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달 전 아침은 밝아오고 어둠은 저만치 물러나면서 종종, 삶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로니아는 제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의 출처를 쫓다가 그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마음은 근원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쓸모가 없어서. 손에 든 유리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곧 잘게 부서진 마석 하나를 넣는다. 유리병 안에 작은 빛무리가 감돌고, 곧 찬란할 정도로 환한 빛을 내뿜는 작은 조명이 되었다. ...
일 년 전 달빛과 고래 영웅이라고 불린 자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이 만든 음식만 먹었고,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 받은 음식은 최대한 정중히 거절했다. 어린아이가 준 음식이라도 겨우 받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먹는 경우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는 경계심이 심한 사람인가 보다, 그리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단순히 경계심이 있던 거라면 좋았겠지만 그가 ...
일 년 전 세상에 매료된 자들 FF14 크루저 스포일러 + 개인빛전 드림 슈거 라이엇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운 지식은 언제나 책 안에 있었다. 사실 책은 거의 없었다. 종이가 잘 만들어지지도 않는 세상이었고, 다들 완벽하게 하얀 화면에 떠다니는 검은 활자들을 좋아했다. 슈거 라이엇은 책이 더 좋았다. 책을 펼쳐 읽어보고, 천천히 손때가 묻고,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을 보고 자신만의 색을 입혀 나갔다. 슈거 라이엇에게 있어 독특한... 5
일 년 전 진정한 죽음이란 잊히는 것 파이널판타지14 황금의 유산 스포일러 빛의 전사라고 불린 자는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세상을 바라본다. 오르코 파차의 새파란 하늘에서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자의 눈은 마치 신의 손길이라도 된 듯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허공에 떠있다가 조심히 내려온다. 한참을 작은 기계를 붙잡고 날아다녔음에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걸음걸이로 걷는다. 곧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없던 모험가의 얼...
일 년 전 지독한 병증 세라니아는 이를 악물고 무기를 고쳐 잡았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고전할 리가 없는 마물이었다. 설령 그것이 S급 마물이라고 해도, 그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나, 빙빙 도는 시야의 한쪽에 잔뜩 겁에 질린 사람이 보였다. 아, 젠장…. 마물의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이 거의 패닉한 사람에게 날아들었으나 세라니아가 팔을 뻗는 게 더 빨랐...
일 년 전 초승달 섬 탐사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가벼운 발걸음이 곧 전력 질주로 바뀐다. 손에 들고 있던 주술봉의 끝에 일렁거리는 에테르가 모이더니, 순식간에 날아가 지면에 닿아 터진다. 입에서 읊던 미지의 언어가 바람처럼 흩날린다. 돌풍이 전신을 감싼다. 팔에 생긴 얕은 상처를 슬쩍 내려다보다가 미묘한 열의와 호승심이 섞인 웃음을 짓는다. 귓가에 이명과 에테르의 흐르는 소리가 ...
일 년 전 모험을 사랑하는 것 세라니아는 고개를 들었다. 작열하는 태양에서 그리움을 엿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너무 바빴고, 일이 많았으며, 차마 뒤돌아볼 힘도 없었다. 마치 감정마저 표백한 것처럼, 사실은 더 상처받을 구석도 없을 정도로 무너져내린 것을 외면한 것일 뿐이었는데. 세간에서는 영웅이 단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영웅의 ...
일 년 전 멀고 긴 여행 죽음 같은 잠. 잠 같은 죽음. 그것들은 어느 지점에서 다른 걸까? 잠도 일시적인 죽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잠은 깨어날 수 있고, 죽음은 깨어날 수 없다. 깨어남. 의식의 경계에서 흐려지고 선명해지는 것. 세라니아는 주술봉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난다. 넝마가 된 신체가 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어 붙인다. 뒤나미스. 죽을 수 없다는 마음. 이 모든 것...
일 년 전 황금의 유산 (~ 7.3) 후기 파이널판타지 14 황금의 유산 스토리 감상 후기글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 포함된 글임을 알립니다.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제외하고 말할 예정이지만 후기글 특성상 소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아직 황금의 유산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읽는 것을 재고해주시길 바랍니다. 1. 황금의 유산 메인퀘스트 91레벨 ~ 95레벨 황금의 유산 도입부 기억하시나요? 배...
일 년 전 절망의 끝자락 메피는 호불호가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싫음’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이든 부드럽게 넘길 수 있었고,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그보다 더 강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는 강한 사람이었다. 일반인이라면 진작에 죽고도 남았을 상황에서 가벼운 부상조차 입지 않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영웅이었고, 이 세상을 위할 ...
일 년 전 모험가의 일상 빛의 전사는 큰 즐거움 없이 사는 사람이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그의 인생을 나열해 보면 취미생활이나, 그런 건 단 하나도 없었다는 뜻이다. 한창 즐거워야 할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은 피로 얼룩져있어 기억도 잘 나지 않았고, 고통으로 뒤덮인 삶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좀 나아진 19살과 20살, 그리고 20대 초반의 삶은 어떠했나? 오로지...
일 년 전 끝이 오지 않을 것처럼 FF14 2차 창작 “사실은 다 몰가치 했었나….” 그동안 믿어왔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며, 어쩌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채로 일그러지는 듯 웃어버리고 말았다. 웃음과 함께 이어진 목소리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가득했다. 기쁨은 슬픔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웃음은 불타는 눈물로 변질됐다.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비탄이 되었다. 비탄은 새로운 ...
10달 전 빛의 순례자 세라니아는 긴 길을 걷는다. 이제는 그리 고통스럽지 않은 걸음이 기나긴 발자국을 남긴다. 요정막이 주술진을 넘어 걷는 건 특별한 감각을 불러온다. 이전에 겪었던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죄식자와의 전투, 고통스러웠던 시간, 지나간 자의 눈물과 웃음. 제1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감각. 그저 혼란스럽고 괴로웠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 그저 ...
10달 전 산송장 주술봉에 기이한 힘이 모여든다. 천사의 언어는 세상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세라니아는 세상의 비밀을 엿본 자로서 천사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공기마저 찢어낼 듯한 기묘한 흐름이 공중에서 터지고, 매캐한 흙먼지를 날려버린다. 피 냄새가 진동했고, 손끝에서부터 퍼지는 떨림은 쉬이 멈출 생각이 없다. 고등급 마물 여러 마리를 잡는 것만 따지면 어려운 ...
일 년 전 무제 세라니아는 천장을 본다. 파란 크리스탈이 빛을 받아 산란해 무지갯빛 파편이 마구잡이로 흩날렸다. 세라니아는 급한 일이 해결될 때마다 크리스타리움에 왔다. 이제는 이곳의 주민과 다를 것이 없어졌다. 모두가 그를 이 크리스타리움의 일원으로 여겼다. 영웅이라는 이름이 이렇게나 평범해졌다니. 이 얼마나 놀랍고…. 다행인 일이었지.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무겁고 둔...
10달 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에 부는 바람은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고요하고 적막한 붉은 눈동자는 어슴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라니아는 여전히 그 어떤 것도 잊지 못한 채였다. 죽음은 무거웠고, 상실은 애달팠으며 고통은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표정 없는 얼굴에 어설픈 미소를 한 번 띄운 채로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습관적으로 기척을 지우고 발걸음 소...
10달 전 눈물의 향기가 나는 세계 세라니아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걷는다. 온갖 빛무리가 휩싸이고, 그것들이 모두 별이 되는 세계 속을 천천히 걷는다. 하나의 생명은 하나의 별이 되고, 별이 된 이들은 다시 하나의 생명이 된다. 세라니아는 적막한 눈동자로 앞을 본다. 죽은 동료들이 보인다. 가장 그리운, 희고 짙푸른 빛깔을 가진 채로. 설원의 눈물이 섞인, 희고 푸른 머리카락이 길게 휘날린다...
8달 전 죽은 자에 대한 그리움 이 세상에 태어나며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중,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세라니아는 언제나 깊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갔다.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그리워하면서. 평생의 이별을 심장에 묻고, 발밑에 묻고, 차가운 흙더미 속에 묻으면서. 한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것은 수백을 구원했다는 것보다는 수...
4달 전 불법 시설 정리 주술봉의 끝에 불길한 마력이 모여들었다가 흩어진다. 세라니아는 새빨간 눈동자로 끝을 응시하다가 시선을 천천히 거둔다. 크리스탈이 어슴푸레 빛나고, 비늘이 깊고 푸른 파랑으로 빛난다. “A급 마물은 처리했어.” - 다른 시설은 어떻게 됐나요? “마물로 연구하는 것 같던데, 다 부숴놨으니 괜찮을 거야. 자료도 다 챙겼어.” 링크펄에서 소리가 울렸다. 수고했다는... 51
4달 전 필연적인 상실 세라니아는 노트를 꺼내 들었다. 온갖 이야기들이 적힌 노트에 정성껏 그린 그림 한 장을 붙였다. 탐험 수첩이 착실히 쌓여갔다. 이곳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고, 이곳에 살던 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해 본다. 곧 수첩을 덮고, 새로 줄을 건 활을 고쳐잡은 뒤 주변을 둘러본다.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은 상쾌했고, 세라니아는 바람의 상쾌함에서 한 줌...
2달 전 마물 사냥 “X친…. 마물이 언제까지 기어 나오는 거야.” 마물의 피가 묻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쓸어 넘긴다. 루체아니마는 양손에 검을 들고, 바닥에 희미하게 숨이 붙어있는 요마의 머리를 밟아 부순다. 에테르 한 줌으로 변해 사라진 요마를 보다가, 곧 고개를 든다. 단정한 웃음이 떠 있던 얼굴에는 냉랭함이 빙빙 감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앞이었다면 절대 짓지 않...
2달 전 나아가는 이유 생명의 존재를 긍정하지 않았던 검은 하늘은 이제 수많은 색채로 물들었다. 모험가, 빛의 전사는 그 사이에서 하염없이 서 있었다. 비탄이 익숙한 사람은 늘 희망을 이야기하고 꿋꿋하게 나아갔으나, 이제는 그저 길 잃은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여행길에서 받았던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빛의 전사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언제나 생의지만으로는 벅찬 세상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