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찻잔의 무게 철컥, 하는 쇳소리가 무기질적이다. 조슈아는 제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보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숨쉬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던 염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과거에 이미 익숙한 일이었던 탓이다. 방금 입은 부상의 통증도 경미한 수준이었다. 아니, 아닌가? 잘 모르겠다. 그의 기준은 언제나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었으므로 객관적... #LoH#요한조슈
일 년 전 스며들어 귀찮게 됐다. 조슈아가 요한을 처음 만나 한 생각은 딱 다섯 글자였다. 인원부족이라며 반쯤 강제로 맡게 된 과 학생회의 총무직도, 총학의 서기라며 웃는 이 안경 낀 후배도 다 귀찮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는 제 이름을 팔아 놓고 저는 튀어버린 녀석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두고보자 프라우 레망. 그렇지만 두... #LoH#요한조슈
일 년 전 단지, 빛암 태양 아래 눈부신 금발을 보고 생각했다. 저 빛깔이, 저리도 찬란할 수가 있던가. 삶에 대해 논하자면 조슈아는 아무것도 논할 것이 없었다. 고아로 태어나 실험실에서 자랐고 정해진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연구소에서 가장 성공작이었던 그는 특별 관리 대상이었으므로 도망조차 여의치 않았다. 모든 것은 재앙을 막기 위함이며 제국의 뜻이 곧 가장 합리적인 길이라 교... #LoH#요한조슈
일 년 전 From You To Me 테이크컬러버스 피곤하다. 요즈음 유달리 쏟아지는 서류들 탓에 행정관들이 죄 비상이었다. 루인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사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싶으면 모두 책상 앞에서 서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조슈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일은 거의 마무리되어 내일부터는 사흘간의 휴가가 기다리고 있지만 당장 피곤한 건 피곤한 거였다. 부질없이 아침해를 원망하며 세수를 하고 ... #LoH#요한조슈
일 년 전 흔적 네임버스 신체 어딘가에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떠한 방향이든 그 이름의 주인과는 깊이 얽히게 된다는 일종의 증명이었고, 조슈아는 그것을 낙인이라고 생각했다. 세간에는 바로 그 네임을 소재로 한 로맨스 이야기가 떠돌고 누군가는 제 연인의 이름이 떠오르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여겼다. 아예 남의 일이었다면 관심조차 없었을 텐데, 완... #LoH#요한조슈
일 년 전 확인 눈 떠 보니 옆에 누가 자고 있다. 어제 뭘 했지? 침착하게 기억을 더듬었지만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드물게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취하는 일은 잘 없는데, 아무래도 누가 능숙하게 폭탄주를 말아 건네던 것을 받아 마시다 보니 그렇게 된 듯했다. 문제는 기억이 거기까지였다. 어떻게 방까지 왔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요한은 우선 침착하게... #LoH#요한조슈
일 년 전 그대의 영원 뱀파이어물 마을에서 사십 분 정도 산으로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저택에는 흡혈귀가 산다는 소문이 있다. 물론 소문의 근거는 밤에 거기에서 누가 움직이는 걸 보았다느니, 바싹 마른 토끼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느니 하는 시시하고 사소한 것들뿐이었다. 조슈아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정확히는 관심 없었다. 그는 가지고 있는 재주와 타고난 처세술로 여관의 잔심부름을 해... #LoH#요한조슈
일 년 전 With 커튼이 걷힌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새어 들어왔다. 피곤해……. 조슈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아홉 시. 휴일치고는 이른 기상이었다. 이대로 다시 잘까도 싶었지만 성실한 동거인, 아니 제 배우자가 그대로 두지 않을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조슈아, 일어났어요?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방문을 열고 들어온 요한은 아직 침대에서 ... #LoH#요한조슈
일 년 전 있어야 할 곳 주인을 잃은 두 금발의 기사가 남겨졌다. 그곳에 있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조슈아는 무감한 눈으로 상황을 살폈다.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음에도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어쩌면 두 번째 붕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리면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쌍검을 움켜쥐고 있는 기사가 보였다. 저 크기의 검을 양손에 들고 휘두른다는 ... #LoH#요한조슈
일 년 전 DayDream 살고싶다 생각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고 생각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었다. 그냥 살아있으니 살아갈 뿐. 조슈아의 인생은 대체로 그랬다. 개중에는 그가 선택한 결과도 있었고 선택하지 않은 결과도 있었다. 그 모두 조슈아가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가는 날이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요한이 조슈아를 깨웠다... #LoH#요한조슈
일 년 전 꽃이 피는 계절 살아남지 않기를 택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조슈아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은 대체로 그랬다. 제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처형자는 자신에게 더 이상 가치를 두지 않았다. 다만 삶을 놓는 것만은 그의 선택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오롯이 그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 어떤 ... #LoH#요한조슈
일 년 전 더블액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을 이렇게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조슈아는 헛웃음을 흘리며 제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옷. 마치 서로에게 염색약만 들이부은 듯한 모습. 다만 한쪽의 얼굴이 조금 더 재수없다. 지금, 조슈아는 두 명의 요한 테일드와 마주하는 중이었다. “저도 이게 무... #LoH#요한조슈
일 년 전 너와의 계절 Spring.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조슈아가 지독하리만치 잘 아는 사실이었다. 책임져야 할 것도 망가진 몸도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도피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달리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슈아가 책임져야 할 것은 아주 많았다. 4월의 끝자락에 아발론에 적을 두게 되었다. 조슈아는 그것에 그리... #LoH#요한조슈
일 년 전 Letter Ring 네임버스 요한은 제 오른손 약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유려한 필기체로 적혀 있는 이름은 가장 혐오하는 자의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운명의 상대이니 뭐니 하는 그런 거창한 미신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몸에 조슈아 레비턴스의 이름이 꼭 반지마냥 새겨져 있는 모양새가 신경에 거슬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시하면 그만이다. 이제 와 조슈아와 다른... #LoH#요한조슈
일 년 전 맹독 “아, 조슈아 경. 어젠 잘 들어가셨습니까?” “……예, 덕분에요.” “오늘도 아침 식사를 거르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군요.” “…….” 조슈아는 제 옆에서 친한 척 말을 붙이는 요한을 밀어내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내버려 두어도 될 것을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조슈아는 지금 기사가 아니라 포로나 다름없는 신분이... #LoH#요한조슈
일 년 전 Untitle 암빛 눈꺼풀이 무거웠다. 당연한 일이라 신경쓰지 않고 밀어올렸다. 흐릿한 시야가 서서히 선명해진다. 눈에 들어온 것이 예상한 것과 달라 주변을 살피니, 처음 보는 허름한 여관방이었다. 깨끗이 빨기 위해 노력했겠으나 시간의 때를 지우지 못한 낡은 모포, 푹신한 매트리스 대신 짚을 채워 넣어 구색을 갖춘 침대, 그럼에도 먼지는 쌓여 있지 않은 공간. 어느 것 하나 ... #LoH#요한조슈
일 년 전 두 갈래 길 01. 완벽한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성군의 치세라 한들, 제아무리 노력다 한들 누군가는 배를 곯고 누군가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또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말도,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는 말도 가장 낮은 자들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요한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로드가 열어젖힐 세상을 믿고 있으면서... #LoH#요한조슈
일 년 전 레디메이드 이 세계는 만들어졌다. 프라우는 언젠가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늘을 날아 지상에서 벗어나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어떤 거대한 존재를 인지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한 인식했다. 프라우 레망이라는 존재가 부여받은 패시브 스킬이 그것을 알게 했다. 만들어진 세계라 한들 프라우에게는 이곳이 세계였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 #LoH#조슈프라
일 년 전 카메라 너머 “프~하~!” 세팅을 마치고 생방송을 켠 프라우가 발랄하게 인사했다. 취미로 스트리머를 하고 있는 그의 방송은 불규칙적인 시간에 방영되었지만 특유의 재치와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제법 인기를 얻고 있었다. 쭉쭉 올라가는 채팅을 대강 읽으며 인사를 나눈 프라우가 오늘의 주제를 발표했다. “오늘의 토크쇼 특별출연, 조슈아 레비턴스 씨 되겠습니다~.” “귀찮아…….... #LoH#조슈프라
일 년 전 CC는 하는 거 아니라던데 평화로운 세계란 건 이상하다. 정확히는 다가오는 멸망을 막아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어색하다. 조슈아는 이따금 기억 너머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를 비교하곤 했다. 어느 것이 더 낫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한 기억을 자신의 전생이라 받아들인 뒤에 생긴 의미 없는 습관이었다. 가족은 여전히 없었지만 ... #LoH#조슈프라
일 년 전 Kiss Me 쪽, 쪽. 깜찍한 소리가 이어졌다. 조슈아는 이 자식이 지금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일단 한 손으로 프라우를 밀어냈다. 굳이 버틸 생각은 아니었는지 손쉽게 밀려난다. 뭔데? “뭐 하냐.” “애정 표현?” “징그럽게.” “그게 여친한테 할 소리야?” “여친은 또 뭐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더니 갑자기 무릎에 올라앉아 온 건... #LoH#조슈프라
일 년 전 뫼비우스 Part A. 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녀석과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될 거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다. 중학교의 입학식 날, 익숙한 포니테일을 보며 조슈아는 헛웃음을 지었다. 프라우 레망은 어디에 있어도 프라우 레망이다. 조슈아가 한 달간 프라우를 타의 90퍼센트 정도로 관찰한 결과 내린 결론이었다. 프라우는 조슈아처럼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 #LoH#조슈프라
일 년 전 조각모음 1. 익숙한 얼굴이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표정으로 있었다. 의욕 없어 보이는 조슈아 레비턴스는 익숙하다. 무기력하게,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위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조슈아 레비턴스는 익숙하지 않다. "욥, 배신자 동지!" 그래서 프라우는 조슈아를 평소대로 대하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그를 돌아보는 눈은 유리 같았다. 그 눈은 세상을 비출 뿐, 그 자... #LoH#조슈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