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 더블 데이트? 부드럽게 선회하던 나비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더니, 바닥에 내려앉아 검은 점액질에 천천히 녹아든다. 둘의 모습을 관망하던 페스티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오랜만에 에이멜이 일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발견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싸움이 붙을 뻔했다. 뭐, 애초에 그리 심하게 싸우지도 않았겠지만…. 하지만 나비를 구분하지 못하는 건 꽤 실망했다...
하루 전 호수와 도시의 열쇠 Rusty Lake × しごみせ 드림주 크로스오버 열쇠는 스스로 문을 열 수 없으나, 문의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보는 유일한 존재이다. 열쇠를 든 자는 결코 알 수 없는 가능성을 엿보고, 그 가능성을 비집고 들어간다. 열쇠를 자처한 자는 보닛을 살짝 들어 올렸다. 격식 있는 고급 드레스와 골목길은, 마치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조각들을 오려 붙여둔 것만 같았다...
13일 전 불완전한 생명이여 영원한 사랑을 버티기에 티끌같은 삶이라 한 세상의 신이었던 자는 누군가를 위해 피와 살을 바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흙에서 태어난 사람은 신이라 불렸고, 신은 모든 생명을 사랑했다. 그 생명들이 신을 찢어발길 때까지. 그리고 그 생명들이 신이 사라지길 원할 때까지. 흙에서 태어난 사람이자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동물이고, 또한 전지전능하고 슬퍼하는 신은 나비 날개를 펼쳐 사랑하는 이...
8달 전 무제 육중한 외벽의 파편이 부스러기처럼 흩날린다.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먼지를 비행형 드론의 흰 조명이 밝아 보이게 만들었다. 흰 조명에 가루가 섞여 들어가 어두운 밤을 희미하게 밝혔고, 벽을 타고 흐르는 네온사인의 화려한 빛깔은 어둡고 눅눅한 도시를 더욱 검어 보이게 만들었다. 원색에 가까운 빛깔이 도시를 물들였으나, 그런 색은 도시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보이...
8달 전 기나긴 삶 평생을 사는 것은 아주 고독한 일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늙지도, 죽지도 않고 산다는 것은 주변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명이 늙어가고, 죽어간다. 기억은 풍화되며, 추억은 상실의 증명이 된다. 이제 다시는 과거와 같은 것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풍경은 빠르게 변화한다. 사랑했던 모든 것은 흔...
9달 전 전투 (1) 치안유지 부대는 경찰이나 군대와 비슷한 기관이다. 그들은 사소한 위협이나 사기업의 횡포를 막고, 개인의 폭력을 억제한다. 나아가 길거리에 만연한 온갖 더러운 술수까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악은 선이 없는 곳에 자리 잡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제어할 힘이 없는 곳에 있었다. 스모크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폭력을 억제하는...
7달 전 차가운 바람이 떠돈다 아담은 종종 당국이나 치안유지부대에서 협력 요청을 받곤 했다. 협력 요청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는 준수한 인성을 가지고 있었고, 판단력이 좋고 전투 실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뛸 수 있는 뛰어난 의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협력 요청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위직 사람들이라면 알 만큼 다 알고 있는 사실 하나가 가...
7달 전 타오르는 세계 됴님 ED.5 드림주 더스틴은 생각했다, 이 역겨운 세계 속에서 과연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 차별과 멸시의 늪 속에서 빛나는 지성이란 얼마나 무가치한가? 그리하여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지켜내고,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는가? 상처가 하나씩 늘 때마다 의문이 하나씩 더 생긴다. 상처가 아물 때마다 의문은 힘을 잃는다. 생겨난 것과 힘을 잃는 의문들이 수백...
7달 전 만물에 평안이 찾아온다면 서글퍼도 움직여야 했던 순간이 있다. 괴로워도 걸어야 했고, 무너질 것만 같아도 무너질 수 없고, 상처 입었음에도 꿋꿋하게 나아가야 했던 순간이 있다. 페스티스는 그 모든 순간에서 상처 됨을 골라낼 수 있었다. 살릴 수 없었고, 놓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어떤 노력도 결실을 보지 못하는 순간을 기억한다. 그것이 서러워 멈출까 하면 지난 다정함이 발목을 붙잡...
7달 전 돌아오지 않는 이들 아일로냐는 공연을 하지 않을 때는 연습에 매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중 곡예를 오랫동안 이어가며 연습하는 것은 좋았지만, 종종 과할 때가 있었다. 보다 못한 스크릭이 아일로냐를 바깥에 내보내는 날들도 상당히 많았다. 가벼운 복장을 갖추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곧 낯설고 우아한 형상에 시선이 이끌렸다. 우아한 불꽃을 바라보던 아일로냐는 어느덧 상대의 시...
8달 전 새장 속 나비 스모크는 아주 이상한 초대를 받았다. 다른 세계로부터 온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작고 미세한 세상의 잡음이라서 놓쳐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훈련을 거듭해 온 자에게는 그런 잡음도 소란이 되기 마련이었다. 스모크는 누군가가 보낸 초대장을 잡아챘다. 공간이 어그러지고, 초대장을 보낸 존재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스모크가 아는 누...
6달 전 작은 안정 페스티스는 아담의 손에 붕대를 풀 때 기묘한 감각을 느낀다. 그토록 상처 입었던 자의 손에는 작은 흉터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다친 적도 없었던 것처럼. 흉터가 없다고 아픈 적 없다고 생각하는 치들과 엮여 살기에 좋은 체질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악이었지. 여상한 대화와 답답한 상황이 지나가고, 페스티스는 자신의 진료실로 돌아온다. 서랍과 선반의 약품들을...
6달 전 휩쓸리는 것 비가 내릴 것만 같은 하늘. 끝없이 부는 바람. 태양이 뜰 시간은 무거운 먹구름에 잠겨 어슴푸레한 빛 한 점 없고, 검푸름에 잠식된 엷은 물안개 같은 빛이 낮게 깔린다. 물안개의 푸름을 머금은 호밀이 길게 자라나 끝없는 바람에 부드럽게 휩쓸린다. 호밀색 머리칼이 나부낀다. 바람에 휩쓸리는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베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베타를 바라보는 ...
6달 전 復活 宣告 復活 宣告 부활 선고 : 죽은 자를 영원에서 꺼내 오는 신의 명령 페스티스가 방을 나섰다. 아담은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약병을 손에 쥐었다. 발목은 여전히 온전히 낫지 않은 채였다. 제대로 된 수면이 아니었으니까. 텅 빈 눈동자로 허공을 보다가, 잠시 손을 침상에 짚었다. 이불의 뻣뻣한 감촉이 손에 닿았다. 눈물이 휘발된 누군가의 뺨처럼. 아,...
6달 전 치안유지부대 익명 게시판 제이님 드관 : __지점 근처 뒷골목에서 도움을 받았어요어떤 의사분께 도움을 받았는데 어떻게 보답을 해드려야 할까요? 정말 큰 도움을 받아서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요ㅠㅠㄴ 설마 __치유소 의사분은 아니지?ㄴㄴ 맞습니다!!! 그분 유명하신가요??ㄴㄴㄴ 와~ 그분이 또 사람을 살렸다고? 진짜 몸이 몇개이신거임ㄴㄴㄴㄴ ㄱㄴㄲ;; 그분 당국에서도 상 엄청 많이 받았잖음ㄴㄴㄴ...
6달 전 모의 전투 치안유지 부대에선 종종 무작위의 대원들을 불러 한 번씩 대련을 시켰다. 치안유지 부대 소속 대원들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보는 일이었다. 상대가 같은 대원일 때도 있었고, 혹은 전혀 상상치도 못한 인물이 나올 때도 있었다. 가끔은 대인전이 아니라 다른 전투를 치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정인의 보호와 방어전 같은 것들.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불려 나와...
6달 전 작은 도움 소용돌이치는 어둠, 그것을 내밀하게 들여다본 자는 깊은 죽음에 현혹되어 눈이 멀고 말리라. 페스티스는 어둠과 죽음, 잠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둠은 잠을 부르고, 그것은 죽음을 부른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들은 서로를 부른다. 페스티스는 그것의 특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페스티스만큼 죽음에 대해 깊게 연구해 본 학자는 없을 것이다. 그...
6달 전 떠도는 아이와 의사 어둠이 깔린 골목길을 거닐 때면, 데카는 절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곤 했다. 늘 곤두세우던 삶을 살아서 그것이 버릇으로 박힌 것이겠지. 피로할 법도 하건만 매번 골목길을 거니는 것은 이제 습관이 되어 그만두기도 힘들었다. 소리를 죽인 걸음 소리가 골목길의 안쪽에서 얼마 못 퍼지고 사그라들길 몇 번, 곧 낯선 소음에 고개를 돌린다. 가벼운 발걸음 소리. 훈련을 ...
6달 전 선택과 결과 무언가를 살린다는 것과 죽인다는 것은 그리 먼 개념이 아니다. 전쟁터를 한 번이라도 겪어봤으면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아군을 살리면 적군이 죽고, 적군을 죽이면 아군이 산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을 살릴 수는 없다. 엉망진창으로 뒤섞이는 소용돌이다. 잔인하게도…. 포탄이 떨어지면, 수많은 파편이 튀긴다. 따가운 불씨가 흩날리며 비명...
6달 전 짧은 일탈 이런 상황에서, 그리고 이런 곳에서 같은 직업과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담과 베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둘 다 의사였고, 환자를 살리는 것에 있어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니까. 아담은 베타를 보자마자 타임라인의 혼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먼저 다가갔다. 미약한 호기심과 이끌림이라고 표현해도 좋은 과정이었다...
6달 전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신의 눈은 본질을 꿰뚫어 본다. 여기에서 말하는 본질은 이성적인 사고를 넘어 감각적 사고, 영혼, 초의식을 뜻한다.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넘어 개개인의 의식과 초현실을 들여다보는 정교한 렌즈를 항상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어린 신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끔 좋았고, 자주 피곤했다. 그것은 지나친 피로감이나 서글...
6달 전 한낮의 평화 아담에게 있어, 누군가의 다정함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포옹이나 애정을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아담이 평생토록 해온 일이니까. 그것을 너무 오랫동안 해온 탓에 홀로 웃음을 짓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했으나, 과거의 기억에서 그 웃음을 끌어오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다정을 나눠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아담은 미젤... 1
6달 전 긴급상황 발생! 이른 시간부터 환자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폭음이 느낀 순간부터 다른 간호사와 의사들과 정보를 나누고 분주히 준비했으나 모든 것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혹시 몰라 예비 부품을 계속 제작하고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핸드폰을 들어 연락망을 확인해 보니 다른 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모든 병원이 코드 블랙을 내걸었다. “들...
6달 전 공평한 밤 기나긴 밤이다. 그 시간을 걸어본 자라면 그것이 얼마나 길고 혹독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밤을 건너온 자들, 각자의 지옥과 연옥을 걸어본 자들은 기나긴 밤의 혹독함과 서글픔을 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누군가의 친우이자 가족이었고, 누군가의 구원자이자 마녀였으며, 친절한 자들이었던 생명들은 워커스 하이에서 고요한 만남을 가진다. 늦은 밤이다. 직...
6달 전 기나긴 시간 지팡이 칼을 도로 검집에 넣으며 생각한다. 이 기나긴 밤은 아직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폭음이 가신 탁 트인 풍경과 대비되게, 새빨간 달이 휘영청 떠오른 한밤중에 숨을 내쉰다. 소음은 없지만 향기는 남아 있다. 비릿한 피와 화약이 뒤섞인 공간이다. 바람이 부는 밤이었으니 이 향도 곧 쓸려나가겠거니, 크로우는 지팡이를 옆에 두고 용케도 부서지지 않은 ...
6달 전 그들에게는 희망이 필요해요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처음, 아담은 급히 온 협력 요청을 거절하려 했었다. 치안유지 부대 내부의 일에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협력 요청의 내용을 듣곤 급히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페스티스가 일전에 언질을 준 것이 있었다. 위험성이 높은 연구를 한다고. 부상의 위험이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담은 눈앞의 모습을 보고, 그게 단지 부상의 ...
6달 전 우연한 만남과 재회 옛 신은 고향을 떠나온 다음 수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곳은 고향과 닮은 푸른 고원이기도 했고, 까마득하게 높은 산맥이기도 했으며, 넓디넓은 바다이기도 했다. 고향을 닮은, 하지만 절대 고향이 아닌 곳을 돌아다닌다. 제 손으로 구했던 생명을 정착할 곳을 찾았고, 아담은 이따금 그에게 들러서 짧은 시간을 함께했다가 다시 떠돌았다. 고향을 떠나온 자는 그 어디...
6달 전 합동 전투 아담은 숨을 가다듬는다. 익숙하게 삼켜낸 숨에서 피 냄새가 느껴졌다. 제 피가 아니다. 이건 온전히 남의 피였다. 한 차례의 근접전을 끝내고 나서, 몇 번이나 내부 탐색을 끝낸 이후 데카가 수신호를 보낸다. 아담도 함께 수신호를 보내고 나서야 긴장이 한 차례 풀렸다. 의사 둘이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냐 묻는다면, 테러로 인해 둘이 내부에 완전히 고립되었다....
6달 전 같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도시의 밤은 유난히 싸늘하다. 검은 코트가 길게 휘날리고, 코트를 고정하고 있던 줄이 흔들리고, 연푸른 눈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다른 이들과 한참이나 싸우고 왔던 것인지, 옷에 묻은 피와 먼지는 쉬이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멀지 않은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늘 이랬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싸우고, 온통 피와 먼지로 뒤덮였다. 스모크가 생각하는 정의는 높은 ...
6달 전 붉은 달 하늘에는, 붉은 달이 뜬다. 초승달은 언제나 붉은색이었다. 붉은 달은 이 세계를 내려다보는 신의 눈동자처럼 세상을 어루만진다. 신성과 과학, 모독이 뒤섞인 세상에서 영원히 차갑게 유지되는 것이다. 데카는 이런 세상에서 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한낱 생명이되 생명이 아니었고,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끝없이 선하거나 악해질...
5달 전 드림 룬타로 (1) 야매 룬타로이니 가볍게 즐겨주세요! 루이드 오루니 지금 상황 : 다가즈 (햇살, 변화, 새로운 출발, 의식의 상승 등) 이것은 새로운 일의 시작입니다. 그건 놀랍고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본다면 이 변화는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빨리 크고, 햇살은 언제나 바다를 잔잔하게 비추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것은 새로운 하루...
5달 전 드림 룬타로 (2) 야매 룬타로이니 가볍게 즐겨주세요! ~ 논컾 ~ 데카 스크릭 지금 상황 : 나우디즈 (불을 붙인 나무, 저항, 강박, 인내의 결실, 의지의 향상 등) 둘의 상황이 억압과 통제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데카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이고, 스크릭은 사랑하는 것을 불태우는 체질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사실 상당히 저주스럽습니다. 개인에게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에... 1
5달 전 드림 룬타로 (3) 야매 룬타로이니 가볍게 즐겨주세요! 이번에는 드림주 해석으로 가볍게 합니다 :D 크로우 나우디즈 (불을 붙인 나무, 저항, 강박, 인내의 결실, 의지의 향상 등) 사담: 크로우에게 이 룬이 뜬게 정말 운명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룬의 모양은 나뭇가지 두 개를 겹쳐놓은 모양이에요. 나무 두 개를 비벼 불을 붙인다는 뜻입니다. 아주 긴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러운 과...
3달 전 드림 룬타로 (4) 야매 룬타로이니 가볍게 즐겨주세요! 도르허리케인 지금 상황 : 라이도 (전차, 수레바퀴, 여정, 운동성, 여행, 가속 등) 이들은 지금 여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전하고 안온한 것보다는, 전차에 오른 것처럼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이에요. 그리고 그런 흐름이 익숙합니다. 하리나 리케, 그리고 도르네도도 이 여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5달 전 일이 끝나고 나서 ED4 아담, 미젤 하이힐의 날카로운 소리가 골목길에 퍼진다. 얇은 굽 대신 달린 칼날에선 제 것이 아닌 피가 굴러떨어지고, 모닝스타의 모서리가 바닥을 긁으며 불쾌한 소음을 낸다. 묵직한 것을 두 손으로 가볍게 움켜쥐고 휘두르자, 선혈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바닥에 늘어진 몸에서 숨이 완전히 끊기는 것을 확인하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뜬 밝은 웃음은 흔적도 없이 ... 1
5달 전 꿈 기반 글 이후 ED1 아담, 데카 이전 글에서 이어지며, 서광님(@punchpunchflame)의 드림주를 훔쳤습니다. 이런저런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나긴 고문의 시간 동안, 고통을 참으려 몸이 점차 굽어진다. 진줏빛 피로 뒤덮인 몸이 끔찍하게 훼손됐다. 대장이 아담을 찾았을 때는 육신이 깨지기 직전이었다. 그마저도 아담이 마지막 호의로 건넨 약품이 아...
5달 전 분홍색은 저물고 ED2베타, 아일로냐, ED1데카 어제 큰 사고가 있었다. 상가 건물 하나가 통째로 테러리스트의 손아귀에 넘어갔고, 그곳에서 끔찍하고 잔인한 협박이 오갔다고 했다. 하루 종일 뉴스가 나왔고, 새벽쯤이 되어서야 테러리스트의 진압이 끝났다고 했다. 베타는 그 뉴스를 보며 미약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람의 감이라는 건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웠으니까. 정작 그 날카로운 감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
5달 전 곡예 연습 구경하기 미젤이 아일로냐를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은 확실히 긍정으로 가득했다. 아일로냐의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은 이런 길목에서 흔한 모습이 아니었다. 길을 걷고 있을 때, 넓은 공터에선 화려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중곡예를 선보이던 아일로냐가 공중 폴대에서 부드럽게 내려오고 마무리 자세를 취한다. 그리곤 멀리 있는 미젤과 눈이 마주쳤고, 그대로 곱디고운 웃음... 7
5달 전 내면의 세계 아담은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 신은 저마다 내면의 세계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한 적 있었다. 그 세계는 직접 들어갈 수도 있고, 보여줄 수도 있다고. 현실과 완전히 유리된 안전한 세계이며, 신과 내밀하게 엮일수록 의도치 않게 진입할 수 있다고. 아담은 자신의 본체를 내보이는 편이 아니었다. 평범한 생명이 본체를 보면 광증과 허물어짐을 겪는다. 아무리...
5달 전 역겹고 화려한 납치, 고문 소재 주의 그 어떤 장면도 현실적이지 않고, 매우 비윤리적입니다. 작성자는 이러한 행위를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습니다. 데카는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에 휘둘리기보다는 그것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다. 전장에선 감정이 쓸모없었고, 끊임없이 가치를 재야 해서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죄책감, 그리고 책임감은 더욱 기묘하게 바짝 따라...
5달 전 호신술과 대인전 페스티스에게 의료 분야를 제외하고 가장 잘하는 것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고려해 볼 것은 역시 검술이었다. 치밀하게 익히고 배웠던 검술은 우아하며 강렬했고, 또한 바람과 같았다. 칼날처럼 매섭게 부는 바람을 칼바람이라고 한다면, 페스티스의 검술은 바람처럼 유연하고 빠르게 흐르는 검술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든 칼바람이라는 단어와 꼭 잘 어울렸다. 그 실...
5달 전 사교 댄스 사교 파티의 화려한 조명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잠시 표정을 찌푸리다가 곧 사교용 웃음을 걸치고 대화한다. 아는 얼굴이 없는 게 영 그랬다. 누구라도 데려오는 거였는데. 작은 후회가 들 때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편한 무표정이 된 얼굴로 천천히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네요, 라스키 씨.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
5달 전 청동의 세계 굳게 감겼던 눈을 뜬다. 베타는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왜 이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무언가에 휘말렸고, 주마등이라고 불러도 좋을 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손을 뻗었다는 것이다. 그래. 흰 나비 떼가 몸을 감쌌다. 신체가 기묘한 부유감에 휩쓸리고, 눈을 뜨니 이곳이었다. 의식이 끊기기 전 봤던 흰 나비 떼가 무엇인지 알아챌 수 ...
5달 전 작은 공연 베타는 아일로냐를 챙겨주는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려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일로냐는 많은 상황에서 무언가를 스스로 할 줄 알았다. 정해진 시간에 잠에 들었다가 일어나고, 식사하고, 청소했다.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냈다. 가끔 공연장에 가서 곡예를 연습하기도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경험을 육신과 영혼에 쌓아가는 종족이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하지만 그것...
5달 전 죽음이 만연한 세상에서도 죽음이 만연한 세상이었다. 이 땅에는 희망이 없었고, 설령 그것이 있을지언정 너무 쉽게 죽어버리고 말았다. 여명을 밝히는 촛불은 연약했고, 횃대에 내건 시체는 바람에 흔들거리며 지독한 시취를 풍겼다. 역병이 흐르는 땅에 진 그림자는 무엇을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페스티스는 애써 걸음을 옮겼다. 그저께부터 계속 걷던 중이었다. 조금도 쉬지 못했다. 숨을 쉴 ...
5달 전 애도의 고향 완벽하게 뒤집어진 세계. 그건 루니타의 감상보다는 미스틸의 감상에 가까웠다. 신과 인간의 위치가 뒤바뀌고, 수많은 생명이 죽었으며, 눈물과 폭력이 넘쳐흘렀다. 모든 사랑이 말라붙은 것만 같았다. 이곳은, 루니타에게 안전하지 않았다. 그렇게 판단한 미스틸은 곧 신체의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쥐었다. 루니타의 의식이 낮게 가라앉아 잠에 지나지 않는 상태가 됐을 때...
5달 전 나비효과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불러올 수 있는가? 아담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눈물이, 발끝을 물들이는 피가, 전신에 남은 빗물이 찬찬히 휘발된다. 슬픔이 내려앉은 땅에서 아무것도 건져 올릴 수 없던 자는 끝내 절망했고, 나비의 날갯짓과 다름이 없는 손짓으로 주변을 휩쓸었다. 폭풍이 몰아친다. 영원한 슬픔의 폭풍이었다. 폭풍 속에서 갈기갈기 찢어져 꿈틀...
5달 전 타인의 맥박 불탄 땅에선 삶보다 죽음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건조한 땅 위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따가운 불씨와 건조한 바람, 눈물의 축축함 뿐이었고, 누군가의 생을 손에 쥔 자들이라면 억눌러 참는 것이 익숙했다. 이 전쟁터에서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지 않았다. 치열한 내전으로 끊임없는 소모전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지치는 일이었다. 상부와 가장 많이 싸우는 사람...
5달 전 1:1 대련 아담은 가볍게 기지개를 켠다. 오랜만에 찾은 사설 훈련장이었다. 이제는 치안유지 부대 소속 의사도 아니고, 과거와 같은 전쟁터도 아니었지만 한 번 전투에 익숙해지고 나니 이런 훈련장은 주기적으로 찾게 되었다. 거기에서 익숙한 얼굴을 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 아담 언니!” “에코? 데카랑…. 베타까지 있네요. 어쩐 일이에요?” [ 저는 반쯤 ...
5달 전 단지 안전을 위해서 페스티스는 도르네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담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어떤 조처를 했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다. 도르네도는 그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아마도 알 것이다- 충고를 무시한 채로 멋대로 굴었다. 정말 죽고 싶은 건가,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치안유지 부대에선 이미 그를 죽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대화 주제의 핵심 인력이 지금 치...
4달 전 행동에 대한 결과 약품 선반을 짚는다. 진통제가 거의 다 떨어졌다. 클로리스는 한숨을 쉬다가 소파에 누웠다. 일반적인 진통제는 여러 생체 이식을 거친 몸에는 잘 들지 않았고, 조악하게 만든 싸구려 진통제는 부작용이 너무 컸다. 약을 처방받으면 좋겠지만 뒷골목의 대부분 병원은 신뢰할 수 없었다. 핏기 없는 얼굴에 흐린 고민이 감돌았다. 곧 몸을 일으켰다. 병원이라도 한번 가보...
4달 전 꺾인 날개 아일로냐는 화려한 공연을 하는 공연 예술가다. 비단 서커스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바로 무대에 홀로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가장 아름답게 곡예를 이어가던 사람은 우아하게 손을 뻗으며 노래를 불렀다. 아일로냐의 별명이 왜 카나리아인지, 데카는 아일로냐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해했다. 전장의 ...
13일 전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Adam 사신? : 그는 책임감 강한 믿음직스러운 의사예요. 특히나 우리 같은 자들 사이에선 더더욱 그렇고요. 난 그의 선함을 믿어요. 반드시 더 나은 길을 선택할 거라고 믿고요. 그가 몸소 보여준 선행이니까요. 그리고, 친구를 안 믿으면 또 누구를 믿겠어요? 바다 괴수? : 나에게 그에 관해서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한테 피곤하게 산다고 ...
4달 전 소문 가라앉히기 아담은 대장과의 관계를 회복한 이후 종종 치안유지 부대에 들렀다. 내부 문제의 고발과 폭로가 이어지고, 그 혼란이 천천히 수습되어 가면서 치안유지 부대의 인력이 부족해지자 도움을 주러 온 것이다. 사실, 대장은 심하게 반대했었다. 그리고 치안유지 부대의 협력 의료진인 페스티스 역시 그랬다. 다시 엮이게 된다고 해도 시선이 따라붙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2차...
4달 전 사랑하는 것들 중 가장 사랑하는 것 이고르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은 적 없었으나 그렇다고 그들의 운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것들은 알아서 다 떠나는 삶이었다. 아무리 다 부러져라 긁어모아도 떠날 것들은 알아서 다 떠나갔다. 무언가를 또 사랑하기에는 이고르는 겁이 많았고, 사랑하지 않기에는 이타적인 존재였다. 단단한 방어기제를 내세운다 한들 그것이 태생적으로 무른 마음까지 짓...
4달 전 신의 석상 * 작업하면서 들었던 곡입니다. 글과 함께 들으시면 좋습니다? 사랑하는 것이 죽어 없어지는 것은 익숙했다. 이별, 결국 모든 것을 떠나보내는 것,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영생을 사는 자들의 숙명이며,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사랑하는 도시가 썩어 없어졌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도, 한때 같은 자리에 서서 웃었던 이들도, 충실한 친구도, 단골 가게도 모두 사라졌...
4달 전 여름 피서와 분수대 여름의 햇살은 따갑다. 피부 위로 내리쬐는 열기는 뜨거웠고, 블링은 그 열기를 그대로 느낀다. 어차피 이런 열기에 영향받는 육신이 아니었으니까. 블링은 햇살 아래에 서서 가만히 서 있다가, 머리에 무언가 드리우는 것을 느꼈다. 챙 넓은 모자. 햇살이 사라지자 열기 사이에 숨어있던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시선을 들자, 아텔리가 블링을 바라본다. “혼자 뭐 해...
4달 전 꽃과 동전 클로리스는 남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았지만, 일부러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술을 사용하고 마법을 다루면서 남의 내밀한 사정을 들여다보는 것 정도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세상의 어느 누가 내밀한 사정까지 들여다보길 원할까? 하지만 가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클로리스는 자신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어... 3
4달 전 여전히 그리워하는 땅 타임라인은 종종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인다. 다른 곳에서 온 존재가 많이 있는 만큼, 많은 잡음이 생긴다. 그리고 아담은 수많은 잡음 속에서 살아간다. 고향에는 없던 소란이다. 그곳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것과 달리, 이곳의 소란스러움이 좋았다. 오래 머무른 만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전의 고향을 덜 사랑하게 됐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이 땅이 조금 더 애...
4달 전 새벽 1시의 랑데부 밤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널 생각했다. 아직 열대야가 찾아오지 않은 습기 머금은 밤공기에서 네 향기를 느꼈다. 가게의 문을 아주 늦게까지 열어놓는 날이면 네가 오고, 익숙한 웃음이 번진다. “어서 와, 딜루비움. 오늘은 늦게 왔네.” “오늘은 일찍 오려고 했는데 일이 좀 있어서~.” 점장은 딜루비움의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잃어버린 무언...
4달 전 결혼한 첫사랑이 바람피는 걸 보면 어떡할 거야? MBTI랑 반응 남겨줘~ * 제오님 글의 후속편입니다. *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오루니는 잠시 머리를 싸맸다. MBTI니 뭐니 그런 건 잘 믿지도 않았지만, 지금 같아선 다른 사람의 의견이 간절했다. 결혼한 첫사랑이 바람을 피우는 걸 보면 어떡할 거야? 근데 첫사랑의 배우자가 너랑 친하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문장이야…. 이런 걸 SNS에 올렸다가는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 5
4달 전 70ml의 약물 아, 머리야…. 약간의 멀미감에 머리를 한 번 흔들던 아담이 주변을 둘러본다. 온통 흰 방 속에서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아담이었다. 숨을 가다듬고, 멍한 정신을 붙잡는다. 다른 이형의 존재에게 잡혔다는 것은 기억났지만, 그 이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본체를 억눌러둔 이후에 이렇게 맥없이 잡혀 오는 건 처음이었는데. 데카는 미간을 꾹 누르고 있다가 시선을...
4달 전 IF) 불꽃의 고백 스크릭은 희망을 버렸다. 애초에 가진 적도 없었다. 언젠가는 가졌을지도 모를 것이긴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망할 체질은 언제나 스크릭에게 알 수 없는 절망감을 주었고, 또한 수많은 것들을 돌이킬 수 없게 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전부 사랑하는 존재들이라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어야 마땅할까?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아...
4달 전 당신 꿈의 클라이맥스 꿈은 무의식을 담아낸다. 그것은 악랄하게 뒤틀리기 쉬우며, 종종 끔찍한 악몽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쉽게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강렬하고 굳셀수록, 그리고 곧은 심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일수록 꿈은 뒤틀리지 않고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다. 본래의 기억에 가깝게, 알아보기 쉽게. 그래서 관리 단체는 신적인 존재와 엮인 자들에게 은밀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4달 전 소중한 것 “여기서 혼자 뭐해?” “…. 어, 음…. 루니타?” “기억하고 있었어?” “전에 알려줬으니까요…?” 블링은 몸을 웅크리고 얌전히 앉아 있다가 문득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루니타가 블링을 빤히 바라보다가, 블링의 옆에 폴싹 앉았다. 이런 어두운 골목길에서 혼자 뭐 하냐는 질문에 블링은 할 말은 신중히 고르다가, 혼자 쉬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긴 쉬기...
4달 전 붉은 바다에서 □□을 끌어올리며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꿈을 잃고, 소중한 것을 잃고, 길을 잃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아픈 것은 아니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끝없이 무너지며 살아가는 것이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들에게 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망각은 흔히 신의 축복이라고 한다. 모든 선택의 기로에 놓여 선택하지 않은...
4달 전 인연을 엮는 실 사랑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원이다. 그러니까, 사랑 없는 세계는 희망과 마음이 죽은 세계와 같은 의미였다. 인연,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을 엮는 자는 그것을 알았다. 남들을 엮어주는 것이 천성이었던 자는 이 차가운 도시에서 사랑하길 선택한 이들을 바라본다. 몇 번이나 전쟁을 치르고 나서도 사랑은 밟아 죽이지 못한 마음이었고, 그는 그것...
3달 전 푸름을 진주색으로 덮으며 “조심해. 아직 뭐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알겠습니다.” 반쯤 무너진 폐허 속에서 걸음을 옮긴다. 먼지 섞인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아담은 손을 들었다. 익숙한 수신호. 데카가 몸을 낮추고, 총을 고쳐잡는다. 내부에 숨어있던 둘을 빠르게 처리하고 나서 한숨 돌린다. 아담이 수신호를 보내자, 그제야 긴장을 낮춘다. 아담은 차갑게 식은 시선으로 주변...
2달 전 전쟁영웅 소금기 머금은 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건 얼굴에서 영원히 떨어지는 빗물이라, 육신도 마음도 전부 녹슬게 한다. 데카의 고향에는 눈물이 없었다. 이미 세상의 모든 눈물로 만들어진 곳이 바로 그의 고향이었다. 그리우면서도, 동시에 돌아갈 일이 많이 없는 곳이다. 이제 데카가 가장 애틋하게 여긴 곳은 고향이 아니었으니. 그의 책임감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
2달 전 나비노래 아담은 다른 사람의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지 않았다. 정말 친한 사람들의 앞이 아니라면 쉽게 웃거나 울지도 않았고, 말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었다. 아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그저 신중해서 아끼는 편인 줄 알지도 모른다. 말도, 행동도, 감정까지도. 하지만 아담은 여러 참상을 겪은 자로서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는 것이 익숙했을 뿐이다. 그리...
2달 전 파도처럼 부서지며 교차하는 꿈을 꾸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평생을 다른 자의 목소리와 향기를 빌려 사는 자들이 있다. 본인의 진실한 모습을 결코 가질 수 없는 자들. 아담은,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의 체취와 목소리를 빌려 사는 자들은, 외로운 사람을 잘 찾아내니까. 하지만 아담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들을 가까이에 둔 적 없었다. 그리움이라도 덧입혀지려 하면, 그것을 지워 내...
13일 전 소모하는 마음 생명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소모한다. 그 논제에서는 어떤 존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영원불멸은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시간이 지나며 바뀐다. 더 좋게. 더 나쁘게. 최선과 최악으로. 가끔은, 그 두 개가 공존하기도 한다. 서글프게도. 니겔라는 문득, 주변에서 안온한 기척을 느낀다. 멍하게 늘어진 정신이 또렷하게 돌아온다. 작은 나비가 날갯짓하는 소...
2달 전 되살아난 꽃 하나 몽환과 꿈. 끝나지 않는 공연. 광적인 환희. 침잠하는 마음들. 불에 타들어 간 영혼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의 깊은 곳에 영영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 어떤 것도 괴롭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서글프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오래도록 이어진다. 아일로냐는 스크릭의 안에서 가장 조용한 영혼이었다. 파형을 일으키는 것을 멈추고 길게, 깊게 가라앉는 호수의 조약돌처럼...
2달 전 무제 뒷골목 의사로 살면,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아담은 오랫동안 뒷골목 의사로 살면서,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봐왔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담은 의사로서 그들을 도울 의무를 졌다. 그와 함께 뒷골목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뒷골목에 용병이 왜 그렇게 많겠는가. 그게 다 위험해서 그렇지. 의사들은 특히 용병과 만날 일이 많았...
한 달 전 전쟁 속 고독 전쟁터는 쉽게 조용해진다. 사람들이 죽고, 포탄이 터져 사라지면 사람의 몸은 한낱 장작 따위가 된다. 불타 없어지는 것들 말이다.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쉽게 죽는다는 게 이유였다. 죽음의 그림자가 길게 들어오고, 그것은 어떤 빛으로도 몰아낼 수 없다. 살리려는 노력은 연명할 뿐이고, 그저 한 순간에 반짝 타오르는 빛이 될 뿐이다. 살아갈수록, 심지가 타면 ...
한 달 전 인어공주는 신이 된다 — 그렇게, 인어공주는 물거품으로 변해 사라졌습니다. 많은 이들은 인어공주 동화가 그곳에서 끝나는 줄 알며, 단지 동화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동화도 아니고, 거기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이 세상은 한낱 동화 속 이야기보다 더욱 가혹했던 탓이다. 사실 인어공주에게는 검을 가져다줄 언니들도 없었고, 물거품으로 변한 이후 귀신이나 정령, 혹은 ... 3
한 달 전 본능에 따른 행동 아담은 자신의 동족을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극소수의 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거리를 뒀고, 가끔은 대놓고 꺼리거나 말싸움하기도 했다. 그런 태도 때문에 미움이나 적의를 살 일이 많았으나, 아담은 그리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공격해 온다면 망설임 없이 대응해서, 그들이 쉽게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었다. 뻗어오는 공격을 막을...
25일 전 언럭키 영혼체인지 데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느낀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극심한 멀미였다. 마치 오장육부를 토할 것만 같은 어지러움과 멀미에, 데카는 순간 자신이 드디어 어떤 질병에 걸린 건가, 그런 생각까지 했다. 눈을 감고 몇 번 심호흡하니, 끔찍한 멀미가 조금은 가셨다. 여전히 끔찍했지만. 몸을 천천히 일으키면서, 감각이 다른 것을 느낀다. 그리고 손을 내려다보자마자 ... 41
14일 전 배웅 천상의 바람이 뺨을 두드린다. 베타는 마지막 선을 실현하고, 문턱의 앞에 서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바라본다. 땋아 내린 머리카락이 풀려 부드럽게 나부끼고, 지상의 색채가 흐려진다. 빛을 바라보던 베타가 문득 뒤돌아본다. 뒤쪽에는 아담이 서 있었다.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짓고. “축하해요. 이제 불멸의 영혼을 얻겠네요.” 베타는 이 너머에 간절히 가고 싶었으... 4
7달 전 진료 권유 신체의 내구성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는 건 생각보다 더 귀찮고, 어떨 때는 귀찮다는 표현마저 부족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은 힘은 재앙과 다를 것이 없었다. 소드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도, 상황도 소드에게는 독이 되었다. 퇴근길, 이곳저곳 네온사인이 늘어진 길목을 걷다가 가볍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차례 흔든다. 잠시...
2달 전 소원 들어주기 친절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수많은 악행과, 단순한 악행보다도 더 나쁜 행위들을 보고 자라왔으니 그 반대편에 놓인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었다. 블링은 반짝임에서 태어났고, 반짝임은 비단 물질적인 형상에만 깃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마음에도 있었다. 날카롭게 갈아낸 마음과 투명하고 깊은 마음, 악의에 맞서는 선의와 꺾이지 않는 신념과 ...
3달 전 파랑의 순간 밤하늘의 별이 지면으로 쏟아질 것처럼 반짝였다. 언젠가의 색채가 담긴 눈동자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순간의 찰나를 가득 담고 있었다. 아담의 눈동자는 순간을 담아내는 그릇에 가까웠다. 모든 순간을 담고, 지나갈 모든 순간을 담는다. 차갑고 매정한 바람이 분홍색의 긴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흩트려놓을 때, 검었던 하늘이 푸름으로 찬찬히 물들어갈 때, 문득 어깨에 담...
5일 전 좋아하는 중이야 스스로 문을 열 수 없던 나비는 가만히 천장을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이 사랑했고, 수많은 사람이 원망했던 신은 그 모든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것을 깨닫기에는 그가 인간이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담은 그들을 사랑했다, 그걸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전지전능함이 자신을 위해 쓰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의 전지전능함... 5
6시간 전 당신과 만나서 아름다웠다 전쟁 포화 소리가 천천히 멈춘다. 이곳은, 희망이 너무 쉽게 사라지는 곳이다. 수많은 존재가 전쟁터를 떠돌며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소리친다. 각자 다른 이유를 가지고, 각자 다른 신념을 품고, 구제한다. 구조한다. 손을 뻗는다. 망설이지 않고. 삶과 죽음이 각자의 구원이 되고 지옥이 된다. 왜 살렸느냐 외치는 소음과 더 살고 싶다는 소리 없는 발악이 겹쳐간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