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 언제나 늘 그렇듯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외부인 배척이 심한 시골 촌 동네. 최요원이 그 마을에 대해 아는 것은 딱 그 정도뿐이었다. 그곳 출신인 어머니마저 질색하는 곳이었지만, 최요원이 그곳에 가게 된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 유품을 정리할 사람이 없단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지 좀 됐고, 아버지는 행방불명. 어머니의 다른 형제자매들은 없고 아버지 또한 최요원이... #최솔#요원솔음 1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2)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좀 전까지 ‘이놈의 마을은 왜 이리 복잡한 거야’ 욕했었는데 그게 이런 면에선 또 의외로 도움이 됐다. 한 번 본 것은 무엇이든지 잊어버리지 않는 최요원은 자신이 헤맸던 그 길조차 외워 적절히 이용했다. 사실 한두 번 정도는 사람들과 마주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으나, 사람들은 벽 뒤에 기대 숨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마치 그들을 비추는 ...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3) 오늘 기억은 나쁜 악몽이라 생각하고 전부 다 잊어요. ⚠️ 폭력 살면서 누군가에게 맞아본 적이 있는가? 가벼운 한두 대 정도가 아니라 비 오는 날 먼지 날리게 맞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최요원이 누군가에게 맞아본 적이라곤 기껏해야 학교에서 장난치다 학주한테 걸려서 대걸레로 얼차려를 받아본 적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중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다. 온몸을 때리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 ...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4) 소년의 이름은 솔음이다. ⚠️ 아동 학대를 연상시키는 요소 소년의 이름은 ‘솔음’이다. 사실 이름도 그게 맞는지 정확하게는 몰랐다. 아무도 소년을 ‘솔음’이라고 불러주지 않았으니까. 소년은 이름보다도 ‘■■님’이라고 더 많이 불렸다.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누군가 한 번 불러준 것이 고작이었다. 봄날의 바람처럼 너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탓에 처음엔 그것이 자신의 이름인 줄도...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5)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던 맹수는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검찰청 로비로 거침없는 발걸음의 남자가 들어섰다. 주 출입구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로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선 남자에게로 쏠렸다. 단연코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임은 분명해 보였다. 물론 유명의 의미가 긍정적인 의미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그를 보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떠나거나, 로비로 나오려다 몸을 돌리고 또 ...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6) 그리운 빛이 일렁였다.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마을 뒷산에 떡하니 자리 잡은 휘황찬란한 궁전은 여전히 색조차 바래지 않고 번쩍거렸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작은 마을에서 헌금을 걷어봤자 얼마나 걷는다고 으레 저 궁전이 여태 유지될 수 있는 것에는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가령 외부로부터의 찬조라든가. 최요원은 교단으로 안내하는 장허운 순경의 뒤...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7) 정말, 당신이 정말로 왔구나. 이름이 불린 순간, 최요원은 여전히 벽에 바짝 붙은 상태 그대로 꼼짝도 못 한 채 얼어붙어 있었다. 술래잡기하듯이 누군가 다가와 자신을 치며 ‘땡’이라고 외쳐주기만을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최요원의 동공이 답지 않게 흔들렸다. 이것은 혹시 꿈일까. 눈앞의 저 애가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자신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각이 아...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8)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꼭 숨이 막힐 정도로 안아줘야지. 조력자의 존재는 생각보다 컸다. 특히 내부에 조력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천지 차이였다. 사실 최요원이 잠입부터 하게 된 데에는 기본적인 조사를 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부에 커넥션을 만들어두기 위함이 가장 컸다. 그래야 안팎으로 정보 교환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작전 수정이 가능하니까. 어쨌든 맨땅에 헤딩을 각오했던 것과 다르게 생각보다 모든 것이 ...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9) ■■님 말고 네 가호를 줘. 다음날 이른 새벽, 최요원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선잠에서 깼다. 노크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최요원은 바로 나가보려다, 문득 기척에 예민한 최요원과 달리 평범한 사업가에 불과한 ‘이강헌’은 그렇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일부러 뜸을 들였다. 노크 소리가 다섯 번 이어지는 동안 최요원은 막 침대에서 일어난 것처럼 일부러 머리를 거칠게... #최솔#요원솔음
4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0) 가만히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다. 최요원이 교단 밖으로 나온 것은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그 며칠 새 어두컴컴한 실내에만 있었다고 며칠 만에 보는 햇빛이 눈 부셨다. 눈을 찌르는 강한 햇빛에 최요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뒤를 돌아 최요원은 조금 전 자신이 나온 교단의 건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으리으리하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으며, 안에서도 밖으로 쉽게 나올 수 없... #최솔#요원솔음
6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1) Q. 왜 그렇게까지 해요? Q. 왜 그렇게까지 해요? 생판 모르는 남 아닌가. 언젠가 누군가 그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차피 그냥 어린 날의 스쳐 지나가는 기억일 뿐이라고. 그냥 다 잊고 그만둔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고.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경찰이 다 알아서 할 거다, 그러니까 젊은 날의 시간과 노력들을 바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 질문의 ... #최솔#요원솔음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2)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도우려고 하는 건 전부 다 최 선배님 덕분이겠지요. “선배님.” “어, 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최요원은 깜빡 잠들었던 의식을 끌어올렸다. 아슬아슬하게 기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자, 의자가 삐거덕거리며 무너지는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불이 다 꺼진 좁은 자료실 안으로 복도의 형광등 빛이 선을 그리며 최요원이 있는 곳까지 닿아있었다. 그 빛이 새어 들어오는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재관이 있... #최솔#요원솔음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3) 도우려고 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빛을 이룬다. 남자의 얼굴에는 짜증이 잔뜩 서려 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날 것만 같았다. 최요원은 변덕스러운 그가 몸을 돌리기 전에 한달음에 달려가 맞이했다. “백사헌 씨, 오셨네요.” “설마 늦었다고 뭐라 하는 건 아니죠?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만 몇 시간인데.” “그럴 리가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네, 알면 됐습니다.” 너무나... #최솔#요원솔음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4) 날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당연하지만 이 망할 곳은 언제 봐도 참 정이 들지 않았다. 물론 그새 정이 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겠지만. 이강헌의 탈을 뒤집어쓴 최요원은 익숙한 걸음으로 마을을 지나 교단으로 향했다. 두 번씩이나 교단을 들락날락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한 층 누그러진 게 확연히 느껴졌다. 이번에도 교단까지는 장허운 순경이 동행했다. 어차피 안으로 들어... #최솔#요원솔음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5) 무심코 지나쳤던 또 다른 진실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 간접적인 성범죄 묘사가 있음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은 최요원이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적기였다. 교단에 다시 들어온 최요원의 목적은 총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솔음을 만나 그동안 알아낸 사항들을 일부 공유하고, 디데이가 다가오면 솔음을 보호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교단의 범죄 행위를 좀 더 확실히 할 만한 증거들을 찾는 것이었다. 확신을 가지고 최요... #최솔#요원솔음 2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6) 그건 삶에 대한 집착이고 애착이었다. ……알려주려고 했는데, 솔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생각해 보면 교단 내에서 솔음과 마주쳤던 순간들은 입교식을 치르던 때를 제외하면 전부 다 솔음이 먼저 최요원을 찾아왔었다. ‘이강헌’이 아무리 교단 내 VIP라고는 해도 솔음의 처소가 있는 곳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다. 위성 전화를 경비반장이 아니라 솔음에게 줘야 했을까? 하지만 최요원의 판단은 몇 번을 해도... #최솔#요원솔음 2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7) 이제부터는 이른바 깽판, 아니 작두판이라 불리는 최요원의 전공 시간이었다. 04:00:00 재관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이틀 뒤 해 질 무렵이었다. 디데이 하루 전이었다. 무전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무식하게 큰 위성 전화는 진동 소리마저 컸다. 이 때문에 들킬 위험이 있어 웬만한 연락은 최요원이 먼저 취했고, 연결된 김에 겸사겸사 재관이 용건을 전달하는 식으로 소통해 왔다. 그런 불문율도 무시할 만큼 재관이 먼저 최요원에게 전화를 ... #최솔#요원솔음 2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8) 행운을 빌어요! 02:59:50 서고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는 길에 한두 번 정도는 경비들을 마주칠 거라 예상은 했는데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숨겨진 통로가 있지 않은 이상 서고로 향하는 다른 길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상할 따름이었다. 어쩌면 그 경비반장이라는 사람이 손을 미리 써두기라도 한 걸까 합리적인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최솔#요원솔음 5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19) 최요원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02:30:16 텅, 텅.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리는 그 소리는 간헐적으로 몇 번이고 이어졌다. 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바닥을 막고 있던 두터운 뚜껑이 조금씩 들썩였다. 마치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듯한 처절한 울림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힘을 쥐어짠 것 같은 큰 소리가 울렸을 땐 뚜껑이 낮게 솟구쳤다가 뒤집어지며 떨어졌다. 뚜껑... #최솔#요원솔음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20) 댁들이 십 년 전에 살려둔 그 소년이 이곳을 무너뜨리러 왔다고. 02:20:22 “솔음아!” 최요원은 교단 곳곳을 돌아다니며 솔음의 이름을 외쳤다. 혹시나 해 가장 먼저 솔음의 처소부터 다녀왔지만 정결 의식에 불려 갔다던 솔음은 예상대로 없었다. 다만 흐트러진 이불이나 바닥에 떨어진 베개 등을 보았을 때 그놈의 정결 의식인지 뭔지 하는 것도 급하게 이루어진 듯 보였다. 명백하게 남아 있는 저항의 흔적을 통해 끌려가는 솔... #최솔#요원솔음 5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21) 가요. 밖으로. 01:50:44 ……탕. 솔음의 귀가 멀리서 희미한 소리를 잡아챘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솔음에게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건 분명 총소리였다. 설마. 바늘처럼 첨예한 감각이 그동안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던 불안감을 뻥 터트렸다. 심장이 너무 뛰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소리가 들린 방향은 뒤쪽에서였다. 자신이 지나왔던 길 쪽이다. 솔음은 부리나케 다시 왔던... #최솔#요원솔음 6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22)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실내에 웬 시냇물…….’ 하며 꿈을 헤매는 것 같은 두루뭉술한 기분에서 솔음은 차츰 깨어났다. 묵직했던 의식이 느릿하게 떠올랐다. “콜록, 콜록….” 정신을 차린 솔음은 가장 먼저 목구멍에 이물질이 까슬까슬하게 들어찬 감각에 기침부터 저절로 터트렸다. 숨을 쉴 때마다 칼날을 집어삼킨 것처럼 목 안쪽이 따가웠다. 눈을 ... #최솔#요원솔음
4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23)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사무총장의 손목에 채운 수갑, 그리고 마침내 온전하게 맞닿은 솔음의 온기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음을 말해주었다. 이제 그들의 걸음을 가로막을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최요원이 할 일은 그저 솔음의 손을 꽉 쥔 채, 이 뒤틀린 성역의 문을 걸어 나가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하면 지난 십 년간 서로의 뼈마디를 갉아 먹던 지독한 악몽에도 마침내 영원한 침묵을 ... #최솔#요원솔음
5달 전 그것을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24) 기나긴 악몽에 완전한 마침표가 찍혔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놀랐다. 이성해가 등장한 순간, 반사적으로 최요원과 솔음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들이 당황하든 경악하든 간에 이성해는 여전히 그 특유의 매끄럽고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교단이 붕괴한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녀에게선 놀라거나 동요한 기색 따위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도 범상치 않다고는 여겼... #최솔#요원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