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달 전 11월 17일 매일매일 딕에 대해 새로운 걸 알게 된다. 매일매일 딕에 대해 새로운 걸 알게 된다. 오늘 알게 된 건 딕이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제의 일을 계기로 동굴에서의 작업을 포기하고 서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알프레드가 놀라 딕의 이름을 외치는 걸 들었다. 평소 알프레드는 큰소리를 내지 않아서 놀라 달려가니 딕이 응접실 샹들리에에... 3
7달 전 11월 16일 오늘은 훈련계획을 세우기 위해 오후 내내 동굴에 있었다. 오늘은 훈련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오후 내내 동굴에 있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와 딕의 상황이 완전히 다르고 아이의 신체 조건도 나와 다르니 더욱 세심한 조절이 필요했다. 한참을 집중하고 있을 무렵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딕이었다. 계단 중간에 앉아 나를 보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딕,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잖니.” “안 들어... 1
7달 전 11월 15일 접시에 완두콩을 밀어둔 걸 딕에게 들켰다. 접시에 완두콩을 밀어둔 걸 딕에게 들켰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스테이크와 볶은 야채였다. 노릇한 스테이크는 제법 먹음직스러웠지만 내 시선은 구석에 있는 연두색 동그란 악마의 구슬에 고정되어 있었다. 알프레드는 내가 완두콩을 좋아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늘 이런 일에는 완두콩을 빼놓지 않았다. 나는 딕이 미리 잘린 스테이크를 포크로 콕 찍는 걸 확인하고 몰래 완... 5
7달 전 11월 14일 결국 딕이 알아버렸다. 결국 딕이 알아버렸다. 밤 12시, 동굴로 내려가니 자고 있다고 생각한 딕이 의자에 앉아 나를 올려보며 외쳤다. “저도 할래요!” 작은 체구에 형광색이 도드라진 의상은 딕이 서커스에서 입은 공연복처럼 보였다. 꿈인가? 싶어 멍하니 서서 눈만 깜박이는데 딕이 뻣뻣하게 대답을 재촉했다. “저도 싸울 수 있어요. 브루스, 배트맨처럼!” 대체 어떻게? 이 질문이 ...
7달 전 11월 10일 딕이 내가 밤마다 나간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새벽 다섯 시, 오늘도 늦게 끝난 순찰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저택으로 올라왔다. 방으로 돌아가려다 서재 바닥에서 잠들어있는 딕을 발견했다. 왜 여기서 자는 거지? 담요를 덮고 있었지만, 찬 바닥에 누워 자면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안아 들었는데 이번에는 딕이 곧바로 눈을 떴다. “브루스?” “그래. 더 자렴.” 딕은 작은 주먹으로 눈을 비비며 하품하더니 웅... 2
7달 전 11월 9일 처음으로 딕을 안아보았다. 처음으로 딕을 안아보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처음으로 딕을 들어보았다. 오늘도 서재에서 보고서를 읽는데 바로 옆 바닥에서 알프레드가 사준 색칠 놀이를 하던 딕이 묘하게 조용하기에 봤더니 엎드린 그 상태로 잠들어있었다. 담요를 덮어줄까 하다가 찬 바닥에서 자면 아이한테 좋지 않아 보여서 그대로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아이 밑에 팔을 넣고 들어 올렸다. 그... 1
7달 전 11월 8일 딕의 이전 기록들을 살펴봤다. 딕의 이전 기록을 살펴봤다. 서커스단에 대한 문서들, 딕이 녹화된 영상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영상들까지. 딕이 있던 헤일리 서커스는 공연마다 새로운 도시를 방문하며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서커스의 대표 곡예사인 플라잉 그레이슨즈, 딕의 부모님을 만나러 온 사람들 역시 많았고 그들의 아이인 딕 또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소년원...
7달 전 11월 5일 이젠 딕과 함께 아침을 먹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젠 딕과 함께 아침을 먹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오늘도 날 힐끔거리며 토스트를 자르는 딕을 못 본 척하며 커피를 마시는데 계속 날 보던 딕이 갑작스러운 질문을 하나 했다. “브루스, 많이 피곤해요?” “흠?” 예상외의 질문에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마셔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딕이 포크로 내 ...
7달 전 11월 3일 딕이 이 저택에 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째다. 딕이 이 저택에 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째다. 딕은 낮에는 알프레드와도 이야기하고 저택을 뛰놀며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보이지만 밤에는 완전히 사정이 달랐다. 이 저택에 온 일주일 내내 딕은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식은땀을 흠뻑 흘리는 건 예삿일이고 흐느끼거나 앓는 소리가 문 밖에서도 선명히 들리곤 했다. 새벽 2시. 오늘은 딕이 비명을 질렀다. 아... 1
7달 전 11월 2일 오늘은 모처럼 시간이 나 온종일 서재에 있었다. 오늘은 모처럼 시간이 나 온종일 서재에 있었다. 서너 시쯤 되어 노크 소리가 나길래 알프레드인 줄 알고 고개를 들었는데 뜻밖에도 딕이 서 있었다. 딕은 문틈에 서서 얼굴만 내민 채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브루스 씨?” “...그냥 브루스라고 부르렴.” “브루스.” 딕이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익숙해지려는지 몇 번이고 작게 되뇌이더니 내 고갯짓에 살금살...
7달 전 10월 28일 어떠한 마주침. 서커스, 추락, 비명, 그리고 우연이나 운명이라고 정의될 수 없는 어떠한 마주침. 딕 그레이슨, 8살의 아이가 저택에 왔다. 오직 낡은 가방 하나 든 채로 문 앞에 서있는 아이를 알프레드는 손님방으로 안내했다. “감사합니다.” 또박또박한 목소리. 뻣뻣한 고개. 꾹 다문 입술. 손이 하얘지도록 가방을 꼭 잡은 아이는 어색한 발걸음으로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