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 제랖 제랖을 동계 스포츠에 말아먹어 보세요 일단 슬로프에서 벗어나고 나면 발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귀를 멀게 할 정도의 바람을 가르며, 자칫하면 추락하는 세계. 모두가 스키 점프라는 스포츠에 비상하는 새라는 비유를 가져다 붙일 때, 정작 스타니슬라프 빌체크는 추락의 가능성에 더 관심이 있었다. 슬로프에서 내려와 하늘을 나는 듯 보이는 것은 길어봐야 몇 초에 지나지 않고, 그 짧은 순간 선수는 어...
22일 전 강철과 초콜릿 산중호걸이라 하는 늑대왕의 생일날이 되어 척박한 북부에도 봄은 찾아온다. 샤르만 칸이 겨울성으로 돌아온 이후-그러니까, 아주 말이다- 처음으로 맞는 만개한 봄이었다. 그 지긋지긋한 망자(亡者)들을 죽여 없애서였을까, 그가 기억하는 북부의 봄보다는 추위가 한결 덜했으므로, 그는 성 내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할 일을 끝내면 하킴을 대동한 채 마을이며 산등허리를 쏘다니기 시작했다. 샤르만은 처음 이 ...
22일 전 니코 call me NICO 낡은 트레일러에 스민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벽에 진 얼룩도 그렇다. 토사물 자국이 그대로 나 있는 침대 매트리스를 갈 수 없어서 젝스 싱클러는 부모가 죽고 난 뒤에도 몇 년간 그 위에 천을 덧대고, 또 덧대어 깔아 생활했다. 집으로-그것을 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돌아와 잠드는 날은 일주일에 채 며칠 되지 않았지만, 자면서까지 그런 걸 보...
22일 전 긴 풀과 바람 0 금방이라도 뺨을 베어갈 듯한 날카로운 바람을 맞으며 고향에 돌아온 것 같다, 고 샤르만 칸은 생각한다. 남부 연합군은 길잡이들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강철 산맥에서 북부군을 몰아낼 수 있었다. 그들의 대다수가 싸움에 이골이 난 병사들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연합군은 쾌재를 불러야 마땅했다. 남부군은 대개 기름진 땅에서 농사를 짓다가 온 이들과, 그들을 괴롭히던...
22일 전 긴 풀과 바람 1 눈물 닿은 곳은 여전히 축축하다. 아마 자욱은 마르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한 때 샤르만이 그의 소년을 대신해 흘린 눈물길이 여전히 뺨에 남아 있는 것처럼. 왕은 작은 천막을 떠났고 그 곳에 남은 것은 샤르만 칸 뿐이다. 그는 적당히 마른 천으로 몸을 닦고 옷을 꿰어 입었다. 지긋지긋한 녹색 망토를 다시 둘렀다. 동이 트기 전에 떠나려면 지금 눈을 ...
22일 전 재의 왕관 맹세 서부 연안의 칸은 북에서 온 정복자의 칼날을 피하지 않았다. 온후한 기후의 영향으로 인한 성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산제이 칸의 아버지, 아미르 칸은 그 이름처럼 척박한 작은 나라에 번영을 가져왔다. 바닷길을 쥐고 있는 칸과의 교섭이 큰 역할을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미르 칸이 대군을 이끌고 전쟁을 선포하기 전, 친목을 가장한 은밀한 만남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