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달 전 9화. 불온한 온기(9) “이현아, 오늘 고생했다. 얼른 들어가.” “선영 이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멀어지는 이모의 뒷모습을 보며 이현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밝게 인사하긴 했지만 다리에는 힘이 없었다. 배고파서 그런가. 생활비를 아끼느라 하루 내내 먹은 게 없었다. 고작해야 아침에 삼각김밥 하나, 그리고 아까 이모들이 간 좀 보라고 먹여준 것들 정도가 고작이다. 게다가 오늘...
7달 전 8화. 불온한 온기(8) 이현은 땀에 절어 축축해진 셔츠를 대충 털어내며 주방 시계를 확인했다. “으아아… 힘들어.” 조금 전까지도 한바탕 설거지를 마친 이현은 숨을 돌리기 위해 주방 구석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아직 새로운 알림은 없었다. 가만히 서 있는데도 자꾸 몸이 축축 늘어져 눕고 싶었다. 육체노동에는 단련되어 있다고 생각했건만 주방 일에는 그것도 통하지 않는...
7달 전 7화. 불온한 온기(7) 어느새 영광 흥신소를 드나드는 것은 이현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새벽부터 배터리를 갈고 짐을 나르다 보면 어느덧 흥신소 문을 열 시간이었다. 지칠 법도 하건만. 정돈된 사무실을 마주할 때면 이현은 기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비록 문우진의 소식은 그날 보여주었던 CCTV 사진 이후로 특별한 게 없었지만, 이현은 절망하는 대신 인내하기를 택했다. 희망...
7달 전 6화. 불온한 온기(6) 닿은 부위가 너무도 선명해서 이현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게, 닿았다. 상상한 적 없는 부피감인데다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도무지 모를 수가 없었다. “죄, 죄송해요!” 이현이 홍당무가 된 얼굴로 허겁지겁 고개를 뗐다. 귀 끝까지 벌겋게 익은 채였다. 하지만 무영은 여전히 의자를 빼주지 않았다. 오히려 책상 안쪽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육중한 원목 책상의 앞...
7달 전 5화. 불온한 온기(5) “……?” 무영의 눈썹이 삐딱하게 솟아올랐다.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지는 무영의 열기는 이현을 잡아먹을 듯 위협적이었다. 그 와중에 이상하게도, 어울리지 않는 미지근하고 단단한 촉감이 불청객처럼 끼어 있었다. 무영이 의아한 듯 아래를 내려다보려던 찰나, 이현이 먼저 움직였다. “이, 이거요!” 이현이 눈을 꼭 감은 채 주머니에서 범인을 낚아채듯 꺼내...
7달 전 4화. 불온한 온기(4)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셔츠를 축축하게 적시다 못해 바지춤까지 파고들었다. 하역장의 후텁지근한 공기는 폐부 깊숙이 매연과 먼지를 밀어 넣었다. 이현은 터져 나오는 밭은기침을 참으며, 제 몸집만 한 카트에 팝업 스토어 로고가 박힌 박스들을 차례로 쌓아 올렸다. 백화점이 오픈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작업이었다. “이현씨, 그거까지만 옮기고 10분 정...
7달 전 3화. 불온한 온기(3) 생각보다 흥신소에서 꽤 오랜 시간 붙잡혀 있었다. 의뢰에 앞서 계약서를 쓰자는 말에 기쁘게 응했건만, 무영은 찾아야 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보다 이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물었다. 혹시라도 정말 돈을 떼먹고 도망갈까 봐 그런가 싶었던 이현은 최대한 열심히 답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이라 혹여 무영의 마음이 바뀔까 조마조마한 건 제 쪽이었다. 물론 그것도...
7달 전 1화. 불온한 온기(1) “몸으로 때우겠다고?” 생글생글 웃던 이현의 낯이 굳었다. 물건을 품평하듯 자그마한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보던 남자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끈적하게까지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키에 비해 마른 목덜미를 따라 아래로 미끄러지는 눈동자에 흠칫 몸이 떨렸다. 무언가 말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그런 이현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굴었...
7달 전 2화. 불온한 온기(2) 나른하지만 날카롭게 날이 선 목소리에, 이현을 내보내려던 덩치가 변명하듯 말했다. “아무것도 아입니다.”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내보내.” “들었제. 나가라, 빨리.” 덩치가 커다란 손으로 이현의 어깨를 툭 밀쳤다. 마치 귀찮은 파리를 쫓아내는 태도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현의 셔츠 깃을 잡아채며 밖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현은 그가 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