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20 完 붉은 빛 일상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 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나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당당하게 내 뒤에서 웃음을 참으며 날 놀리고 있던 그 여자를 상상하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뭐예요…. 놀랐잖아요….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거의 따지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반응에도 그녀는 짓궂게 웃어 보였다. “죄송해요. 걱정...
2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9 붉은 빛 일상 그 날 카페에서의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정확히는 그 여자가 아무렇지 않게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거였지만…. 그러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난 무언가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뭐랄까…. 내 마음 속 한 구석이 지저분하게 정리된 기분이었다. ‘……됐어. 그딴 살인마랑 어울려봤자 내 손해지.’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
2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8 붉은 빛 일상 그 일 이후로 3일이 지났다. 그 여자와의 마지막 순간이 4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3일째가 되던 아침, 나는 차마 눈을 가볍게 뜰 수 없었다. 아마도 그 날의 있었던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억지로 두 눈을 떴을 때는 쓸데없이 밝은 햇빛이 내 방을 가득 채웠다. 덕분에 거지같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 난 잠깐 동안 정신이 멍...
3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7 붉은 빛 일상 “… 할 말이란 게 뭔데요.” 그 날의 난 그 여자가 할 말이 있다는 것에 딱히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 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전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의 재촉을 듣고서 숨을 잠시 들이마시다가 내쉬더니 이내 아련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저, 다른 나라에 가서 살기로 했어요. 원래 제 직업의 특성상 제 진짜 정체를 알게 된 사람하고 같은 곳에서...
4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6 붉은 빛 일상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발이 바닥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았고, 그녀의 칼도 피하지 못했다. “…계속 이런 식인데 어떻게 당신을 좋아하겠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포기ㅡ” 고개를 돌린 순간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나와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엔 안광이 없었다. 애초에 이미 진작에 없어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잠시후 아무런 빛도 없었었던 그 여자가 ...
4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5 붉은 빛 일상 “…장난 치지마세요. 그런 장난, 재미없으니까….” 차라리 장난이라고 믿고 싶었다. 안 그러면…. 내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짝사랑한 미친놈이 되니까. 나의 반응에 그녀는 나에게 좀 떨어진 후, 내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평소와 달랐다. 눈에 안광이 없는 미소였기 때문이다. “라스 씨는 내가 이런 사람인 거 몰랐나봐요? 하긴, 내가 연기...
4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4 붉은 빛 일상 “저기, 그 말… 진심이세요?” 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야라 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진심이 아니면 뭐겠어요.” 야라 씨의 대답에 난 한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이 상황이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그래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였다. “그,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말 한 문장 뒤에 물음표를 붙였다. 아직까진 ...
4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3 붉은 빛 일상 그 날, 조사실 안에는 웬 중년의 남녀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피해자인 오웬 보스 씨의 부모님이었다. 오웬 보스 씨의 아버지인 에밀 보스와 오웬 보스 씨의 어머니인 에이다 알리 씨의 표정은 우울하고 피폐해 보였다. 아무래도 아들을 이른 부모의 슬픔 때문일 것이다. 그런 건 굳이 말 안해도 알 수 있으니까. 에이다 씨가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우리 아...
4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2 붉은 빛 일상 그 날따라 경찰서 안은 평소와 아주 다르게 조용했다. 원래 같았으면 온갖 사람들로 시끌벌쩍 했을텐데…. 아무래도 주말의 이른 오후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난 야라 씨를 따라 조사실로 향했다.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조사실로 향하는 행동을 익숙한 듯이 행하고 있었다. 잠시후, 야라 씨와 난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조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안엔 웬...
4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1 붉은 빛 일상 또 다시 아침이 밝았다. 그 날은 평화로운 토요일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9시 4분이었다. ‘…’ 난 잠시 멍을 때렸다. 정신을 차릴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용의자 분 만나는 날이네..’ 정신을 차리자마자 생각난 것이 이거였다. 용의자와의 조사. 딱히 중요한 일인 건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중요한 일 같...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0 붉은 빛 일상 어느새 우린 경찰서에 도착해 있었다. 경찰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설레이던 침묵이 깨지고 싸늘하면서도 시끄러운 소음이 경찰서 밖에서까지 들렸다. 그제서야 난 현실을 직시했다. 긴장 때문에 식은 땀이 삐질 날 것 같았지만 옆에 야라 씨가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곤 경찰서에 들어갔다. 경찰서 안의 풍경은 저번과 똑같았다. 시끄러우면서도 차가운, 그런 분위기였...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9 붉은 빛 일상 눈을 떠보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있었다. 침대 시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대로 잠에 든 모양이었다. 난 비몽사몽한 상태로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확인했다. 다행히 아직 7시도 되지 않은 6시 42분이었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내 난 아무말 없이 침대 시트에 앉았다. 그리곤 다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8 붉은 빛 일상 기껏 심호흡까지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건만.. 다 쓸모없는 노력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니, 참 한심하게 그지없었다. “응?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아뇨..! 죄송해요.. 너무 빤히 쳐다봤네요..” 그저 아무말 없아 얼굴만 붉힌 채 벙쪄있는 날 의아하게 생각했는지 야라 씨가 먼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덕분에 얼굴이 붉어...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7 붉은 빛 일상 분명 틀림없었다.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이 기분 나쁜 목소리는.. 난 천천히 뒤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뭐하시는 거예요. 잠깐 얘기 좀 하자니깐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역시나 그 개자식 대리였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만약 이곳이 회사가 아니라면 진작에 이 개...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6 붉은 빛 일상 드디어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시간이 벌써 8시를 알리고 있었기에 난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다행히 오늘은 회사 지각을 면했다. 회사 안으로 들어온 난 재빨리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곤 한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익숙하지만 짜증나는 사람이 다가왔다. 그 대리 자식이었다. “오늘은 지각 안 하셨네요. 어제처럼 지각할 줄 알았는...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5 붉은 빛 일상 경찰서 밖은 이미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사실 이미 밤이 된 건 좀 오래되긴 했지만.. “여기요. 천천히 타요.” 야라 씨가 날 경찰차로 안내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익숙한 것 처럼. 난 조심히 경찰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럼 자연스레 야라 씨가 운전석에 올라타겠지.. 야라 씨는 역시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운전석에 올라탔다. 도대체 왜 자꾸 웃는건지....
6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4 붉은 빛 일상 잠시후, 회사가 끝나고 저녁 8시 30분 경,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 엘레베이터에 탑승했다. 분명.. 분명히 범인을 처음 발견한 목격자로써, 사건과 관련된 단서가 나와 경찰서에 가는 것인데.. 어째서 내 뺨은 붉어지기만 하는 걸까.. 이건 단순히 긴장 탓이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선물같은 걸 기대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3 붉은 빛 일상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집앞에 도착해 있었다. 난 경찰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집의 대문을 조심히 열었다. “저기,잠시만요. 라스 씨.” 그 때 내 뒤에 있던 그녀가 날 불렀다. 난 깜짝 놀라 천천히 뒤를 돌아 그녀와 눈을 어색하게 맞혔다. “네..? 아, 그.. 잘 들어가요.. 야라 씨도..” “아뇨. 그게 아니라 혹시 전화번호도 좀 주실래요? ...
5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2 붉은 빛 일상 경찰서에 들어가자 밝은 경찰서 안 조명 빛이 날 감싸는 듯 했다. 그리고 경찰서 안 분위기는 차갑고도 시끄러워 경찰서 안 조명 빛과 대조됐다. 경찰서 안에는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음주운전을 했으면서 자기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무작정 우기는 젊은 남자부터 우리 아들 좀 찾아달라며 울부짖는 아주머니까지 아주 다양했다. 저런 사람들을 보니 왜인지 오면 ...
6달 전 오웬 보스 이야기 1 붉은 빛 일상 오늘도 회사라는 감옥에 갇혀 사회생활을 한 지겨운 하루였다. 주말을 빼곤 집과 회사를 번갈아가며 살아가려니 너무 지쳤다. 그렇게 볼폼없는 나의 삶은 언제쯤 끝나려나하며 퇴근길에 올라,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집으로 가는 지름길 골목을 따라 몇 분을 걸었을까. 이상하게 오늘따라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이른 밤이라 하지만 이상하게 골목길에는 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