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슬픈 기억을 추억처럼 곱씹으며 애정은 덧없고 슬픔은 빛바랜다.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질 때쯤 바닥을 내려다본다면 차마 고백하지 못한 것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바닥을 나뒹군다. 사람이 되지 못한 작은 것은 차마 울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서있다가 하늘을 바라본다. 신세계의 알은 깨졌다. 알 속에 있던 새가 알을 깨고 날아간 탓이다. 다른 세상을 마주하려면 세상을 깨고 나아가야 했다. 그렇다면...
일 년 전 부서지지 않는 강철 그리고 녹슬지 않는 조개껍데기에 대하여 손끝이 저릿한 감각이 들었다. 찢은 천으로 대충 감아둔 손을 보다가, 시선을 저 먼 곳으로 던진다. 전투용 기체에서 내린 그는 가볍게 기체 위에 올라가서 하늘을 바라본다. 온통 바람 부는 소리가 가득했다. 그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황금이라기에는 탁하고, 검정이라기에는 불씨를 닮은 눈이 흐리게 일렁거렸다. 저스티스의 이면에 있는 사람은, 그러니까 평...
일 년 전 해가 지지 않는 땅 인효가 현장에 직접 나가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역모를 꾸미는 집단의 처분을 의금부에서 맡는 것, 정예 군인들이 파견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나 보통 ‘이 정도’의 인력이 한번에 파견되진 않았다. 바깥에 수많은 군인들이 있었고, 건물 내부를 정리하고 수색하는 이들이 있었다. 건물의 가장 안쪽에는 인효와 그의 후배가 있었다. 이 정도의 인력이 파견될 ... 2
일 년 전 이름 없는 편지 어딘가에 닿기를 바라며. 아빠, 잘 지내?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이곳에는 여전히 붉은 누전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목적 잃은 기계들이 힘없이 걸어 다녀. 이곳은 여전히 슬픔이 있어. 이 도시는 천천히 무너지고 있어. 아빠, 기억해? 아빠는 워커의 몸을 가진 채로 이곳을 하염없이 걸었잖아. 난 기억해. 기억하고 있어.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아빠와 함께 걸은 건 아니었지만. 봄바람 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