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달 전 아침은 밝아오고 어둠은 저만치 물러나면서 종종, 삶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로니아는 제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의 출처를 쫓다가 그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마음은 근원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쓸모가 없어서. 손에 든 유리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곧 잘게 부서진 마석 하나를 넣는다. 유리병 안에 작은 빛무리가 감돌고, 곧 찬란할 정도로 환한 빛을 내뿜는 작은 조명이 되었다. ...
8달 전 고요한 안정 시고미세 드림 도르네도는 평생을 즐거움만을 쫓으며 살았다. 살아 숨 쉰다고 느끼는 것, 평생의 가치를 즐거움에 두었다. 도르네도가 추구하는 즐거움은 행복이나 안정,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찰나의 감정이었다. 서슬 퍼런 칼날이 네온사인 아래서 번뜩이는 순간, 바닥에 굴러다니는 탄피가 붉은 웅덩이에 떨어지며 파형이 일어나는 찰나, 책이 높은 곳에서 떨어...
8달 전 Primula Primula (프리뮬러, 프리뮬라) 프림로즈라고도 불리는 식물을 이름으로 삼고 있다. 옛적에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프리뮬러라고 불리기를 원한다. 옛적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있어도 그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식물의 꽃말은 ‘소년 시절의 희망’. 왜 이것을 이름으로 삼았는지 물어본다면 뜻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을 뿐...
8달 전 이제는 지나온 일이라서. 레인은 과거로 돌아가지도, 돌아보지도 않는다. 두 개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돌아간다는 것은 그리워하며 안주하고 싶다는 뜻이고, 돌아본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풍경을 짚으며 눈물짓고 웃음을 짓는다는 것이다. 레인은 둘 다 하지 않았다. 돌아갈 과거도, 돌아볼 과거도 없다. 그 어떤 추억도 없다. 그러니 가치도 없다. 복수를 끝내고 난 뒤 어떤 심정이었는지 떠...
8달 전 슬픔의 요새 얼굴 없는 괴물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이드렌자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제자였고, 누군가의 장난스러운 친구이고, 누군가의 얄미운 친구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누군가에게. 사랑은 죽었고, 과거는 지웠다. 이제는 낯선 글자들만이 입안에 들어온 모래 알갱이처럼 서걱거렸다. 소중한 사람끼리 불렀던 애정 어린 별명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코드명으로 전락했...
8달 전 Adele 여행, 이 세상에서 그것만큼 심장이 뛰는 일이 어디에 있을까? 항상 무거운 짐을 가지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사람은 만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노래와 여행을 사랑하는 것이 마치 현대의 음유시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름. 아델(Adele), 류성아 영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델은 어머니가, 성아는 아버지가...
8달 전 불탄 땅에서 매캐한 화약 가루가 날렸다. 적막한 어둠이 섬광탄에 의해 날아가듯 사라지고,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들은 이 전쟁이 왜 일어난지도 모른 채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폭음이 길게, 또다시 길게 늘어진다. 검은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았고, 모든 것이 찢어발겨지는 소음 속에서 난잡하게 흐트러진다. 그들은 이 전쟁이 왜 시작됐는지 몰랐지만, ...
8달 전 조용한 하루 일이 없는 프리뮬러의 하루는 고요했다. 사실, 그리 다채롭게 사는 편은 아니었다. 일을 할 때에는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 됐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혼자서 시간을 갖는 편이었다. 선천적으로 눈이 좋지 않았고, 시각 외의 모든 감각이 예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요하고 평온한 순간들을 찾게 되었다. 집에 물건을 줄이고, 집안의 동선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 6
8달 전 Aronia 마녀, 혹은 달의 뒷면.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아로니아, 애칭으로는 아론, 로니아 등이 있다. 직업은 약사 겸 마법사. 어느 쪽이 더 주력이냐 묻는다면 약사이다. 빛과 보호에 대한 마법과 수준 높은 약학 지식을 바탕으로 언제나 북부를 거닐며 개인 차원의 구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치유 마법에 의존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고집에 가까우며, 필요할 때...
8달 전 죽음이 없는 꿈 그럼에도 내일이 있으라 Bad Dream: Coma 2차 창작 굿엔딩 스포일러 포함 이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디딘 자는 생각했다. 이곳은 슬픈 무채색만으로 가득했다. 그 어떤 것도 색을 가질 수 없었다. 그저 흰색과 검은색이 겹쳐 생기는 음영, 그 깊이감뿐이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삶도, 죽음도 없다. 그 어슴푸레한 무채색만이 만연한 곳이었다. 그는 생각한다. 죽음이 없어진 세상...
8달 전 지하에서의 짧은 머무름 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검은색의 반투명한 날이 공기까지 갈라낼 듯 횡으로 그어진다. 마물의 피가 튀는 것을 익숙하게 막아낸다. 긴 머리칼을 하나로 올려묶은 뒤 주변을 둘러본다. 마석도, 오염도 짙다. 작은 사고로 지하에 떨어지게 된 클루디는 작게 옷을 털어내며 시선을 데구루루 굴린다. 지하의 존재는 알았지만, 이런 사고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
8달 전 Jules Pagte 마법은 기적을 일으키는 과학이고, 연금술은 기적에 간섭하는 과학이다. 고대의 한 연금술사가 남긴 유명한 격언은 마법사와 연금술사의 방향성이 되었다. 수많은 마법사와 연금술사는 이 말을 새기고 살아간다. 수많은 불가해가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밀이 풀렸다. 그리고 한 연금술사는 기적에 간섭하는 과학으로 많은 사람들을 돕는다. 사람을 돕는 것, 자신의 연금술로 많...
8달 전 낙하 비행 떨어지는 것과 날아오르는 것은 같은 말일까?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말이야. 그것을 나보다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두 말이 같다고 생각할래. 그편이 더 행복하잖아. 언제나 날고 싶었다. 날개를 가진 새처럼. 높이 솟은 민둥산, 녹색 식물에게 잡아먹힌 비틀린 건물들, 저 멀리 반짝이는 안개와도 같은 햇살. 하늘은 땅이 ...
8달 전 마음정리 사랑하는 너, 너야. 난 네가 없는 곳에서 너를 부른다. 사랑하고, 보고 싶고, 또 원망도 하는 너를 불러 본다. 너는 그렇게 다 남기고 떠나서 정리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왜 이렇게 어지르기만 해 놓고 가는 건지 알 수도 없다. 들이켜는 숨에서는 물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상실의 메마름이다. 할 수만 있다면 온통 쉬고 싶다. 이...
8달 전 기나긴 밤이 달아나기를 늘 깨어있는 AI마저 고요히 잠든 시간이었다. 마인드 해커는 기나긴 밤을 조용히 배회한다. 방안을 하염없이 걷다가, 복도로 나선다. 얼굴을 가리는 천도, 신발도 없이 맨발로 복도를 걷는다. 핫픽스에 들어온 신입이라면 모두 가지는 의문이 있었다. 왜 복도를 항상 과할 정도로 청결하게 유지하느냐는 것이었다. 이것은 모두 마인드 해커를 위한 것이다. 잠에 들어도...
8달 전 언젠가의 미래에 월하미인. 일 년에 한 번, 그것도 밤에만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 그는 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기억하는 첫 순간은 길거리였다. 집도, 가족도 없이 홀로 남아있던 순간이 그의 첫 기억이었다. 그 기억이 평생을 좀먹어간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화가 난 채였다. 불편한 친척 집에서 살았고, 길가를 떠돌며 노점상을 도우며 돈을 벌었다. 연약한 몸은 ...
7달 전 신의 모습 잘 보아라! 탐욕의 화신께서는 오직 한 번만 보이시고 말씀하시며, 나는 오직 그 한 번의 기회를 허락받아 이것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신을 마주한 이기적이고 쓰레기 같은 지체에게 유일무이한 자비를 내려주신 신의 기록을 마음껏 찬미하도록 하라. 아, 우리의 화신! 탐욕의 화신에게 영원한 찬사를! 통증이 밀려듦에 따라 온몸이 굽어든다. 추한 인간은 눈앞의 위대...
7달 전 꽃비 내리는 날 다키스트 던전 2차 창작 그는 나병환자였다. 언젠가는 치료할 수도 있을 병이 지금은 불치병이었다. 한 나라의 왕으로 살며 병에 걸리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었다. 병이 생기자, 적이 생겼다. 하지만 보두앵은 불치병으로 인해 생긴 적들 이전에도 수많은 적이 있었다. 적들마저도 인정한 훌륭한 성군이었던 자는 하루하루 병으로 무너져갔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걸음을 내디뎠다....
7달 전 기나긴 삶 평생을 사는 것은 아주 고독한 일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늙지도, 죽지도 않고 산다는 것은 주변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명이 늙어가고, 죽어간다. 기억은 풍화되며, 추억은 상실의 증명이 된다. 이제 다시는 과거와 같은 것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풍경은 빠르게 변화한다. 사랑했던 모든 것은 흔...
7달 전 통로 바깥의 미지를 향해 Core Keeper 기반 멘디는 총을 들고 익숙하게 자세를 잡는다. 총구를 정확하게 겨누고, 숨을 죽인다. 죽여낸 숨에는 미약한 흥분감마저 휘발되었다. 방아쇠를 당기고, 제법 큰 소리와 함께 동물의 몸이 넘어간다. 익숙하게 가죽과 고기를 얻어낸다. 동물을 잡을 때는 여전히 이런 총이 좋았다. 다른 무기는 화력이 너무 강한 탓이었다. 총을 내리고, 잠시 빼고 있던 것을 손에 들었다....
7달 전 무제 육중한 외벽의 파편이 부스러기처럼 흩날린다.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먼지를 비행형 드론의 흰 조명이 밝아 보이게 만들었다. 흰 조명에 가루가 섞여 들어가 어두운 밤을 희미하게 밝혔고, 벽을 타고 흐르는 네온사인의 화려한 빛깔은 어둡고 눅눅한 도시를 더욱 검어 보이게 만들었다. 원색에 가까운 빛깔이 도시를 물들였으나, 그런 색은 도시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