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 전 흑3흑 도망치는 법에 대해선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알았다. 사자私子로 태어나 사자死者 취급 당하는 것이 억울할 일은 도저히 아니었으니까. 해리는 도망치던 맨 첫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자주 도망쳤다. 가장 최근의 도주는 자그마치 한 달 전.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으라는 잔소리와 함께 떨어진 만오천 달러를 가지고 밤거리를 달렸다. 다친 왼 다리가 마...
7달 전 로니 260223 To. Rowan 로언, 잠에서 깨고 보니 내가 네 옆에 없어서 놀랐을까?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어. 해가 지기 전에 네 곁으로 돌아갈 계획이니까.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면, 음, 나는 킹스크로스역런던 북부 철도역에 막 내려 역사 안을 걷고 있을 거야. 오늘은 블랙캡택시이 아니라 런던 언더그라운드지하철를 타 볼 생각이거든 ― 노팅 힐까지 단 이십 분밖에 걸리지 않는대! 로언...
6달 전 니2먀 ㅂㅋ 수면이 빅터의 코끝을 간질인다. 욕조에는 꼭 체액만큼 미지근한 물이 받아져 있다. 눈앞이 울렁거린다. 빅터는 곧 제 얼굴이 그 밑바닥까지 깊숙이 처박히리라는 걸 안다. 희게 굳은 에나멜 페인트 위로 콧등이 지그시 찌그러지고 셔츠 칼라까지 푹 젖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자미엘의 손이 느긋이 빅터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몸에 익은 체온에 빅터가 어깨를 떨었다...
7달 전 카림 260207 0 서림이 문득 밖에 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때는, 카이의 윗니가 허벅지 안쪽 살을 사과 과육 씹듯 느긋이 가르고 있을 적이었다. 그의 어깨에 걸친 다리가 맥없이 달랑거렸다. 속옷과 살을 한꺼번에 끌어 쥔 손아귀가 자꾸만 제 몸 방향으로, 욕심껏 당기는 바람에 서림의 허리는 헌 옷자락처럼 허공에 늘어져 있어야 했다. 서림은 고개에 빳빳이 힘을 주어 카이...
7달 전 로니 260121 판도라 정상 퇴소 if 우린 이제 어디로 가. 그 질문은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퀴퀴하고 비릿한 맛과 함께 삼켜 버린 지 오래였다. 페니는 오로지 제 손목을 쥔 손이 당기는 방향과 빠르기로 달렸다. 눈앞에 유일하게 보이는 등이 고작 지표였다. 그 등이 우거진 숲속을 향해도, 밤하늘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도 페니는 그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겨울의 찬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