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멸망한 인류와 낙원 이제 이 세상에는 인간이 남지 않았다. 스스로의 이기심과 잔혹성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소멸해버린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 이후로 그들의 무기는 어떠한 과학의 산물이 아니었다. 더 이상 총과 미사일, 전투기와 탱크, 방사능 무기와 생화학 무기로 싸우지 못했다. 인류는 그날부로 무기를 잃었고, 한때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던 이들은 사라졌다. 인류는 천천...
일 년 전 안녕, 최악의 존재. 침묵과 비명이 교차한다. 지옥보다도 더한 지옥인 이곳에는 희망이 없다. 인류는 점차 희망과 빛을 잃어갔고, 끔직하게 고통스러울 것을 알면서도 전쟁을 계속 이어간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아질 때까지, 화합을 논하는 이들을 모두 반동분자라고 손가락질하고 죽이면서. 피칠갑되고 찢긴 손 위에 희망이란 없다. 눈 잃은 사람이 다시 한 번 바다가 보고...
일 년 전 파란 날씨와 꿈 그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 도달했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 놀라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롭게 발을 딛게 된 세계가 자신이 원래 살던 곳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워했다. 사람들은 이득을 원했고,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도 죽이고 팔아먹는데 타인에게는 어떠하겠는가? 낯설지 않은, 오히려 익숙한 인간군...
일 년 전 필수 불가결 사람은, 과하게 복잡하면서도 무지하다. 이제는 멸망해 버린 인류를 향한 봄의 생각이었다. 인간에 의해 고통받았던 여린 존재의 생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담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봄은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거나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거대한 군집을 이루던 화인들은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봄에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함에도 공감하지 못했고, 공감함에도 이해하...
일 년 전 P에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직은 힘든 일도 많고, 때로는 견디기 버거운 일도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힘듦이 없다면 삶은 전혀 즐겁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어요. 어떤 예술가가 그랬잖아요. 고난이 없다면 그것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없을 거라고요. 저도 이제는 그 말에 공감... 2
일 년 전 절멸. 이 세상에는 웃음이 없다. 슬픔이 말라 죽는 세상이었다.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이제는 폭음과 소란이 일상이 된 지금, 희망은 전부 사라졌다. K는 편지를 쓴다. 스승이자 오랜 친우였고, 선의의 경쟁자였으며, 사랑했던 사람에게 쓰는 편지였다. K는 그 사람의 죽음을 떠올린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절망하며 무너져 내린 사람을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