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3 1차 / 5천 자 (23. 09 - 10회차) 창가에 앉아 있던 루브는 천천히 눈을 깜박인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 때문에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순식간에 젖어드는 보도블럭, 머리를 가리고 뛰어가는 사람들, 개중 몇몇은 급히 카페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루브는 오른편 벽에 붙어 있는 시계를 곁눈질한다. 곧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노트북을 접어 넣고, 빈 커피잔을 치우고. 루브는 여유롭게 가방에...
한 달 전 리플레이 1차 / 5천 자 (23. 08 - 8회차) 검은 봉투 하나가 책상에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라울에서 온 초대장이었다. 내심 기다리던 것인데도 어째 반길 수가 없으니 이상한 일이지. 루브는 손에 쥔 페이퍼나이프를 만지작댄다. 내용이야 뜯어보지 않아도 알 만한 것이었으므로, 결국은 선택의 문제였다. 이제 와 화합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던 족속들인데. 루...
한 달 전 엔드포인트 1차 / 6천 자 (23. 07 - 6회차) 눈밭에 튀기던 피의 잔상이 삭막한 병실의 천장 위로 검붉게 남는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위치를 바꾸어 가며 되살아나는 혈흔은 쉽사리 지워질 기미가 없다. 팔다리를 죽 뻗고 누운 채로, 루브는 시선을 내려 제 몸을 살핀다. 가슴팍을 가로질러 동여매 놓은 천조각에 진득한 핏물이 배어난다. 그밖에도 여기저기 찢긴 상처마다 붕대가 범벅이었다. 몸 구석구석을 찌르는...
한 달 전 블러디 시네마 1차 / 6천 자 (23. 05 - 2회차) 지난날의 기억들이 환등으로 스쳐 간다. 색 바랜 필름이 희미한 영상을 띄운다. 장면은 마지막 식사 이후, 그 끝도 없던 기다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영겁 같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첫 재회, 나를 잊은 너를 저주하는 절망 속에서도 차마 떠날 수 없었던 시간들. 그러다 문득 계시처럼 기억을 되찾는 너와, 온화한 날들을 지나는 사이 태어난 아이와, 그럼에도...