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달 전 죽음과 고통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죽는다. 그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진실이다. 그 어떤 생명도 끝을 상정하고 살지 않는다, 그리고 막연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나는 여기 있노라고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 바로 죽음이고, 또한 끝을 수도 없이 그린 자를 비웃는 것처럼 뒤편에 녹아드는 것도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오만한...
7달 전 혼자 남은 세상에서 가넷은 모든 것을 완벽히 망각하기 전에 노트를 펼쳐 머지않아 잊어버릴 것들을 기록해 놓았다. 제 작은 제자가 선물해 준 목걸이와 팔찌, 제자를 배웅해 준 것, 자신이 내뱉은 이별의 말들, 그때 느꼈던 기분. 이 선물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물증이다. 완벽한 기록으로 남겨놓고 나서 책장 한편에 책을 꽂았다. 언젠가 이 책을 꺼내 읽을 순간을 기다리며. 문...
7달 전 무제 굽 낮은 구두가 다 죽은 소리를 내었다. 결코 구두에서 날 리 없는, 묵직하고 낮은 소리.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걸음이 정확히 앞으로 향했고, 곧 마석 몇 개가 중력이상 현상을 일으켰다. 마치 바람에 휘날리듯 손에 든 우산이 부드럽게 손을 떠났으나, 우산과 손의 사이에 휘감긴- 보이지 않는 강렬한 힘은 우산이 멀리 떨어졌어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도록 ...
7달 전 알아채기 힘든 것들 리티는 조사대의 팀장으로 있게 된 지 오래되었다. 20대 초반부터 조사대의 대장으로 있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들이 리티를 처음 보고 평가하는 것은 대개 그런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이성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만 같은 냉혈한. 어찌 보면 그것이 맞았을지도 몰랐다. 리티는 언제나 이성적이었고, 흔들릴 줄 몰랐다. 조사대로 일하면서 그런...
7달 전 혹독하고 아픈 거리에 비가 쏟아졌다. 길거리에 놓인 가로등이 깜빡거렸고, 레인은 우산도 없이 어두운 길을 걷는다. 어깨에서 홧홧한 통증이 느껴졌다. 손으로 어깨를 짚자, 찢어질 듯한 격렬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익숙한 통증이었으나 그것이 아프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파서, 너무 아파서 다른 표정은 지을 수 없는 것이었지. 레인은 핸드폰을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누...
7달 전 휩쓰는 폭풍우 속에서 포탈 x 리버스:1999 크로스오버 글라도스는 아주 오랜 시간을 지하에 있었다. 이 빌어먹을 회사 아래에. 이 먼짓덩어리 잔해 속에 파묻혀서. 감정이 없는 AI-기실은 사람이었지만-마저도 견디기 힘든 적막함 속에서, 글라도스는 신경질적인 실험을 이어 나갔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그 누구도 살아서 나갈 수 없는 날카로운 실험들. 글라도스는 제 몸체에 달라붙은 종양 같은 사고회로가 제거되... 1
7달 전 새장 속 나비 스모크는 아주 이상한 초대를 받았다. 다른 세계로부터 온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작고 미세한 세상의 잡음이라서 놓쳐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훈련을 거듭해 온 자에게는 그런 잡음도 소란이 되기 마련이었다. 스모크는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을 잡아챘다. 공간이 어그러지고, 초대장을 보낸 존재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스모크가 아는 누...
7달 전 Riti 아름다운 무기를 쓰는 아름다운 사람. 하지만 마냥 아름다운 것이 아닌, 위압적이면서도 정갈하다. 오랫동안 조사대의 대장을 해왔으며, 안전과 평온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사람이다. 이름. 리티나 슈녤라스코 슈녤라스코가 이름이고, 리티나는 친구끼리 부르던 애칭이었다. 좋아하던 약초의 이름을 따와서 서로에게 이름을 하나씩 지어 주었다. 지금은 본명으로 소개하기보...
7달 전 Chloe FBC: Firebreak 기반캐 프로필 이름. 클로에 성씨는 따로 없다. 성씨를 가질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번번히 거절했고, 본연의 이름 그대로 남았다. 본인 스스로 지은 이름 말이다. 키, 나이. 170cm, 30세 연방통제국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23살의 풋풋한 나이였다. 20살이 되자마자 특수부대에 입대하고 나서 23살에 연방통제국으로 발령받았고, 그중에서도 방화대에 들어간 것은 24살이...
7달 전 서글픈 사랑 오루니 ED.6 아담은 오루니가 떠난 어두운 방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아담을 지켜보았다. 아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뱉은 말은 옛적에 버려둔 신의 음성이었다. 나의 종들아. 신이 흘린 부스러기 같은 힘에서 탄생한 오루니의 권능은 오루니보다도 더욱 충실하게 신을 알아보았다. 아담은 제 무릎...
7달 전 업무 시작 FBC: Firebreak 기반캐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금속 쐐기가 바닥에 박히고 무거운 철제 박스가 와르르 쏟아졌다. 가까스로 철제 박스가 무덤이 되는 것을 피하고는 펌프 액션 산탄총을 고쳐 잡았다. 늘 여유분으로 가지고 다니던 총알을 거의 다 썼다는 사실을 깨닫고 장전한다. 딸깍, 딸깍…. 초조한 마음을 다잡으며 이미 쓰러진 동료의 전기 키트를 뺏어 들어 던지고 전기 수류탄과 ...
7달 전 죽은 자에 대한 그리움 이 세상에 태어나며 수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중,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세라니아는 언제나 깊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갔다. 떠나간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그리워하면서. 평생의 이별을 심장에 묻고, 발밑에 묻고, 차가운 흙더미 속에 묻으면서. 한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것은 수백을 구원했다는 것보다는 수...
7달 전 무제 클루디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는 편이었다. 작은 체구와 가지고 있는 무기를 보고 약하다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클루디가 원하지 않는 방향의 배려를 해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루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키가 작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워낙 말라 보였으니까. 이래서 용병 일은 어떻게 하는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루인은 잠시 손...
7달 전 필요없는 구원 아담은 치안유지 부대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어쩌면 치안유지 부대의 초기 직원이었을지도 몰랐다. 아담은 수많은 사람을 살렸고,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해왔다. 아주 적은 의료인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표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담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였고, 그 선함으로 자신의 안위까지 바칠 수 있었다. 당국에서는 그런 아담을 ...
7달 전 델리리움 데카당스 섬망의 쇠퇴 헨리에타 워홀은 이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였다. 샤를로테가 스스로 노란 리본을 달고 우리의 ‘신’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인류는 샤를로테에게 경배를 바치는 먹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자들, 소수의 인류는 먹히지 않은 채로 세상에 남아 있었다. 우리의 신은 잔혹해, 우리의 신은 끔찍해, 우리의 신은…. 헨리에타 워홀은 샤를로테를 사랑하는 한 사람...
7달 전 지하 전투 조사원 몇 명이 지하를 부산스럽게 정리하고 있었다. 몇 명의 용병이 사고에 휘말려 지하에 떨어졌고, 조사원은 그들을 구출해 내기에 바빴다. 근방에 머무르던 조사원들에게 모두 연락이 갔고, 그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일오천야였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중력이상 현상을 이용하여 공중전을 이어가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마석이 부서지며 빛을 잃었고, 그로... 34
7달 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샤만트는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샤만트가 가장 사랑하던 찰나였고, 그 찰나에는 수많은 소중함이 깃들어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지나갔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 순간만이 샤만트에게 있어 유일한 고향이었다. 샤만트는 오로지 지키기 위해 이 땅, 장미 산맥과 산... 35
7달 전 告白 하늘이 어두웠다. 이곳에서 비가 내리는 일은 드물어서 별일이네, 싶었다. 언젠가 이런 하늘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슬펐던 것도 같지만, 지금은 슬프지 않았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매캐한 것이 먼지처럼 떠다니는 것이 비에 전부 씻겨 내려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피엔은 평범한 기분 속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잠시 고개를 돌린다. 익숙한 기척... 57
7달 전 업무 종료 펌프 액션 산탄총을 고쳐 잡는다. 한 구역을 지나온 뒤 무거운 수레를 밀며 들어온다. 새롭게 재생하듯 만들어진 견고한 흑암석에 거머리가 붙어 있었다. 저 흑암석은 다 못 쓰겠네. 저게 다 목숨값인데 말이지. 짧게 혀를 차고는 수레를 잡는다. 라니타는 문이 열리는 사이 느긋하게 질문을 던진다. “클로에, 에폭시 수류탄 하나 있어?” “뭐야, 안 챙겼어?” “...
7달 전 지난 생의 꿈 페리도트는 종종 꿈꾸었다. 꿈에서 페리도트는 늘 다른 사람이었고, 하지만 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신실한 사람이었고, 어떤 순간에는 이단자가 되었다. 감히 전생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날들의 기억들이 마치 얇고 투명한, 바람에 휘날리는 천에 영사기로 틀어놓은 것처럼 흐릿하게, 하지만 또한 선명한 감정을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가끔 ...
7달 전 별의 아이 세상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비유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의 사실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세상에 펴지는 역병과 역마, 불신과 불이해, 더 이상 신이나 천사, 악마도 아니게 된 끔찍한 괴물들이 세상을 시시각각 집어삼키려 했다. 다만 더 이상 신을 따르지 않게 된 타천사와 악마는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역병에 대항했고, 일부 사람들은 타...
6달 전 치욕의 세계 어느 날, 샤를로테는 자신의 이름 뒤에 식별번호가 붙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누군가가 알려준 것도 아니고, 또한 누군가의 안배나 절망도 아니었다. 샤를로테 V19는 불현듯, 그리고 벼락이 내리치듯 깨달은 사실에서 시선을 돌렸다. 불안함 가득한 흰 눈동자가 고혹적인 눈매 안에서 얕게 내리깔리며 알 수 없는 매력을 자아냈다. 샤를로테는 세상의 비밀 따위...
6달 전 평화로운 한낮 수아는 동부에서 권력 다툼에 자주 휘말렸다. 채 20살이 안 됐던 시절에는 휘말리는 것이 무척이나 심했다. 수아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는 해주사였으나, 그와 함께 지독한 환멸감을 느끼기도 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추게 되면 시샘이 따라붙기도 했다. 어느 정도 크고 성숙한 인간이 되고 나서는 휘말리지도 않고 시샘도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
6달 전 같이 게임하기 아윤크로 일상 아윤은 길을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노점상이 보였다. 이 근처에서 종종 보던 노점상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햇살을 받고 반질반질 빛나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눈에 띄었다. 아, 예전에 많이 했던 건데. 장난감 두 개를 집어 들고 구매한 뒤 주머니에 쏙 넣었다. 크로커스에게 줄 생각에 얼굴에는 나긋한 웃음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아윤은 크로커스가 어...
6달 전 과거의 이야기 아담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철제 천장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눈꺼풀이 눈동자를 덮는다. 암전이 찾아온 눈동자 위로 지나간 날이 밀려 들어온다. 지나간 기억은 착색된 상처이자 추억이요, 생명은 그것을 삶이라 부른다…. 아담은 많은 생명이 믿는 삶이라는 개념을 믿었다. 눈을 내리누르듯 감고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필시 지나간 순간들, 삶을 떠올리는 것이다. 기억...
6달 전 진료 권유 신체의 내구성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는 건 생각보다 더 귀찮고, 어떨 때는 귀찮다는 표현마저 부족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은 힘은 재앙과 다를 것이 없었다. 소드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도, 상황도 소드에게는 독이 되었다. 퇴근길, 이곳저곳 네온사인이 늘어진 길목을 걷다가 가볍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차례 흔든다.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