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달 전 신화의 끝 일이 끝나면 그 가게에서 신이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이 신을 동경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초의 사랑은 의미가 없었고, 결국 신은 역사의 뒷전에 놓인 신화 속에서 저물어간다. 신들의 말로는 몇 가지로 나뉘었다. 사랑하던 것들이 다 죽어 없어져 미치거나, 여전히 사랑한다는 이유로 구제와 시련을 내리거나, 모든 의미를 잃은 채로 유령처럼 떠돌거나. 신화가 저물어가...
10달 전 신화의 편린 일이 끝나면 그 가게에서 신이라는 초월적 종족은 제멋대로에 종잡을 수 없고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전지하거나 전능하며, 세계 하나를 만들거나 부술 수도 있다. 그들은 대체로 자비를 모르며, 인류를 구제하거나 시련을 내릴 수도 있다. 도르네도는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많은 존재를 만났다. 그중에는 신도 있었다. 멀고 높은 곳에 있는 지고한 자들. 신과 ...
10달 전 도시의 그림자 일이 끝나면 그 가게에서 부슬비가 굴러떨어지는 시간이었다. 담은 가게 아래에 서서 회색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입에서 내뱉는 한숨에 김이 서릴 것만 같은 차가운 비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원래 같았다면 지금 담은 도르네도의 거점에 있어야 했다.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잠시 나온 차에 비가 쏟아졌고, 우산도 없었다. 비 좀 맞고 ...
9달 전 우화하지 못한 나비 일이 끝나면 그 가게에서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더욱 그랬다. 일에 열중하면서 다른 것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그의 사랑하는 연인을 보면서였다.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면서도 누군가를 희생시킨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한 명의 희...
9달 전 무제 일이 끝나면 그 가게에서- 도르네도 3일차 날조 아담은 도르네도가 알려준 숫자를 잠시 곱씹으면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바람도, 빗방울도 없는, 차갑고 조용한 도시의 풍경은 담에게 미약한 안정감을 쥐여 주었다. 단순한 숫자라고 하기에는 좌표값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 듣는 숫자인 만큼, 아마도 아주 중요한 것을 숨겨둔 모양이지. 군사기밀 시설 같은 것 말이...
9달 전 전투 (2) 도시의 외곽이 시끄러웠다. 담은 잠시 큰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푸르고 붉은 눈동자에 흰색 이채가 서렸다. 역겨운 괴수의 향기…. 워커스 하이에 가만히 앉아 구경하던 담은 술잔에 담긴 것을 마저 삼키며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 가게 안에 아무도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부른 이름이었다. 점장은 담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다가 얕은 한숨을 내쉰다. ...
7달 전 꽃 열세 송이, 칼 한 자루.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는 어떻게 화원이 되는가? 꽃 한 송이, 모든 것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생명의 시작, 아름다운 자연의 씨앗, 그리고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장엄한 힘. 세상에 바치는 헌사의 시작이 꽃 한 송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헌사의 비밀이라,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세상의 신은 정말 모든 것을 사랑했다. 꽃 두 송이, 그리고 사랑은 불길...
7달 전 외부 진료 “선배, C의 부상이 생각보다 더 깊습니다. B는 다행히 가벼운 수준에서 그쳤고요.” “부상은 얼마나 심각하지?” “거동할 수 없습니다. 지금- 잠깐, C…!” “17cm 정도 되는 도검류에 옆구리가 찔렸습니다. 다행히 급소는 피한 것 같고, 칼을 제거하진 않았습니다.” “알겠다, 금방 갈 테니 추가 부상에 유의하며 대기해.” “예, 선배.” A는 짧게 안...
7달 전 신세계의 밤 이 세상에서 불변의 진리는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학자가 인정한 명제이다. 하지만 영원을 사는 이들은 그 명제를 누릴 수 없다. 신의 선물인 망각도, 한 줌의 다정함과 서글픔도 모두 허락되지 않는, 잔인하고 가치 없는…. 영원을 사는 것은 더 이상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영원을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7달 전 화려한 서커스! 선명한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서커스 무대 위에서 마구잡이로 흩어진다. 허공에 마법으로 매달려 움직이는 긴 실크를 타고 춤추듯 움직인다. 허리에 실크를 감고,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곧 다른 실크를 붙잡고 단번에 끌려 올라가듯 하며 상체를 뒤로 젖힌다. 완벽하게 반전된 시야에선 아슬아슬한 곡예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긴장감과, 마침내 동작이 성공했을 때의 열렬한 환...
8달 전 서글픈 사랑 오루니 ED.6 아담은 오루니가 떠난 어두운 방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아담을 지켜보았다. 아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뱉은 말은 옛적에 버려둔 신의 음성이었다. 나의 종들아. 신이 흘린 부스러기 같은 힘에서 탄생한 오루니의 권능은 오루니보다도 더욱 충실하게 신을 알아보았다. 아담은 제 무릎...
7달 전 추락한 꽃 평생 이어질 것 같던 차가운 겨울에 몸을 웅크려 보냈으며, 기나긴 시간이 다 지나 찾아온 봄은 혹독하도록 아름다웠다. 봄은 만물이 웅크린 몸을 일으키는 계절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넘쳤으며, 그 선율에 맞춰 곡예를 이어가는 자의 얼굴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스크릭은 아일로냐를 사랑했다. 아일로냐의 해맑은 웃음, 순수하고 통통 튀는 성격을 좋아했다...
9달 전 고요한 안정 시고미세 드림 도르네도는 평생을 즐거움만을 쫓으며 살았다. 살아 숨 쉰다고 느끼는 것, 평생의 가치를 즐거움에 두었다. 도르네도가 추구하는 즐거움은 행복이나 안정,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찰나의 감정이었다. 서슬 퍼런 칼날이 네온사인 아래서 번뜩이는 순간, 바닥에 굴러다니는 탄피가 붉은 웅덩이에 떨어지며 파형이 일어나는 찰나, 책이 높은 곳에서 떨어...
8달 전 필요없는 구원 아담은 치안유지 부대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어쩌면 치안유지 부대의 초기 직원이었을지도 몰랐다. 아담은 수많은 사람을 살렸고,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해왔다. 아주 적은 의료인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표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담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였고, 그 선함으로 자신의 안위까지 바칠 수 있었다. 당국에서는 그런 아담을 ...
7달 전 과거의 이야기 아담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철제 천장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눈꺼풀이 눈동자를 덮는다. 암전이 찾아온 눈동자 위로 지나간 날이 밀려 들어온다. 지나간 기억은 착색된 상처이자 추억이요, 생명은 그것을 삶이라 부른다…. 아담은 많은 생명이 믿는 삶이라는 개념을 믿었다. 눈을 내리누르듯 감고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필시 지나간 순간들, 삶을 떠올리는 것이다. 기억...
6달 전 무제 도르네도가 아담을 제대로 알게 된 이후로, 치안유지 부대를 바라보는 도르네도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원래는 귀찮고 방해되는, 때로는 약간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집단이었다. 전면전만큼은 하지 않았고, 또한 완벽한 위협이 되는 순간도 없었으나 치안유지 부대의 대원이라면 누구나 도르네도에 대해서 알고 있기도 했다. 도르네도는 아담이 치안유지 부대 내부에서 ...
6달 전 잔인하고 가치없는 눈을 굳게 감고 있던 아담이 조심히 눈을 떴다. 깊고 무거운 암전에서 깨어나자마자 눈앞을 가리는 흙먼지에 표정을 잠시 찌푸렸다. 아담은 주변에 누가 있는지부터 가늠했다. 주변은 완전한 정적이었다. 그리곤 제 손발이 무사히 붙어있는지, 구속되진 않았는지 확인한 뒤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청량한 바람이 감돌고 주변을 휩쓸듯 밀어낸다. 껍데기가 무거웠다. ...
6달 전 노파의 돌과 여우창문 아담은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히 숨기고 다녔지만, 누군가가 구태여 들여다본다면 그것을 막지도 않았다. 숨기는 것은 배려였고, 굳이 들여다보는 것을 허용한 것은 자비로움이었다. 필멸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막는다고 한들 그것이 막히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렇게까지 해서 호기심이 풀린다면 다행인 일이었다. 도르네도는 그런 아담을 존중하고 아꼈으나, 가끔, 아주 가끔은...
6달 전 언젠가의 전투 (과거) 세기가 바뀌며 많은 것이 변화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이라고 하면 전쟁의 양상이었다. 그것은 이제 어떠한 국가 간에, 그리고 국가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은 잘게 쪼개져 기업과 개인에게 넘어갔다. 모든 삶이 치열한 전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폭력의 억제기와 증폭기의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폭탄 같은 상태였다...
6달 전 신체 수리 방심했다. 이렇게까지 방심해 큰 상처를 입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어떻게든 의뢰를 완수한 뒤 복귀하는 길에 휴대기기가 울리는 것을 본다. 도르네도는 휴대기기를 보고 자신의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을 깨달았다. 신체 곳곳에 심어둔 모듈이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개인 거점에 돌아오자마자 허물어지는 몸을 아담이 받치지 못했다면 이미...
6달 전 텅 빈 마음을 끌어안고 천장의 줄에 매달린 붉은 곡예용 천이 물결친다. 곡예용 천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던 아일로냐의 시선이 흔들린다. 데카는 아일로냐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했지만, 거리가 멀었던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언제나 떠 있던 웃음이 사라졌다는 것뿐이었다. 웃음. 아일로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 다른 사람을 볼 때마다 지었던, 풍부...
6달 전 밤중사냥 도르네도는 사냥감이 도망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완벽히 통제된 상황에서 입맛대로 굴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에서 크게 엇나가는 상황을 선호하지 않았다. 변수를 즐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상해 둔 범위 내에서였다.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기 때문에 감을 잡기 어려웠을 뿐이지. 그리고 베타는 그런 도르네도의 성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6달 전 껍데기 바꾸기 아담에게 있어 육신의 변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타 종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껍데기의 형태를 바꾸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친밀한 사람을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껍데기가 아무리 바뀌어도 내부의 것은 그대로였다는 것을 설명해도,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아담은 여러 사람의 부탁으로 신...
6달 전 대장 루트 아직없음 진짜 Real 날조 워커스 하이의 밤은 평온하다. 아담은 평소처럼 가게에 들렀고, 점장은 달빛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아담을 안내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고, 아담은 그런 소란스러움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부름이 들린다. 담! 오늘은 다른 사람과 합석해도 괜찮겠어? 손님이 가득 차서 말이야.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나중...
6달 전 피의 향기 사제 아담 × 악마 도르네도 일부 고어적 표현 주의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며…. 손에 들린 등불이 흔들린다. 맑은 흰 빛깔이 퍼져 나가며 삿된 것을 막는다.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를 이어 나가며, 동시에 맨 앞에서 악을 막은 신이 남긴 말을 따라 읊는다. 서로...
6달 전 취중진담 도르네도는 술에 거의 취하지 않는다. 취할 만큼 먹기 전에 불쾌해지는 감각이 먼저 와서 그만둔다. 취한다는 감각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끔은 취하고 싶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 그것을 아담에게 말했고, 아담은 잠시 고민하더니 작은 선물을 하나 건넸다. “이게 뭐지? 머들러?” “얼음과 술을 잔에 담고, 섞기만 하면 돼요. 술에 취하고 싶다면서요...
6달 전 위선 아담은 외래진료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병원 내부의 일만으로도 매우 바쁘고 환자가 많았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지만, 코드 블랙이 수시로 걸렸다가 내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말 큰 사고가 터졌을 때, 아담은 병원의 일을 최대한 수습하고 현장으로 뛰어가곤 했다. 급히 현장으로 가서 최대한 상황의 수습을 도우면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곤 했다. 그 과...
6달 전 어린이날의 아쿠아리움 도르네도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항상 품에서 자던 아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담이 먼저 일어나는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리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작았던 것이 신경 쓰였다. 손님이 왔다기에는 지나치게 고요했는데. 곧 걸음을 옮겨 소리가 나는 방 쪽으로 다가갔다. “아담?” “어, 도르, 으앗…!” 평소보다 얇고 가느다란 목소리에 문...
6달 전 갈등할 필요도 없는 오랫동안 의사로 일하면서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은 늘 쓰라린 맛을 남긴다. 무엇을 해도 살릴 수 없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치료받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외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치료를 그만두는 상황도 있었다. 베타는 그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그 상황으로 돌아간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
6달 전 짧은 꿈 도르네도는 눈을 떴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눈앞이 온통 검은색이었다가, 곧 희게 물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것이 꿈인 것을 알았다. 꿈속에서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을 느끼다니. 이상하고도 기묘한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다. 곧 향기가 느껴진다. 도르네도에게 익숙한 시취였다. 그 익숙한 냄새에 익숙한 경계를 가지다가도, 눈앞의 풍경을 보곤 맥이 풀...
6달 전 대장 루트 - 2 아담은 대장과 다시 만남을 이어가고 있을 때, 치안유지 부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곳의 선함을 믿는 것과 그곳을 신뢰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대장도 아담이 다시 치안유지 부대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필멸자는 아둔하다. 같은 잘못을 다시 반복하고 만다. 아무리 경고해도, 혹은 저주와 죽음으로 휩쓸어도. 아담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그 모든 잘못을...
6달 전 시민과 연인 중 누구를 구할까? 아일로냐 에이멜 루트 머리 안쪽부터 깊은 통증이 느껴졌다. 멀미감이 내장을 휩쓸었고, 따갑고 불쾌한 감각이 날카롭게 꽂힌다. 아일로냐는 이 감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약물. 전신에 아릿하게 퍼지는 통증을 느끼고, 이것이 단순한 상해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문. 그리고 매섭게 깨지는 기억의 파편들. 아일로냐는 차가워지는 눈을 애써 깜빡였다. 머리를 어딘가에 크게...
6달 전 비가 쏟아지는 밤 묵직한 철제 상자가 넘어진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화약 냄새가 무거운 빗방울에 젖어 들어 낮게 가라앉는다. 도르네도는 몇 번째일지 모를 표적을 죽이고 있었다. 아담과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도르네도의 의뢰 방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이전이라면 표적이 누구인지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표적이 악인에 가까웠다. 악을 응징하는 악이라. 도르네도는 미묘한 ...
6달 전 고양이가 되 :) 아담이나 도르네도는 서로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특히 도르네도는 아담이 외형을 바꾸는 것을 오히려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외형이 변한 것은 자신의 동족이 된 모습이었다. 이후로도 꽤 여러 번 외형을 바꾸었다. 임상시험의 표본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뒷골목 의사로 살며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표본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으나...
5달 전 1주년을 기념하며 도르네도는 옷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 아니었다. 옷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큰 흥미가 없기도 했다.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상당히 적었다. 장신구는 더더욱 그랬고. 그런 옷보다 무기나 약품을 모으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아담과의 연애와 동거를 시작한 이후부터 조금씩 달라졌는데, 특별한 날이 가까워졌을 때는 더욱 신경 쓰기도 했다. 옷장 한편에 넣어두...
5달 전 폭우 쏟아지는 날 발끝에 바람이 스친다. 벗어던진 굽 높은 구두는 피로 물들고, 상처와 흉터가 뒤섞인 손끝이 어느새 풀린 긴 머리를 쓸어 넘긴다. 피와 눈물로 젖은 뺨에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물방울이 닿는다. 생기 없는, 푸르고 붉은 눈동자가 폭우 속에서 반짝이는 조명을 눈에 담는다. 권태롭고 지쳐있는 두 쌍의 눈동자가 웃음기 하나 없이 투명하기만 했다. 부러진 모닝스타와 런...
5달 전 화려한 세계의 병증 아담은 병원 일을 끝내고 나온다. 늘 이때쯤 전화가 왔었는데, 오늘따라 조용했다. 아침에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오늘 의뢰가 늦게 끝난다고 얘기했었지. 아담은 간단한 메시지를 남기고 함선으로 걸음을 옮겼다. 함선 안은 늘 깔끔했다. 도르네도나 아담이나, 머무는 공간은 늘 깔끔하게 정돈하는 편이었다. 아담은 의사여서 늘 청결에 신경 썼고, 도르네도는 위험...
5달 전 사랑을 아는 존재들 블링은 영원히 골목길을 떠돌았다.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 골목길에 처음 생겼을 때부터 그랬다. 이 길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걸음 소리 없앨 줄도 모르던 어린아이는 멍한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얀 치맛자락은 쉽게 더럽혀지지 않았고, 아이를 지켜보던 불온한 시선이 길게 따라붙었다. 불온한 시선의 사람이 아이에게 손을 뻗으려 했으나 그것은 곧 쓸모없...
5달 전 모순과 신 비가 내렸다. 상처에 빗물이 눅진하게 스며들었다. 레이치는 손으로 상처를 막다가, 곧 쓸모없는 행동인 것을 알고 손을 뗐다. 신체 말단부터 천천히 생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에 겨우 숨을 가다듬는다. 어차피 죽을 수 없는 몸이건만, 숨 쉬는 것이 버거워지면 죽음이 지척에 있는 기분이 절로 들었다. 모순의 종족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꼴이 아닌가? 발걸음 소리...
5달 전 시고미세 세계관 고찰 순도 100% 설정날조 ~ 드놀에 개연성을 부여해보자~ ~ 겸사겸사 해석 정리 ~ ~ 비정기적 업데이트 예정 ~ - 시고미세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도시, 원래 전쟁터였던 것 같죠? 도르네도의 발언을 보면 이 도시가 있기 전부터? 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 라는 뉘앙스로 말합니다. 그런데 도르네도가 다시 아니, 가능할 수도 있겠군. 이라고 한 걸 보면 점... 2
5달 전 고요한 밤 블링은 언제나 꿈을 꾸었다. 블링의 종족은 꿈을 잘 꾸지 않았다, 그들은 붙잡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블링은 아직 어린 존재였고, 그들과 달리 사랑을 알았다. 쉽게 말해, 불안정했다. 그래서 이 어린 신의 꿈속의 풍경은 늘 과거를 배경으로 두고 있었다. 블링은 그것이 꿈인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날 수도 있었다. 아예 잠을 안 자도 괜...
5달 전 영혼을 태우는 불길 적막과 어둠이 깊게 깔린 방에선 이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온갖 리본 장식이 달린 사랑스러운 방에 감돌던 온기와 빛무리는 이제 하나도 없었다. 스크릭은 어두운 방에 걸어 들어간다. 이젠 장식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방은 영 아일로냐의 방 같지가 않았다. 스크릭은 무정형의 손으로 벽을 쓸어본다. 차가운 푸름으로 미약하게 밝아졌다가 도로 어두워졌다....
5달 전 에이멜 루트(아님) 이런걸쓰고싶은게아니었는데2탄 아담은 에이멜과의 식사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최소한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또한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는 행동을 했을 뿐이었다. 연달아 식사를 한지 3일째, 아담은 꽃다발을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젊은 대원이 잔뜩 긴장하며 내미는 꽃다발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꽃이야 수많은 사람에게서 많이 받아봤으니까.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 주...
5달 전 말할 수 없는 추억 기억이라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빛바랜다. 좋은 기억은 빛을 잃어 감각만이 남고, 나쁜 기억은 깊은 그림자를 머금고 악랄하게 뒤틀린다. 도르네도의 삶에도 기쁜 기억이 있었다. 한때 좋아했던 물건, 음식, 옷, 그리고 무엇이든 말이다. 서글프고 비루하던 삶들 속에서도 결코 놓을 수 없던 것들이 있었다. 도르네도는 아담의 눈동자를 볼 때면 그런 좋은 것들이 생각...
5달 전 전이 주술 고통에 경련하는 몸을 웅크린다. 숨을 쉴 때마다 헐거워진 폐부가 마구잡이로 들리는 기분이었다. 식은땀이 머리칼을 적셨고, 핏기 없는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었다. 잇새로 비명이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참아. 조금만 더, 조금만…. 폐부가 찌그러지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 의뢰했던 용병, 유독 질이 나빠 보이긴 했었는데. 눈 위에 겹치는 ...
5달 전 최고의 한 끼를 약속하며 아담은 테이블에 느슨하게 기대 엎드려 있었다. 점장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와선 담요 하나를 어깨에 둘러 주었다. 차갑고 서늘한 담요는 천천히 체온에 데워지고, 곧 점장의 손길이 아담의 머리 위에 느릿하게 얹혔다. 명백한 걱정의 표시였다. “아…. □□, 일 끝났어?” “아직. 아담, 넌 조금 더 쉬고 있어. 요즘 통 못 쉬었잖아.” “가게...
4달 전 끝내 가벼워지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어우러진다. 희게 부서지는 거품과 붉게 흘러나오는 피가 뒤섞인다. 이건 기울어진 세계였다. 기실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은 베타였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베타에게는 이 세계가 언제나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온 것이 기적이었다. 베타는 눈을 감았다 뜬다. 고개를 ...
4달 전 단골손님 헌정 사이드 메뉴 오로지 당신에게만. 점장은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며 여러 메뉴를 고안해 냈다. 고향의 요리, 타국의 요리, 혹은 다른 차원이나 시간 선의 요리 등. 개중에는 아주 오래된 요리가 있는가 하면 매우 생소한 요리도 있었다. 그중에서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주류가 포함된 사이드 메뉴, 혹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칵테일이거나. 그것은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는 특별한 것이었다. 늘 칵테일을 ...
4달 전 휴식, 그리고... 몸을 느슨하게 기댄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햇살은 구름에 가려져 한껏 어두웠다. 숨을 쉴 때마다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던 탓에 편히 있을 수도 없었다. 전쟁터는 끔찍하다. 처음에는 사람이 죽는 게 그렇게나 무서웠는데, 이제는 사지가 찢겨나가는 꼴을 봐도 건조한 피로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터에 오래 있던 자는 주머니에 있던 것을 꺼낸다. 구겨진 포장지를 ...
4달 전 기다리는 마음이여 시선을 들었다. 파랗고 붉은 눈동자가 어슴푸레한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마치 어딘가를 바라보던 것만 같은 눈동자의 초점이 영 흐렸다. 마치 서글픔을 삼키는 것만 같았다. 의식적으로 감았다 뜬 눈의 앞에는 옛 추억이 보였다. 눈동자에 착색된 추억은 금방이라도 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또렷했다.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었고, 원한...
4달 전 함께하는 것 대장은 숨을 내쉬었다. 한숨이 무거웠다. 다 상한 칼날이 바닥에 닿았고, 인공적인 바람이 옷깃을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거의 꺼내지 않는 오래된 검이었다. 그것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상처를 추억이라고 불러도 괜찮은가. 대장은 레이피어의 검집을 옆에 내려두었다. 아무리 붙잡아도 잡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한때 같은 뜻이 있던 자들은 6피트 아래로...
4달 전 정지 에너지 나를 파괴할 힘이 있는 사람에게 나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 Марина Абрамовић 공연장에서 화살이 갖는 무게는 어느 정도 될까? 스크릭은 과녁을 바라본다. 활시위를 당긴다, 음악이 흐른다. 곧 화살촉이 불타며 멀리 날아간다. 기나긴 포물선을 그리고, 과녁의 중앙에 박힌다. 불타는 화살과 과녁은 스크릭의 화려한 공연 중 하나...
4달 전 도착하지 못할 편지 안녕, 달 선생님. 무슨 말을 적을지, 그리고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가, 일단 적어봐요. 편지는 솔직하게 쓰는 게 제일 좋댔는데, 솔직한 게 뭔지 잘 모르겠어. 선생님도 솔직했잖아요. 난 선생님이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선생님을 믿었어요. 나랑 같이 있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근데 선생님은 금방 떠났고… 난 선생님이 아주아주 솔...
4달 전 Adamas 오랜만에 또 점장과 둘만 있는 시간이었다. 아담은 피로하게 몸을 늘어트리고 있다가, 곧 테이블 위로 올라오는 음식들을 보곤 몸을 바로 세운다. 조금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포크를 들고 음식을 꾹 찍어 먹는 것을 보니, 오늘 하루는 유난히 힘들었구나,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아담이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릇의 절반쯤 비웠을 때, 점장이 한숨을 쉬곤 아담의 손에 들린...
4달 전 워커홀릭을 멈추는 방법 총의 실린더가 돌아가며 기분 좋은 금속음을 낸다. 도르네도는 총알을 하나만 넣은 실린더를 돌리며, 눈앞의 사냥감을 본다. 곧 총구를 똑바로 겨누고, 한 발씩 쏜다. 하나, 둘…. 한 발을 쏠 때마다 한 문장씩 얹는다. 이미 얻을 정보는 다 얻었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나?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어쩌면 네 운이 널 살릴지도 모르지. 꺼져가는 눈동자에 빛이 ...
4달 전 비 내리는 골목길에서 가볍게 어둑한 밤, 부슬비가 쏟아진다. 우산이 없다. 아담은 하늘을 보고, 손을 뻗었다. 잠깐 비 맞는 건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장대비도 아니었고.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비를 맞으며 걷는 건 오랜만이었다. 어쩐지 상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의료용 가방을 쥐고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가, 누군가가 순식간에 곁으로 ...
4달 전 무기 손질과 추천 청회색 조명이 방안을 밝게 비춘다. 도르네도는 조명에 닿는 무기들을 살펴보다가, 손질이 필요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둔다. 마침, 아담이 자리를 비웠고, 지금이 적기였다. 도르네도는 아담이 있을 때 무기 위에 쉬이 손대지 않았다. 상대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다른 행동을 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혼자서 조용히 무기를 점검하고 손질할 때, 문이 ...
3달 전 끝자락에서 당신은 여전히 구원이었고 아담은 이제 쉽게 피를 내어주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부터 기어 올라오던 상처는 더 이상 끔찍한 통증을 남기지 않았고, 도르네도는 그런 아담을 언제까지고 아꼈다. 어느 날, 아담이 도르네도에게 모든 상처를 고백했던 순간, 도르네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아담을 조심히 감싸안았다. 조심스럽고 투박한 행동이었다. 아담은 그런 투박함에 실없이 웃...
3달 전 눈물에 녹아내리는 밤 아담은 가볍게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낀다. 분홍색의 긴 머리카락이 마구잡이로 휘날리고, 밤하늘의 별들은 제 운명도 모르고 곱게 반짝였다. 아담은 문득, 눈물을 흘린 지 아주 오래되었다고 느꼈다. 여름밤의 습기 머금은 찬 바람이 뺨을 두드렸다. 밤의 습기는 어디를 가도 똑같더라. 애써 들여다보지 않아도 흘러나오는 감정 한 줌이 있더라. 아담은 오래오래 하늘...
3달 전 IF) 귀향 아담은 삶에 대해 생각했다. 괴로웠고, 악착같았고, 서글펐던. 하지만 그랬기에 아름다웠고, 황홀했으며, 찬란했던. 그것들은 다른 게 아니다. 같은 길 위에 놓인 것이다. 켜켜이 쌓아 올린 삶은 으레 그렇듯, 완벽히 붙잡거나 놓아버릴 수 없다. 의사로 살며 수많은 사람을 살렸고, 신을 죽이는 자로 살며 수많은 악한 것들을 베어냈다. 웃으며 떠들던 밤보다 눈물...
21시간 전 월광의 웨딩 “담.” “왜요?” “우리 결혼할까.” 아담이 아무런 말도 없이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도르네도의 얼굴을 바라본다. 갑자기 결혼하자는 말치고는…. 너무 뜬금없지 않나? 함께 침대에 누워 평소처럼 이야기와 온기를 나누다가 내뱉는 말이라기에는 너무 묵직하지 않나…?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담, 난 너와 영원을 함께하고 싶어.” “나와 영원을 함께하고 ...
3달 전 꽃과 불길의 왈츠 버진로드의 꿈 * 작성하면서 들었던 음악입니다. 함께 들으면 좋을지도? 불씨의 냄새가 났다. 무언가 타들어 가고, 뜨겁게 몰아치는. 어두운 파랑이 밝은 초록으로 물들고, 여전히 견고한 껍데기는 타오르지 않은 채로 스크릭의 옆에 있었다. 스크릭이 가볍게 핑거스냅을 했다. 아일로냐의 옷차림이 바뀌었다. 언젠가 아일로냐가 예쁘다고 했던 하얀 드레스였다. 그건 평소의 옷차림과는...
3달 전 IF) 기억 소거 기억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 요소만 골라서 추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인의 기억을 골라 지우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특히 감정이나 트라우마와 연결된 기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한 선택이 나쁜 결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무엇이 되었든. 그리고 어떻게 되었든....
3달 전 IF)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바람이 불었다. 차갑고, 축축하다.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햇살이 내리쬐는 땅에서, 아담이 손을 뻗는다. 손끝이 바스러지다가, 형태를 유지하다가 근육과 혈관이 서서히 무너진다. 앞으로 걷다가,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도르네도가 아담의 넘어질 뻔한 몸을 잡아채고, 몸을 끌어올리듯 안았다. 빗물과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무겁게 흔들거렸다. 마치 빗속에 놓인...
2달 전 무제 어떤 관계에 있어서,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피곤한 관계는 정말 귀찮은 일이다. 아담은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깨닫고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스크릭의 말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 이런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면 말을 좀 덜 걸어올 줄 알았는데. “— 그래서, 아담. 너에게는 무슨 일 없어?” “….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죠?” “전혀...
2달 전 아침 꽃다발 나비는 꽃을 좋아한다. 이것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꽃을 찾는 이유는 식사를 위해서였고, 그 어떤 생명도 섭취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아담은 꽃의 꿀을 먹을 필요는 없으나, 영혼과 본능에 각인된 이끌림은 아담이 종종 꽃을 찾게 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꽃을 섭취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꽃을 섭취하기보다는 곁에 두고 보는, 이른바...
2달 전 기꺼이 감수하는 피로 아담은 타인에게 친절한 존재였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그를 쓸데없이 자애로운 존재라고 평가했고, 또 누군가는 그를 미련하다고 평가했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서 유감과 동정을 표하는 자도 있었다. 아담은 그 모든 반응이, 그저 익숙했다. 그 어떤 비난과 동정도 많이 받다 보면 익숙해지기...
2달 전 나비의 애도 그는 이미 미래를 어렴풋이 엿보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살기를 택했다. 엿본 미래에 있는 자들이 너무 찬란해서. 오로지 그뿐이다. 한때 □□라고 불렸던 자는 가게 내부를 둘러본다. 이제는 점장이라는 호칭이 이름보다 더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이 낯설어질 일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흐릿해질 때가 오면, 망설임 없이 이름을 불러오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점...
한 달 전 사랑스러운 악몽 죽어서도 끝없이 살아나고, 그렇게 계속 살아나 죽음이 한낱 과정에 지나지 않을 때, 아담은 스스로 가시면류관을 쓰고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아주 오래도록 낯선 타지에 머물며 이방인으로 살았다. 고향을 떠난 것은 슬픔이었으나 절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이 한낱 아집에 불과하게 되었어도, 여전히 그랬다. 떠난 고향에는 아담이 사랑하는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
6달 전 언젠가의 전투 탄창이 빈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수많은 개조를 거쳐 둔탁하고 무거운, 약간의 마찰음까지 느껴지는 권총을 잡은 도르네도의 시선이 기울어지는 듯하다가 바로 들렸다. 손에 든 권총보다도 더 많은 개조를 병적인 수준까지 거듭한 도르네도에게선 이미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평범한 모습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후였다. 피로 물든 옷자락이 무겁게 늘어지고, 핏...
하루 전 버거운 일들 Trigger Warning 죽음, 비윤리적 실험, 국가적 폭력을 연상시킬 수 있는 요소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성자는 이러한 행위를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습니다. 길바닥 인생. 그것 말고 다른 말이 더 필요한가? 안전 구역 바깥, 완전히 경계에 있는 곳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온갖 위험 생물과 괴물이 있고, 불...
6시간 전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 대축일의 전야제는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길거리에는 활기 어린 소란과,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노랫소리가 흘러 다닌다. 스크릭은 이 활기찬 전야제에서 침묵을 지켰다. 평소에는 그토록 밝고 활기찬 쇼 엔터테이너지만, 전야제만큼은 조용하게 보냈다. 전야제는 이제 시작이다. 새벽이 지나고, 또다시 밤이 찾아오면 더 큰 활기가 찾아올 것이다. 스크릭은 창문 ...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