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 전 히어로님, 이제 퇴근 시간이에요 사법라라 신입 히어로는 기지캐를 키며 의자 뒤로 등을 완전히 기댔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고서 쓰니 몸이 말도 안 되게 쑤셨다. 모르고 입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신입에게 시킬만한 일들이 아닌 거까지 오는 걸 보니 유산지가 인력 부족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 신입은 삐걱대는 관절을 꺾어댔다. “……아, ……니다.” “아이, ……말고...
22일 전 오늘도 주인님? 늘 그렇듯 야한 건 나오지도 않음 이안은 이마를 꾹꾹 누르며 눈앞의 컴퓨터를 노려봤다. 이 원수 같은 고물은 지금 제 인생에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왜…… 뭐가 문제야, 제발, 내가 오이도 먹잖아……. 그러나 그렇게 빈 게 무색하게도 이안은 결국 블루스크린이 뜨고야 만 컴퓨터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아, 진짜 되는 일이 없어.” 하…….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게임용 의자에 푹 파...
9달 전 꿈, 죽음? 단우는 순식간에 지나간 칼바람에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와 다른 바람이었다. 그래, 이상했다.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인가 몸을 관통하는 환상통이 느껴질 만큼. 단우는 팔을 쓸었다. 어쩐지 살이 에일 듯한 착각에, 죽음의 냄새가 몰려오는 듯한 착각에……. 피? 아니야, 아냐, 난 여기에 있어, 총은 날 겨누지 않고, 유산지는 내 눈앞에 없고, ……없나?...
9달 전 가족 생경한 것, 어려운 것, 사랑을, 사랑을? 단우가 해진에게 형이 되어달라 말한 것은 어린아이 같은 무의식의 발로였다. 언제나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거나,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는 일이 잦았던 그는 유아기를 제외하고서는 한평생 홀로서기를 해온 사람이었다. 아무리 곰은 단독 행동을 즐겨하고 무리를 이루는 일이 없다지만, 단우는 곰의 껍데기를 쓴 인간이었다. 산 속에 들어가서 동물의 본능만을 뒤집어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