 있는 나라의 보건복지가 썩 괜찮은 편이라는 사실이다. 정작 김기려 본인은 시체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는 고로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손에 꼽았지만, 헌터라는 업계 특성상 병원을 오갈 일... #창호기려 1,045
5달 전 재회 부적을 400만원 어치 샀는데 애인이 안 돌아와요 창호기려 선우연이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공무원은 황금 같은 주말을 맞아 밀린 드라마를 몰아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 최근 모 OTT 서비스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가 어찌나 인기던지, 동료 직원들은 물론이고 협회를 방문하는 사람들까지 하나같이 그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지금까지는 이래저래 바빠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그녀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태블... #창호기려 382
9달 전 Ultrasound 밴드 AU 창호기려 어둠 속을 가르는 형형색색의 조명, 수많은 인파가 만들어내는 열기와 함성. 그 속에서 말초적인 자극은 뇌리를 타고 달려나간다. 둥, 둥.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비트와 함께 한순간에 모이는 시선이란 언제 보아도 중독될 만한 것이다. 텁텁하게 달아오른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피크를 고쳐잡는다. 아주 잠깐의 정적. 허나 다른 누군가가 그 순간을 눈치채기도 전에 ... #창호기려 48
20일 전 이세계 레스토랑을 향유하라 창호기려 / 패밀리 레스토랑을 향유하라 AU 1 이곳은 영원의 패밀리 레스토랑, 문 팰리스. 창 너머로 비추는 달은 언제나 그득히 차 있고, 드링크 바에는 물건이 떨어질 날이 없다네. 창가 자리의 손님, 김기려는 잔에 담긴 사과주스를 홀짝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오래전에 익숙해진 풍경은 달리 새로울 것도 없다. 하나씩 자리를 잡은 손님들의 면면이며, 벽면을 장식한 포스터며, 드링크 바에 놓인 물... #창호기려 18
20일 전 삼백예순하나의 길 창호기려 / 바둑 기사 AU 제2국, 백의 84수. 흑의 형세가 휘청이기 시작한다. 흑의 양화점兩花點으로 시작해 백은 대각선 소목으로 대응. 이후 한동안 정석적인 포석이 이어지고 제 집을 굳히던 차다. 실리의 구도를 취하던 흑은 33수, 돌연 백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온다. 그러나 뒤따른 백의 34수와 36수에 흑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새로이 지어진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려면 제 몸... #창호기려 61
8달 전 햄부기를 차려오거라 창호기려 / 빙글님 커미션 다소간 붉은 기가 도는 난색의 조명, 일반적인 가요보다 조금 더 빠른 감이 있는 템포의 음악. 북적이는 사람들과 끊이지 않는 대화소리. 흘낏대는 시선들……. 이 모든 것이 어울리는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클럽? 틀렸다. 어딘가의 핫플레이스? 틀렸다. 이곳은 다름 아닌 망원동 어드메의 수제 햄버거 집이었다. 그리고 그 내부, 중심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창호기려 16
8달 전 같은 하늘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창호기려 / 빙글님 커미션 1 어느 해의 어느 달, 어느 평범한 날. 강창호는 알파우리의 지구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수많은 일 중 몇 가지를 끝마치고는 제 저택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여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하늘은 시커멓게 물든 한밤중이었으니, 주변은 그 흔한 말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고 주변에 빛을 내는 것이라고는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과 형형하게 빛나는 녹색의 눈 뿐이... #창호기려
2달 전 It's a match! 시향러님 연성교환 / 5,345자 세상만사 참 알 수 없고 인생사 어떻게 흐를지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다고는 하지만 설마하니 그게 외계인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하기야 알파우리에서도 아무리 예지 마법이 발달한들 끝내 예측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 존재했고 ‘반드시’나 ‘절대’라는 것은 없다고 봐야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고도로 발달한 마도사회의 시민이 원시 지구 사회에 녹아드... #창호기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