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 평범하고 진부한 답장 안녕, Yu. 네가 보낸 편지를 받았어. 편지가 건너오면서 글자는 씻겨 나갔지만, 네가 보낸 것들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향수와 꽃잎들이 들어 있더라. 이곳에 속세의 향기가 전혀 없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이 향기 너무 좋다. 전에 너에게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거라면, 응, 엄청 감동적이야. 고마워. 이제 ... 1
2달 전 꽃과 불길의 왈츠 버진로드의 꿈 * 작성하면서 들었던 음악입니다. 함께 들으면 좋을지도? 불씨의 냄새가 났다. 무언가 타들어 가고, 뜨겁게 몰아치는. 어두운 파랑이 밝은 초록으로 물들고, 여전히 견고한 껍데기는 타오르지 않은 채로 스크릭의 옆에 있었다. 스크릭이 가볍게 핑거스냅을 했다. 아일로냐의 옷차림이 바뀌었다. 언젠가 아일로냐가 예쁘다고 했던 하얀 드레스였다. 그건 평소의 옷차림과는...
2달 전 친애하는 절망감 아무렇게나 깨진 유리 조각과 날카로운 모래를 찢어진 폐 안에 밀어 넣은 것처럼 따끔거렸다. 차갑게 식은 몸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낡은 천을 칭칭 감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거리고, 까맣게 타들어 가는 약초 말이를 입에 물고 끝부분에 불을 붙인다. 진통제 연기가 폐부를 물들이며 손의 떨림을 약하게 만들었다. 검은 연기가 수놓이는 하늘은 빌어먹도록 파랗...
2달 전 죽은 자들의 화원 이곳은 안식처이다. 안식이란 곧 죽음을 뜻했고, 이윽고 숨을 쉬지 않게 된 생명은 거센 물살 타고 흘러가듯 세계를 넘어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이곳을 사후세계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이곳을 죽은 자들의 화원이라고 불렀으며, 또한 누군가는 이곳을 무덤의 세계라고 불렀다. 이 세계는, 살아있는 것보다 죽은 것이 더 많은 세계였다. 관을 이고 걷는 ...
2달 전 IF) 기억 소거 기억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 요소만 골라서 추가하거나 제거하고, 특정인의 기억을 골라 지우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특히 감정이나 트라우마와 연결된 기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한 선택이 나쁜 결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무엇이 되었든. 그리고 어떻게 되었든....
2달 전 IF)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바람이 불었다. 차갑고, 축축하다.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햇살이 내리쬐는 땅에서, 아담이 손을 뻗는다. 손끝이 바스러지다가, 형태를 유지하다가 근육과 혈관이 서서히 무너진다. 앞으로 걷다가,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도르네도가 아담의 넘어질 뻔한 몸을 잡아채고, 몸을 끌어올리듯 안았다. 빗물과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무겁게 흔들거렸다. 마치 빗속에 놓인...
2달 전 전쟁영웅 소금기 머금은 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건 얼굴에서 영원히 떨어지는 빗물이라, 육신도 마음도 전부 녹슬게 한다. 데카의 고향에는 눈물이 없었다. 이미 세상의 모든 눈물로 만들어진 곳이 바로 그의 고향이었다. 그리우면서도, 동시에 돌아갈 일이 많이 없는 곳이다. 이제 데카가 가장 애틋하게 여긴 곳은 고향이 아니었으니. 그의 책임감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
2달 전 나비노래 아담은 다른 사람의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았다. 정말 친한 사람들의 앞이 아니라면 쉽게 웃거나 울지도 않았고, 말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었다. 아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그저 신중해서 아끼는 편인 줄 알지도 모른다. 말도, 행동도, 감정까지도. 하지만 아담은 여러 참상을 겪은 자로서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는 것이 익숙했을 뿐이다. 그리...
2달 전 소나기 산책 피에타스는 때아닌 소나기가 내리는 하늘을 가만히 보다가 잠시 표정을 찡그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각났다. 우중충한 기분으로 하늘을 보며, 저를 데리러 올 연인을 기다린다. 이전같았다면 기다릴 사람도 없어, 진작에 비를 맞고 뛰어갔을 터였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 미약한 위안이 되었다. 피에타스는 의자에 앉아...
2달 전 무제 어떤 관계에 있어서,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피곤한 관계는 정말 귀찮은 일이다. 아담은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깨닫고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스크릭의 말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 이런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면 말을 좀 덜 걸어올 줄 알았는데. “— 그래서, 아담. 너에게는 무슨 일 없어?” “….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죠?” “전혀...
2달 전 아침 꽃다발 나비는 꽃을 좋아한다. 이것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꽃을 찾는 이유는 식사를 위해서였고, 그 어떤 생명도 섭취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아담은 꽃의 꿀을 먹을 필요는 없으나, 영혼과 본능에 각인된 이끌림은 아담이 종종 꽃을 찾게 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꽃을 섭취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꽃을 섭취하기보다는 곁에 두고 보는, 이른바...
2달 전 소원 들어주기 친절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수많은 악행과, 단순한 악행보다도 더 나쁜 행위들을 보고 자라왔으니 그 반대편에 놓인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었다. 블링은 반짝임에서 태어났고, 반짝임은 비단 물질적인 형상에만 깃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마음에도 있었다. 날카롭게 갈아낸 마음과 투명하고 깊은 마음, 악의에 맞서는 선의와 꺾이지 않는 신념과 ...
한 달 전 바깥에서 한 끼 어때요? 레트레인 200일 기념 기념일이 단순한 숫자의 나열에 불과한 날로 전락한 것이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레인에게는 그 어떠한 기념일도 남지 않았다. 쓸모가 없었으니까. 수많은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거짓된 생일이 몇 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 그저 주어진 신분에만 충실했던 나날들 속에서 진짜 생일은 망각해 버린 순간,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인연으로 인해 지난 것들을 ... 1
한 달 전 기꺼이 감수하는 피로 아담은 타인에게 친절한 존재였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그를 쓸데없이 자애로운 존재라고 평가했고, 또 누군가는 그를 미련하다고 평가했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서 유감과 동정을 표하는 자도 있었다. 아담은 그 모든 반응이, 그저 익숙했다. 그 어떤 비난과 동정도 많이 받다 보면 익숙해지기...
한 달 전 파도처럼 부서지며 교차하는 꿈을 꾸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평생을 다른 자의 목소리와 향기를 빌려 사는 자들이 있다. 본인의 진실한 모습을 결코 가질 수 없는 자들. 아담은,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의 체취와 목소리를 빌려 사는 자들은, 외로운 사람을 잘 찾아내니까. 하지만 아담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들을 가까이에 둔 적 없었다. 그리움이라도 덧입혀지려 하면, 그것을 지워 내...
한 달 전 미로의 너머에는 신이 산다. Hello Charlotte EP3: Childhood's End 2차 창작 에덴 샤를로테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엔딩을 보지 않았다면 열람에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소녀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검고 붉은 하늘은 마치 종말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세상이, 천천히 허물어진다. 익숙한 체념과 그럼에도 느껴지는 슬픔에, 몸속에서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