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케이]녹는점 26. 07. 디페스타 배포 늦은 밤의 교사는 유난히 어두웠다. 한낮의 생기를 모조리 빨아들인 것처럼. 개중에서도 평범한 학생들은 좀처럼 발을 들일 일 없는 복도 끝자락에는 일말의 온기조차 없는 서늘함이 감돌았다. 이래서야 흔히 학교를 떠도는 유령 소문의 존재가 놀랍지 않을 판이다. 물론 여기서 유령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자신이겠지만. 어쩌겠는가, 깜빡 잠들어버린 것을 깨워 돌려보내 ... 36
[쿠로케이] 시선의 너머 뚝. 튀는 노이즈를 마지막으로 노랫소리가 끊어졌다.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쉰다. 파르라니 떨리는 호흡에도 다리는 뻣뻣했지만 이 이상 버텨봐야 꼴사납기만 할 뿐이라는 것은 알았다. 결국 꺾어지는 무릎을 바닥에 꿇고 비스듬하게 고개를 들었다. 아직까지 버티고 선 상대가 아니라, 제대로 시선이 닿지도 않는, 관객석 한구석의 푸른 인영을 향해. 기실 진정... 27
[쿠로케이] 집 안에는 부글부글 거품이 끓는 소리가 가득했다. 툭, 발치로 가지고 들어온 짐가방을 떨어트리고 나서야 부엌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나리, 왔어? 손 씻고 이리 와. 응, 하고 나서야 하스미 케이토는 한발 늦게 끓는 소리의 향기를 자각했다. 카레였다. 오늘 저녁인 모양이었다. “조금만 더 끓이면 되니까 앉아 있어.” 뚝뚝 물이 떨어지는 손을 닦아내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